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최동훈
- 출연
-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이하늬,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진선규, 신정근, 윤경호
- 개봉
- 2024.01.10.
외계인을 만든 최동훈 감독은 믿고 보는 감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영화가 흥행에서 다 성공했고요. 평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상업 영화감독에게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흥행과 관객의 평이겠죠. 그렇게 볼 때 외계인은 지금까지와 달리 흥행에서도 관객 평에서도 좋지 못했습니다. 처음으로 실패라면 실패한 거죠. 더 큰 문제는 이 영화가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2편이라는 겁니다. 먼저 1부가 공개된 후 해를 넘어 2부가 드디어 공개되었는데요.
그나마 다행인 점은 1편이 극장 흥행에서는 실패했지만 의외로 OTT 같은 곳을 통해서 공개되었을 때는 달랐습니다. 재미있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죠. 저는 극장에서 봤는데 재미있었거든요. 굳이 실패 요인이라면 한국에서 전혀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는 거죠. 한국만의 독특한 소재를 갖고 만들었지만 다소 만화 같은 요소가 많았거든요. 외계인이 한국을 침범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무협 이야기까지 짬뽕되니 쫓아가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도 들었습니다.
이런 장르를 젊은 층에서는 몰라도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호불호가 클 테니까요. 이미 모든 촬영은 다 끝났으니 남은 건 편집 이외는 없죠. 수없이 보고 또 보면서 최동훈 감독이 편집했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시작하기에 앞서 김태리가 1부에 있던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1부 막판에 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있었죠. 류준열이 소지섭에게 있던 외계인이 들러붙었다고 하니까요. 새로운 숙주에게 옮겨지면 기억이 다시 시작된다는 점이 색다른 재미가 아니었나 합니다.
김태리는 신검을 갖고 도망쳤고 밀본은 이를 쫓고요. 류준열은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났는데 내부에 알 수 없는 힘이 있죠. 원래 염정아와 조우진이 죽이려고 했는데 죽이지 않았습니다. 류준열 내부에 있는 게 정확히 뭔지 몰라 어릴 때 확인만 하고 일단 살려두었네요. 이번에도 류준열을 그냥 죽이자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에 발현되면 그때 죽이자고 합의를 봅니다. 류준열이 정신을 차린 후 지혈 등을 하니 알 수 없는 정체가 왼손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에너지를 발산하죠.
갑자기 영화 초반 배경이었던 2022년으로 다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저 우정 출연이 아니었나 했던 이하늬가 뭔가 다른 비밀이 있던 거죠. 겉으로 보기에는 관세청 직원인데요. 무슨 특수 요원도 아닌 관세청 직원이 제법 무술을 잘합니다. 알고 보니 이하늬는 외계인 2부에 새롭게 나오는 진선규 후예였습니다. 진선규는 밀본에 있었는데 김의성에게 눈을 잃지만 따로 노력해서 무술을 익혔는데요. 진선규는 22년에 어떤 일이 일어나면 꼭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무기를 쓰라는 거였죠.
그러면서 동일하게 이미 1부에서 봤던 내용을 보여주는데요. 이번에는 대신에 이하늬 관점에서 보여주는 현재였습니다. 덕분에 다시 볼 수도 있었네요. 꼭 1부를 보지 않아도 지장 없게 만들려는 장치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그게 아니더라도 과거로 돌아간 인물이 전부 현재로 다시 와야 하는데요. 이때 이하늬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로 다시 돌아올 때 다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넘어왔거든요. 외계인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나마 이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도와 함께 무기였거든요. 그러니 이를 위해 꼭 필요한 다시 보기라고 할까요? 과거로 돌아갔을 때 의문은 썬더인 김우빈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는데요. 그 의문을 2부에서는 다 해소합니다. 1부에서 갖고 있던 많은 떡밥을 전부 회수하면서 궁금증을 해결해 줍니다. 특히나 그러면서 살짝 반전도 주고 말이죠. 지금까지 봤던 수많은 인물이 괜히 나온 게 결코 아니었던 거죠. 대신 김의성 역할은 2부에서는 확 줄어들었습니다.
새로운 캐릭터로 진선규가 나오는데요. 오로지 과거에만 머물고 있는 캐릭터인데 상당히 강력합니다. 장님인데도 귀로만 보여주는 무공이 일반인보다 더 쎄니까요. 사실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코믹한 건 대다수 염정아와 조우진이 독보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나 현대로 넘어와서 헬스장에서 보여준 에피소드가 더욱 그랬죠. 러닝머신 TV에 나오는 괴물을 진짜라 생각하고 때려 부수고요. 그 과정에서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 계속 달리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외계인 1부에서도 그랬지만 둘 다 목소리도 변조해가며 진지한 모습으로 웃긴 상황을 너무 천연덕스럽게 해내요. 류준열도 마찬가지로 너무 능청스럽게 연기를 해서 재미를 더합니다. 여러 주인공이 있긴 해도 그 중심에는 김태리가 있었죠. 김태리가 초반과 중반과 후반 모습을 완전히 달리하면서 극을 집중하게 만들어줍니다. 김우빈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이하늬와 염정아가 눈에서 하트 뿅뿅도 웃기더라고요. 저는 초반과 중반에는 영화에서 설정한 코믹은 다 웃었습니다.
웃으라고 만든 장치는 웃었다는 거죠. 1부가 흥행을 실패했는데 그때보다는 좀 더 환경은 좋다고 봅니다. 흥행에 성공할지 여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1부도 전 재미있게 봤거든요. 2부는 1부에서 뿌린 모든 걸 회수하면서 수긍하게 만듭니다. 더구나 소지섭이 1부 마지막에 류준열에게 들어갔다는 암시였는데요. 중반 이후에 류준열이 아닌 김태리 일 수도 있다는 전개가 되며 더욱 집중하게 되거든요. 저는 스크린 X로 봤는데 솔직히 이걸 굳이 스크린 X로 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핑크팬더의 한 마디 : 색다른 시도가 이번에는 먹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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