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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피의 한 달’을 보냈어요. 장사가 이렇게 안되는 것은 처음이에요”
31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서 만난 식당 운영자 30대 유모 씨가 보여준 매출기록부 곳곳에는 ‘0원’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평소 매출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평일은 고사하고, 손님이 몰려야 하는 주말까지도 고객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유씨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은 타격을 회복할 만큼 매출이 잘 나왔지만, 올해 10월은 역대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팬데믹 때보다 더욱 힘들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김모 씨는 최근 폐업을 위해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그는 “추석 연휴 때 홀과 배달 모두 매출이 나오지 않아 ‘조금만 기다려 보자’는 마음으로 버텼지만, 이후에도 상황은 같았다”며 “가게 월세를 내기에도 어렵다. 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으로 비수기가 시작되는데, 더 이상은 자신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31일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9월 4주차(18일) 이후 전국 소상공인 평균 카드매출은 주별로 -1.1%, -2.5%, -1.5%로 3주 연속 하락했다. 소상공인들이 꼽는 ‘대표적 비수기’인 추석 연휴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매출이 하락한 것이다.
올해 10월은 전국 요식업 소상공인들에게 그야말로 ‘잔인한 달’이었다. 대표적 비수기로 꼽히는 추석 연휴가 10월 3일까지 이어졌다. 연휴 이후에도 대학교 시험기간과 단풍놀이, 지역 축제 기간까지 겹쳐 수도권 주요 지역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하락세를 지속했다.
소비자들도 치솟은 물가에 지갑을 닫았다. 고용노동부의 9월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상용직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이 전년 동월인 340만8000원대비 7만6000원 감소한 333만2000원을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꿈틀대 소비자 물가가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통상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수입 물가를 자극해 소비자물가 상승을 초래한다.
일례로 요식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대파(서울)의 경우 지난주 1㎏ 당 3725원이었지만, 이번 주 들어 4263원을 기록하며 14.4%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주 3만633원이었던 건고추(화건)도 이번주 3만2708원으로 올랐다.
문제는 소비자의 소비 욕구를 부추길 만한 특별한 기념일이 없는 11월부터 본격적인 비수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보통 9~10월에 나온 매출로 비수기를 버티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취지의 하소연이 올라오고 있다.
또한 고금리 기조에 코로나19 당시 발생시킨 대출이 만기가 도래하면서 쓰러지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국가스공사나 한국전력(한전)이 가스·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요금 인상이 필요해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연말을 앞두고 가계 자체에서 가처분 소득 자체가 많이 없는 시기라 자연스럽게 매출이 줄어드는 시기가 11월”이라며 “현재 고물가 상황 속에서 젊은 세대들이 소비를 해야 하는데, 소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자영업자들이 회복을 할 수 없는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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