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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죽은지 12년인데.. 20년 동안 시월드에서 사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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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시월드에서 탈출하지 않는걸까?
영화 <웰컴 투 X-월드> 리뷰

엄마는 마흔에 과부가 되었다. 남편이 죽은 지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20여 년을 시월드에서 사는 50대 엄마(최미경)를 ‘나(감독, 한태의)’는 이해할 수 없다. 꽃 같은 25세에 결혼해 오빠와 나를 낳고 남편 없이 시월드에서 살았다. 찜통더위에도 속옷을 갖춰 입고 목욕하고서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없을뿐더러,  겉과 속을 알 수 없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며 불편함을 감수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고부갈등은 더해갔다. 다음 생에 할아버지와 무슨 관계로 태어나고 싶다는 물음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다.

할아버지는 무리에 섞이기 좋아하는 분이 아니셨다. 철저히 개인적이면서도 종잡을 수 없는 말과 행동과 감정 기복이 심하셨다. 그럴 때마다 샌드백이 되어 준 엄마는 늘 상처받고 아물기를 반복하다 마음에 큰 멍울이 생겼다. 할아버지의 시도 때도 없는 성화와 모진 말에 남몰래 눈물 흘리던 엄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할아버지, 나, 엄마가 사는 시월드에 어느 날 찬 바람이 불어왔다. 할아버지가 분가를 원하셨기 때문이다. 갑자기 무슨 일인 걸까.

영화는 ‘엄마는 왜 시월드는 나가지 않을까?’란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자 딸이 보내는 유쾌한 러브 레터다. 여성이자, 과부, 중년이란 고초를 겪으며 살아온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를 담았다. 결혼 후 이사를 가본 적 없는 엄마의 첫 독립기면서도 출발에 불안한 반백 새내기의 패기다. 딸 같은 엄마 엄마 같은 딸, 친구 같은 모녀 사이는 오늘도 장단이 잘 맞는다. 함께 웃고 소리 지르다가 이내  훌쩍인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시아버지가 같이 살자고 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아내인 시어머니도 두 손 두 발 들고나온 마당에 맏며느리라는 이유만으로 시아버지와 산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일까, 대체 엄마의 속마음은 뭐일까. 감독은 다양한 전제조건을 제시하며 하나씩 탐구해 나간다.

이런 엄마를 보는 나는 결혼에 회의감이 든다. “엄마 난 결혼은 절대 안 할 거야”라고 오늘도 선전포고하지만 엄마는 급구 반대다. 엄마에게 결혼은 꼭 지켜야 하는 약속과도 같아 보였다. 결혼을 인생의 최대 실수라고 말하면서도 딸에게 결혼만은 꼭 하라며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차라리 스무 살 차이가 나더라도 결혼은 하는 게 맞는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결혼을 후회하지만 결혼 안에서 안정과 행복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아니 대체 결혼이 뭐길래. 친가 외가 친척의 결혼식을 살뜰히 챙기는 엄마를 지켜보며 결혼은 절대 하지 말 것을 또다시 되새긴다.

엄마에게 결혼이란 무엇인가?

엄마는 어릴 적부터 남편에게 순종적이고 시어른과 일가친척, 제사를 묵묵히 수행하는 외할머니를 보고 자랐다. 죽어서도 시집 귀신이 되어야 하는 일생의 과업이었으리라. 맏며느리의 무게, 결혼의 이상향, 외할머니의 영향 등 복합적인 사회적, 개인적인 가치관이 엄마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런 엄마를 딸인 내가 보기에 안타깝고 싫었다. 좀 벗어나면 안 되는 걸까.

영화를 찍으며 나는 엄마의 지난 12년을 조심스럽게 들춰냈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즐겁고 행복한 기억뿐인데 엄마가 힘들었다는 것은 전혀 몰랐었다. 엄마는 남편이 죽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좌절했고, 매일 수면제를 달고 살았다. 시간이 약이라고 십여 년이 지나자 다시 활달한 엄마로 돌아와 있었지만 속은 곪아 있었다.

할아버지가 분가를 제안한 후 집안 분위기는 냉전 그 자체였다. 드디어 시월드에서 공식적으로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엄마는 나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집은 마구 지어대는데 전세금 1억으로 구할 수 있는 방이 없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반복했다. 급기야 결혼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인생 자체를 후회하는 엄마를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엄마는 결혼과 동시에 그 꿈이 무너졌다. 아빠의 사업 실패와 갑작스러운 죽음은 두 남매와 시부모까지 모셔야 하는 극한의 삶으로 내몰았고 엄마를 짓눌렀다.

그렇게 엄마는 할아버지 집에서 나와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최악의 전세난에도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만나 손수 고치고 다듬어 완성한 아늑한 집이다. 과연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다면 독립할 수 있었을까.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 쉽게 할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는 내가 알지 못하는 관계의 사슬이 쌓여 있는 듯했다.

결혼하고 남편이 죽었지만 누군지도 기억나지 않는 남편의 먼 친척의 지방 결혼식에 다녀오는 엄마를 보며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식장에서 외톨이가 될 거란 예상과 달리 친척들은 적극적인 반가움의 표시했다. 그럼 모습을 보며 엄마가 결혼으로  잃은 것만 있는 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기도 했다.  엄마 곁에는 엄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엄마가 시월드에서 탈출하지 않는 기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대소사 중 하나인 ‘결혼’에 대한 세대 간 시각을 솔직히 담아낸다. 내내 가장 큰 조력자이자 친구인 엄마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사랑스럽게 담겨 있어 무겁게 흘러가지 않는다. 가족이란 꼭 혈연관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엄마와 할아버지는 서로 맞지 않아 삐걱거림을 애써 모른 척하고 서로 상처 주며 지난 20년을 고생했다. 그만하면 되었다. 모두가 잘 해냈고 이제 각자의 새로운 출발만 남았다. 일생일대의 최대의 위기를 넘겼지만 위기는 언제든 또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엄마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여전히 많다. 이제 막 미지수의 세계, X 월드로 들어선 엄마를 언제나 응원한다. X 값에 따라 달라지는 엄마의 모습도 궁금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임을 우리는 쉽게 잊는다.

글: 장혜령

웰컴 투 X-월드 감독 한태의 출연 최미경, 한태의, 한흥만 평점 3.41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 더 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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