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이호준의 문화 ZIP] 종교적 확신과 악의 평범성

위메이크뉴스 조회수  

파스칼은 “종교적 확신은 전쟁의 악행을 정당화시킨다”고 말했다. 

종교적 확신을 가진 인간은 그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신념이 잘못되었을 경우 악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종교적 갈등과 전쟁은 잘못된 신념이 인간을 악행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3백 년이나 지속된 ‘십자군 전쟁’이다. 

자기 확신에 빠진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죄를 짓고도 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나 아렌트는 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고 주장했다. 악한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보통의 사람이다.

책 속의 주된 인물 ‘아이히만’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칸트의 윤리학을 이용했다. 그는 칸트가 말한 ‘정언명령’의 원칙을 자신의 행동에 적용했다. 즉, 그는 자신이 받은 명령을 무조건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아이히만은 재판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나치당원이었고, 나치당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유대인 학살을 명령받은 관리자로서, 그 명령을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그 명령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단지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주장을 부정했다. 그녀는 칸트의 윤리학이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칸트의 윤리학은 ‘순수한 의지’를 강조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권위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이성의 판단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그렇다 칸트의 철학은 결국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도덕의 법칙’ 이상도 아닌 것이다. 

‘힘이 약하면 그저 맞아야 해’라는 것은 인류 보편적이 아닌, 잘못된 가치라는 것은 누구나 다 공감하는 것 아닌가?

칸트의 ‘정언명령’의 핵심은 바로 그것이다. 아이히만은 자신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교묘히 칸트를 인용 한 것이다.

아이히만은 재판 장면 사진 : getty images
아이히만은 재판 장면 사진 : getty images

전쟁 속 인간의 모순

전쟁은 종종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 전쟁에 동원된 병사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불시에 미사일 5천 발을 쏜 하마스의 수뇌부나 행글라이더를 타고 날아가 살인을 저지른 그들 모두 평범한 이웃집 청년들이다.

인간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알면서도, 명령에 따라 살인과 파괴를 저지른다. 이러한 행위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닌 도덕적 양심과 모순된다. 

하마스가 1,400명을 죽였으니 우리는 5천 명을 죽여야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들이다. 전쟁은 인간의 도덕적 양심과 모순되는 악행을 낳는다.

도대체 왜? 인간은 모순된 존재인가? 

그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성을 가진 인간이 악행을 정당화하며 모순된 명령을 내리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권위에 대한 복종

권위에 대한 복종이 지나치면, 권위자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게 되어, 악행을 정당화하며 명령을 내리게 될 수 있게 된다.

둘째, 이기심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악행을 정당화하며 명령을 내리게 될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

셋째, 편견

인간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으면,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악행을 정당화하며 명령을 내리게 될 수 있게 된다.

정리하면 우리는 권위에 대한 복종, 이기심, 편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악행을 정당화하는 명령에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독립적인 사고와 판단 능력을 키우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며 권위의 명령이 정당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법과 제도 없이 인간 스스로 확립하기는 힘들겠지만.

모처럼 휴전을 맞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엾은 민간인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며.

문화칼럼니스트 이호준
문화칼럼니스트 이호준

관련 기사

author-img
위메이크뉴스
CP-2022-0275@fastviewkorea.com

댓글0

300

댓글0

[AI 추천] 랭킹 뉴스

  • 대한민국 해군은 ''북한이 선제공격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이유
  • 수류탄 성능보다 10배 좋다는 ''섬광탄에 실제로 당했을 때'' 보이는 시야
  • 10조 원 가치가 넘는 ''한국 기술을 해외로 유출했다가'' 덜미가 잡힌 사건
  • 전 세계 최초로 한국이 이 ''기술'' 개발하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힌 이유
  • 전기, 수도, 가스 없이 완공해서 ''분양까지 해 방치됐다는'' 인천 빌라촌
  • 학생들에게 ''답안지를 팔았다가 적발돼'' 14년째 폐교 중이라는 대학교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윤석열은 왜 구치소에서 ‘속옷’ 차으로 바닥에 누웠나?
    윤석열은 왜 구치소에서 ‘속옷’ 차으로 바닥에 누웠나?
  • 지금의 라면이 2007년 이후 더 맛이 없어진 이유…’이게’ 없다
    지금의 라면이 2007년 이후 더 맛이 없어진 이유…’이게’ 없다
  • 여름철 모기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은 ‘섬뜩’한 이유
    여름철 모기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은 ‘섬뜩’한 이유
  • 이게 한국 드라마라고? 1분 예고편으로 美 드라마 능가했다 난리난 신작
    이게 한국 드라마라고? 1분 예고편으로 美 드라마 능가했다 난리난 신작
  • “벤츠 전기차 실패 인정” 최대 2천만원 인하… 전략 수정 불가피
    “벤츠 전기차 실패 인정” 최대 2천만원 인하… 전략 수정 불가피
  • “8기통 제네시스 부활하나?” 마그마 레이싱 V8 엔진 첫 시동
    “8기통 제네시스 부활하나?” 마그마 레이싱 V8 엔진 첫 시동
  • “상반기만 17조 손실” 닛산 이어 르노까지… 신규 채용 전면 중단 선언
    “상반기만 17조 손실” 닛산 이어 르노까지… 신규 채용 전면 중단 선언
  • “한국차 무관세 종결” FTA 효과 없어졌다… 현대차·기아 주가 급락!
    “한국차 무관세 종결” FTA 효과 없어졌다… 현대차·기아 주가 급락!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윤석열은 왜 구치소에서 ‘속옷’ 차으로 바닥에 누웠나?
    윤석열은 왜 구치소에서 ‘속옷’ 차으로 바닥에 누웠나?
  • 지금의 라면이 2007년 이후 더 맛이 없어진 이유…’이게’ 없다
    지금의 라면이 2007년 이후 더 맛이 없어진 이유…’이게’ 없다
  • 여름철 모기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은 ‘섬뜩’한 이유
    여름철 모기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은 ‘섬뜩’한 이유
  • 이게 한국 드라마라고? 1분 예고편으로 美 드라마 능가했다 난리난 신작
    이게 한국 드라마라고? 1분 예고편으로 美 드라마 능가했다 난리난 신작
  • “벤츠 전기차 실패 인정” 최대 2천만원 인하… 전략 수정 불가피
    “벤츠 전기차 실패 인정” 최대 2천만원 인하… 전략 수정 불가피
  • “8기통 제네시스 부활하나?” 마그마 레이싱 V8 엔진 첫 시동
    “8기통 제네시스 부활하나?” 마그마 레이싱 V8 엔진 첫 시동
  • “상반기만 17조 손실” 닛산 이어 르노까지… 신규 채용 전면 중단 선언
    “상반기만 17조 손실” 닛산 이어 르노까지… 신규 채용 전면 중단 선언
  • “한국차 무관세 종결” FTA 효과 없어졌다… 현대차·기아 주가 급락!
    “한국차 무관세 종결” FTA 효과 없어졌다… 현대차·기아 주가 급락!

공유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