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넷플릭스 ‘기생수’의 연상호 감독을 만나다 – 2부
연상호 인터뷰 1에 이어 “한국에 기생생물이 떨어진다면 어떨까?”
-완전히 한국의 상황에 맞춰 새로운 상황과 인물을 설정했다. 총 6화 안에 군더더기 없이 꽉 찬 구성과 빠른 전개로 메시지뿐만 아닌 오락적인 재미, 강렬한 액션도 있다.
“전반적으로 스릴러 수사극 형태를 원했다. 그 주제를 어떻게 하면 6화 안에 극적인 형태로 놓을지 고민했는데 초반에 기생생물의 설정을 빨리 보여주어야 다른 것들도 빠르게 진행될 것 같아다. 다른 회차에 있던 설정을 1화에 넣어 합치는 작업을 했었다.
다리 위에서 펼쳐지는 4부의 액션 장면이 6부의 엔딩 장면보다 스펙터클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그게 주요 목적이 아니었기에 엔딩에서 주제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설정했다. 앞선 캐릭터들이 서로 의지하는 변화가 클라이맥스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리즈는 한국의 뛰어난 VFX 기술이 또 한 번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삼체]와 비교했을 때 엄청난 가성비 기술을 선보여 화제다.
“VFX 기술의 경우, 개인적으로 한국의 기술은 전 세계 어떤 영화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그 기술을 활용한 영화가 얼마나 제작되느냐인데 한국 시장만 본다면 너무 한정적이다. 해외에서 한국의 VFX 회사를 이용해 보라고, 굉장히 좋은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반적으로 시리즈에 VFX 기술이 쓰였지만 특히 2화에서 남일군을 배경으로 오토바이 추격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다. 촬영전에 남일군을 배경으로 한 장소를 둘러보니 (전체적으로) 평범해질 것 같아서 과감한 액션을 해보기로 했다. 드론 세계 챔피언인 기사님이 직접 액션 드론으로 촬영해 주었고, 핸드헬드로 연결해서 시도해 멋진 장면이 나왔다.
넷플릭스 안에서 영어 대사인 서구권 영화가 지배적이지만. 아시아 장르 영화의 약진이 확실히 도드라지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계속 아시아 영화의 강세가 계속될 거라고 전망한다. 그게 월드 스탠더드가 된다면 넷플릭스 운영도 달라지지 않을까.. (웃음)”
-크리처 장르의 액션이 초반에는 시선을 확 끌지만 반복되면 지루해지는 게 문제였는데, 기생생물만의 특징과 촉수 등을 제대로 살려 주고받는 액션의 쾌감도 크더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일단 보이지 않는 대상을 따라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어떤 식으로 나가서 어디에 타격해야 할 상대가 있다’는 설명이 명확해야 했다. 예를 들면 카메라가 돌았는데 뭐가 터지거나, 바람이 부는 등 리액션이 따라 주어야 했다. 특수효과팀, 촬영감독, CG 팀의 합이 중요해서 사전 준비를 많이 했다. 특히 촉수에 맞으면 와이어를 달고 그대로 날아가야 하니까 와이어 세팅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원작은 오른손에 기생하기 때문에 손을 계속 뻗고 있었고, 수인과 하이디는 고개를 까닥이며 마치 상모돌리기 같은 움직임이어야 했다.
“원작은 얼굴이 열린다는 비주얼만 가지고 바디 스내처의 원론적인 공포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원작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차별점을 주려면 신이치의 상징적인 손에 버금가는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그게 머리였다.
바디 스내처 장르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존재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는 근원적인 공포를 파고든다. 원작은 기생생물이 몸을 옮겨가면서 얼굴이 변하게 되지만 얼굴을 바꾸지 않았던 차별점도 있었다. 사실 누구라도 얼굴만 바꾼다고 원래 그 사람을 못 알아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웃음) 만화적 표현으로도 허용되기 힘든 부분이다.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눈만 봐도, 뒤태만 봐도 알지 않나? 얼굴을 바꿔 위장할 수 있다는 설정은 그래서 일부러 뺐다. 실사화하면서 바뀐 부분이다”
-개인과 조직에 관한 은유가 마지막 전쟁기념관으로 옮겨가는 것도 상징적이다.
“권혁주(목사)는 사실상 이름이 없고 이름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스포일러* 마지막 기생생물은 권혁주이자, 김철민이자, 강원석이다. 그 기생생물이 인간 조직의 모습을 상징할 수 있는 공간에서 소멸하길 바랐다. 그가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은 조직에 기생하는 개인이었고, 수인과 하이디가 깨닫는 인간의 모습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거다. 같으면서도 다른 시각을 품은 캐릭터, 세계관의 대결이다”
“시즌 2 암시.. 여건에 따라, 일본과 협업 가능성 열려 있어“
-새진교회는 목사나 신도에게 기생생물이 잠식하고 있다. 전작 <사이비>, [지옥] 등에서 보여주었던 종교의 타락, 염세적인 세계관이 계속 이어지는 걸로 봐도 되나.
“이번에는 교회 자체에 대한 묘사가 많지는 않았다. 다만 ‘인간은 어떻게 공존하나’라는 테마 안에서 조직의 일부를 보여주고 싶었다. 강우는 조직폭력배, 준경은 그레이 팀, 기생생물이 만든 종교 단체도 있다. 6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위인 기념관도 조직과 위인(개인)을 상징한다. 사회에서 만날 수 있는 많은 조직의 모습을 넣었다.
준경의 경우 일부러 이정현 배우처럼 체구가 작은 여성을 선택한 이유도 극적인 상징화를 할 수 있겠다 싶어서다. 기생생물의 대사 중에 ‘인간이 무서운 건 개인의 힘이 아니라 조직으로 뭉쳐 만든 힘이다’라는 말을 한다. 준경도 그레이라는 조직의 수장이라서 힘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일까, 조직에서 배신당한 강우가 목사를 가장한 기생생물의 진짜 의도를 알아차리는 부분이 심플하게 다뤄진다.
“기생생물이 동족을 죽이려는 목적을 조직에서 배신당한 경험이 있는 강우가 가장 빨리 알아차렸을 거라고 봤다. 강우라는 캐릭터의 원래 목적이기도 한데. 식물원에서 경희 얼굴을 한 기생생물이 목사의 배신을 알아차렸을 때. 이제 자기가 믿었던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혼란스럽다고 인간처럼 말한다. 그때도 목사의 목적을 물어볼 때 빨리 알아채고 설명해 준다.
마지막에 경희는 강우에게 ‘미안했다’는 대사를 남기며 인간을 이해하며 인간적으로 변한다. 원래는 더욱 인간 흉내를 내고 TV 뉴스를 따라 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빼버렸다. 대신 권해효 배우가 억지로 웃는 표정은 넣었다”
-기생생물의 말투에 적응하는 데 진입장벽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배우들도 대사 연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기생생물 오디션을 봤다. (웃음) 대본을 주고 이런 말투로 해달라고 주문했는데 대부분 힘들어하셨다. 그중에서 윤현길, 오치운(날개 기생생물) 배우에게서 차이점을 발견했다. 윤현길 배우는 기존 톤을 유지하면서 감정 연기까지 해주었다.
제가 서브컬처 마니아고 바디 스내처 장르의 영화를 많이 보고 자라서 기생생물 연기톤에 두려움은 없었다. 이런 톤은 위험성이 있지만 과감함으로 승부해야 한다. 모든 게 한 끗 차이다“
-원작의 오프닝을 그대로 차용한 이유가 있을까.
“오프닝은 만화, 영화, 시리즈가 같다. 기생생물이 어디에서 온 건지는 원작자만 알고 있다. 서구에서 외계 생물이라고 하면 원작자는 아니라고 하는데 지구인이 만든 건지 그것도 알 수 없다. 저는 원작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었다.
하이디라는 이름도 지킬앤 하이드라고 했다가 하이디라고 붙였던 거다. 기생생물이 이름에 집착이 없는데 그걸 반영하면서도 특별한 이름이다”
-준경의 연기톤이 전체적인 흐름에서 튄다는 인상이 있다.
“준경은 남편이 괴물에게 죽었다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받았다. 남편의 얼굴을 가진 존재와 계속 함께 하며 고문하면서도 복수를 해야 한다. 고통을 감추기 위한 가짜 광기를 품은 인물이다
진짜 준경의 모습은 과거 회상 장면 이후에 깨어났을 때 표정이나, 남편 모습을 한 기생생물이 죽었을 때 표정이다. 그게 수인과 하이디를 이해하는 과정이면서도 준경의 가짜 광기라는 가면이 벗겨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시즌 2를 연상하게 하는 엔딩이 인상적이다. ‘스다 마사키’ 캐스팅이 성사되어 모두가 놀랐다. 앞으로 일본 쪽 제작진과 협업을 암시하는 시도로 봐도 괜찮을까.
“시즌 2에 대한 상상을 자유지만 제작은 결재가 떨어져야 한다. (웃음) 그 장면은 8년 후라는 설정이다. 배우에게 구체적인 내용과 시점을 설명해 주었다. 신이치 역할을 누구에게 맡길까 생각할 때 스다 마사키를 떠올렸고, 소년적인 얼굴이지만 굵은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원작에서 성장한 신이치가 무언가를 파헤쳐 가는 이야기로 상상해 봤다.
저랑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양익준 배우가 <아, 황야>라는 영화에서 스다 마사키와 공동 주연을 했던 인연으로 알게 되었다. 일본 쪽과의 협업은 이번 작품과 별개로 같이 해볼 생각은 있다. 나름대로 여러 이야기가 오갔고 조만간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발표될 수도 있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특수효과상을 받은 영화 <고질라 마이너스 원>의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은 <기생수>의 실사판(영화)의 감독이다. 실사 영화의 장인이기도 한데 오고 간 이야기가 있나.
“몇 달 전에 일본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고질라 마이너스 원> 후반 작업 중이라 조금 보여주기도 했었다. ‘시로구미’라는 CG 회사 소속인데 제가 기생수를 또 한다고 하니 힘들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도호 인터내셔널(미국) 배급사가 직접 극장 개봉을 추진한다. <드래곤볼>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미국 배급사가 개봉을 맡아 미국 내 박스오피스 2,3위까지 간 적이 있다. 특별한 구조를 한국 시스템으로 세팅하는 방향의 해답을 찾고 있다”
-일본 원작 IP 작품을 해봤으니, 앞으로 다른 원작 실사화에도 관심이 있을 것 같다.
“너무 많아서.. 좋아하는 작품은 <체인소맨>, <아키라>, <데빌맨> 등인데 이번 생에는 다 못할 것 같다. (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내 인생에서 ‘크리처’ 무엇인지, <파묘>처럼 오컬트 장르물이 대중성을 인정받는 사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음.. 한마디로 요약하기 힘들다. (웃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부분 마이너한 성향의 서브컬처다. 그런데 이 시대에 마이너가 메이저가 된 게 신기하다. 장르의 위치가 달라진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 있다. 제가 장편 애니메이션 하던 시절 상업 영화의 표본은 로맨틱 코미디였다. 독립 애니메이션 하던 저는 영원히 데뷔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최근에 제가 예전 작품을 한번 쭉 봤는데 키치 하더라. 그 요소가 당시에는 대중과의 불호 요소로 작동했었다. 저의 뼛속까지 들어가 있는 키치함이 대중성과는 멀어서 그걸 적당히 조절하는 게 관건이었고 숙제였다.
극장용 영화에 대한 꿈도 꾸고 있다. 한국에서 극장용 영화를 한다고 하면 4대 배급사의 투자를 받아 극장에 거는 시스템이다. 넷플릭스가 무서운 건 월드와이드의 동시 공개와 파급력이다. 장기적이겠지만 월드와이드로 배급할 수 있는 한국 영화 제작이 고민이다. 초반 세팅이 중요한데 한국의 시스템 안에서 어떤 구조로 설정할 것인지 상황과 여건을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넷플릭스에서 영어 언어 영화를 즐기듯이 장기적으로 10년을 봤을 때 한국어 영화를 쉽게 즐길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 또 하나는 한국 영화가 전 세계 동시 개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이 두 가지를 근자의 목표로 삼고 있다”
글: 장혜령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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