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영화 ‘범죄도시 4’의 김무열 배우를 만나다
최근 영화 홍보 과정에서 안양예고 시절 친구였던 비와 함께 댄스 경연대회에 출전해 1등을 한 일화가 전해지면서 화제의 주인공이 된 배우 김무열. 이번 <범죄도시 4>에서 그는 새로운 빌런으로 출연해 새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이게 되었다.
<범죄도시 4>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발령 난 ‘마석도’(마동석)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광수대와 사이버팀이 공조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리고 있다.
<범죄도시>는 시리즈를 거듭할 때마다 새로운 빌런의 관심이 커진다. 김무열은 <악인전>(2019)에서 마동석과 형사와 건달로 만났던 인연이 있다. 이번에는 포지션을 바꾸어 전투력을 갖춘 특수부대 출신 백창기를 맡았다.
지난 4월 18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김무열 배우를 만나 <범죄도시 4>에 합류한 소감 및 캐릭터 구축, 액션 연기 등을 묻고 답했다. 귀여운 아들 이야기로 포문을 열더니, 지금까지 배웠던 운동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를 꺼내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과거를 소환해 웃음을 주었다. 말 그대로 ‘빛나고’ 있었는데 연기와 액션, 노래, 아내와 가족까지 진심으로 대하는 열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동석이 형 전화, 따지지 않고 승낙
–<범죄도시 4>는 무거워진 분위기다. 백창기마저도 표정과 말, 동작까지 절제하는 게 악랄하게 느껴지더라.
“절제된 연기는 전편과의 차별성이다. 백창기는 사람을 전문적으로 해치는 일로 먹고산 사람이다. 사선을 넘나든 경험 속에서 살아났고 사람을 해치는 기술을 배운 사람 키가 역력한 인물이다. 상대를 마구잡이로 찌르지 않고 정확한 부분을 찔러야 했다. 특히 표정 변화를 주지 않고 한 동작으로 빠르고 세게 찌르려니 쉽지 않았다. 힘을 주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변화가 생겨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감독님이 잘 잡아줘서 잘 나온 것 같다”
-선한역과 악역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캐릭터 소화력을 지녔다. <범죄도시> 프랜차이즈는 악역의 부담이 큰 포지션임에도 마동석의 제안에 고민 없이 답했다고 들었다. 캐릭터 빌드업은 어떤 식으로 했나.
“동석이 형이 요즘 뭐 하고 있냐 연락 왔을 때 촉이 왔다. (웃음) 그때는 형에 대한 호감과 믿음 때문에 속으로 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래도 절차라는 게 있잖냐.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형식이란 게 있는데.. (웃음) 일단 정식으로 시나리오를 받고 검토한 후 연락하겠다며 형식적으로 답했다.
다른 빌런들의 시나리오는 못 봐서 모르겠는데 일단 백창기는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어떤 캐릭터든 시나리오를 읽으면 어느 정도 해석 가능한데 백창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고, 전사를 설명하는 장면도 없어서 잘 모르겠더라.
그럼에도 하려고 했던 건, 상대 배우와 팀원 전체의 믿음이다. 배우가 여러 걱정이 생겨도 ‘이거.. 어떻게 하지’라는 말을 현장에서 할 수 없다. 서로 준비한 연기를 마치고, 연기합도 맞추고, 현장에서 떠오르는 게 있으면 더하는 정도가 대부분인데, 범죄도시 팀은 고민을 다 나눌 수 있었다. 이 사람들과 함께 하면 내가 좀 부족해도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동석이 형이 워낙 분석하고 수정하는 고민이 남다르다.
허명행 감독님은 제가 생각한 백창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평범함을 원하셨다. 나름 용병의 캐릭터를 구축한 게 한순간에 무너졌다. 무표정에, 말 섞기 싫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패션, 헤어스타일도 평범하다. 실용성을 추구하고 멋 부리지 않는 그림자 같은 사람에 가까워졌다. 필리핀에서는 문신 때문에 화려해 보이지만 잘 보면 남방에 바지만 걸치고 있다. 한국 들어와서도 코트 하나로 버티다가 추우니까 비니를 투박하게 하나 쓴다. 그때 ‘아.. 팀을 믿고 따르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시리즈 사상 마석도와 가장 대등한 캐릭터가 백창기다. 예전 빌런들은 체구의 압박이 있었는지 대부분 증량 피지컬인데 백창기는 슬림 하다.
“마석도와 대등하게 보이려는 노력보다는 그저 백창기에게 다가갔다. 어쩌면 형하고 <악인전>에서 한번 호흡을 맞춰 봤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 모습이 된 것 같다. 외형 보다 정확하고 빠른 모습에 집중했다.
솔직히 상의 탈의도 생각지 못했다. 스토리 전개상 필요한 거라면 당연하지만, 무조건 보여주기식으로 벗으라면 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었다. (웃음) 상의 탈의가 공식이라면 깨고 싶을 정도였다. 뭔가 보여주어야겠다고 가꾼 몸은 아니었지만 스토리의 흐름상 자연스럽게 드러내니, 그 사람의 전사가 읽혀서 좋았다”
다양한 무술과 운동 익혀.. 준비된 배우
-백창기는 무술 고수라는 설정 때문에 동선도 복잡하고 액션 연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앞서 말한 배운 티가 나야 했다. 애매하게 대충해서는 안 되는 캐릭터다. (웃음) 검 액션도 하나도 양검이냐 단검이냐, 벨 건지 찌를 건지, 정확하게 선택해야 했다. 그래서 찌르고 방어하는 방법, 칼등을 사용하는 이해가 어느 정도 있어야 했다. 다행히 20대 때 배운 단검술이 도움 되었다”
-칼 쓰는 운동은 뭘 배운 건가.
“칼리 아르니스라는 필리핀 검술이다. 원래는 40~50cm 정도의 칼 두 개를 사용해서 거의 썬다고 생각하면 된다. (웃음) <본> 시리즈에서 맷 데이먼의 단검 액션이 유명하고, 그보다 원형에 가까운 건 <블레이드>에서 웨슬리 스나입스가 쓰는 검술 장면이다”
-기자간담회 때 마동석 배우가 한 번 호흡 맞춘 경험도 있지만, 워낙 다양한 운동을 할 줄 안다고 칭찬했다. 항상 준비된 자세, 액션에 진심이다.
“워낙 몸 쓰는 데 관심이 많다. 어릴 때 사교육으로 태권도를 시작했고 쿵푸가 열풍이라 오래 배웠다.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고서부터는 무대에서 선보일 발레, 재즈댄스, 한국무용, 한국 전통무예, 택견 등 춤도 배웠다. 오디션 때 남들과는 다른 특기도 보여줄 겸 아크로바틱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히 집 근처에 브라질 무술 카포에이라(Capoeira)를 가르치는 도장이 있었다. 카포에이라가 아크로바틱 동작이 많이 들어간다. 기본 동작이 물구나무서기라서 운동 오래 한 사람도 힘들어하고 헤매는 운동이다. 아크로바틱과 연결해서 도움받기 좋긴 하다.
제가 배울 때 서울하고 전라도 딱 두 군데 도장이 있던 시절이었다. 도장에서 숙식 해결하던 사범님이 보여준 비디오를 보고 홀린 듯 등록했다. 마침 한가했고 남아도는 에너지를 소진해야 할 청춘이었다. (웃음) 언젠가 무대에서 써먹을 날이 오겠지 싶어 단검술, 카포에이라, 유행이던 주짓수도 배우게 되었다. 그때는 캐스팅의 차별성을 위해 배웠던 건데 관장님께 은혜를 입었다. 제게는 은사님 같은 분이시다.
관장님은 한국무술 클럽 총재이자 우리나라에 칼리 아르니스도 최초로 가져올 정도로 문화교류에도 활발히 활동하셨던 분이다. 국정원 특수부대 전술도 가르치고 총기 액션도 잘하신다. 그때 제가 배우라는 걸 아시고 열심히 가르쳐 주시면서 6개월만 열심히 하면 <옹박>의 ‘토니 자’나 ‘성룡’처럼 유명해질 거라고 열심히 가르쳐 주셨다. 카포에리라를 장착한 배우, 액션배우로 성공해 보자고 제안하셨는데.. 제가 ‘연기파가 될 거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웃음)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때라 회비도 제대로 못 냈는데.. 무료 강습에 브라질에서 공수한 도복까지 구해서 물심양면으로 도움 주셨다. 게다가 경제적인 도움까지 주셨다. 수원북문축제 때였나..? 지역 대학의 메이크업학과랑 협업해서 퍼레이드도 나갔다. 실습과정 중에 보디페인팅이 있었나 보다. (속옷만 입고) 제가 직접 모델로 서고 공연에 퍼레이드까지 하면서 수입도 쏠쏠하게 올렸다. (웃음)”
백창기, 용병 출신의 무자비한 빌런
-백창기의 대사 중에 ‘약속을 꼭 지켜라’든지, 장동철의 전화를 먼저 끊는다든지, 마치 단단한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물처럼 보인다.
“용병 사이에서 ‘약속’은 매우 중요하다. 용병은 보수를 먼저 받아야 움직이는 집단이고, 특수부대는 초 단위로 설정해 놓고 움직인다. 그 약속을 지켜가면서 수행해야, 전체 부대원의 생존을 지킬 수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신뢰가 깨지면 집단의 신뢰가 깨지는 거다. 실패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평판’이 중요하다.
백창기의 전사 중에 장동철과 우정을 나누었을 거란 설정도 있었는데 결국 그저 사업적인 파트너일 거라고 단순화했다. 장동철은 백창기의 무자비한 부분을 부러워한다고 동휘가 그러더라. 그래서 본인이 갖지 못한 것을 소유하려고 곁에 둔다. 어쩌면 백창기는 반대로 장동철의 지적 부분에 열등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백창기는 용병 생활을 하다 보면 늘 고용되는 입장이니까 아마 유리천장에 부딪혔을 거다. 그래서 장동철과 수평적인 관계로 지내왔는데 어느 날 깨지면서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해석했다”
-오른팔로 나온 김지훈 배우는 실제 복싱 선수다. 서로 액션과 연기를 가르쳐 주면서 친해졌을 것 같다.
“형의 주먹이 너무 빨라서 액션팀의 맞는 연기가 오히려 늦을 정도였다. 현장에서도 동석이 형 다음으로 경이로웠다. 우리가 농담처럼 개봉하면 (이러다가) 할리우드 가겠다며 놀렸다.
연기적인 부분은 제가 도와주려고 했다. 백창기의 오른팔로 나오니까 형님이라 부르며 모시겠다고 했었는데 친해지면서 불편해서 하지 말자고 했다. (웃음) 제 이야기를 사심 없이 받아들일 정도로 순수한 사람이다.
연기 열정도 넘친다. 혼자 인적 드문 곳에서 연기와 쉐도우 복싱을 함께 한다고 생각해 봐라. 밤늦게 남들이 보면 순수한 열정이 무서울 거 같다. (웃음) 가끔 지금도 형이랑 연락하면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넋두리한다. 그때 더 즐기고 누리지 못한 게 후회될 정도다”
-4편에 합류하며 관객의 기대와 천만 관객 스코어에 부담감이 생겨날 거 같다.
“하려고 결정했을 때는 3편 개봉 전이었는데 금방 쌍 천만의 부담이 생겼다. (웃음) 어느 순간부터는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고 재미있게 위험한 장면도 수월하게 촬영해서 좋았다. 어느 순간 팀원의 도움과 인물의 고민을 확장해 나가면서 고요해졌다. 촬영 때는 그 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마지막 테이크를 찍고 인물과 대사를 (제 손에서) 모두 보내주었다. 나머지는 관객분들이 만들어 줄 거라고 믿는다.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웃음)”
-배우란 캐릭터를 입고 벗는 직업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현장을 경험하고 특별하게 배운 게 있을까?
“공동작업이 힘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캐릭터를 혼자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 나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해서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배우가 외롭다는 말은 어쩌면 배부른 소리겠지만 실제로 외로운 직업이 배우다. 이러한 세세한 감정까지도 함께 나누고 위로받았다. 그래서 숫자(천만 스코어)에 대한 부담감을 없앨 수 있었다. 좋은 작품 하나 만들려고 다 함께 했다고 생각하니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앞으로 여러 가지로 막히면 상대를 믿으면서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다음 빌런에게 한마디 한다면.
“다음 빌런뿐만 아니라, 형사 역할 배우, 감독님 등등 영화와 연결된 모든 분에게 말하고 싶다. 시리즈가 오래도록 지속되길 염원한다. 마음 맞았던 옛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기분. 매일 놀던 동네에 같이 있는 듯한 익숙하고 포근함, 그리고 따뜻함이 <범죄도시> 하면 떠오른다. 4편에서 좋은 게 있었다면 마음껏 가져가 쓰고, 나쁜 건 절대 드러내지 말길 바란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영광이다. 마석도도 건강하게 스크린을 버텨주길 바란다”
글: 장혜령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4 감독 출연 김민재,이지훈,이주빈,김도건,마동석,마동석,유영채,오상호,마동석,이성제,박성찬,방길성,김순근,남성주,김기남,윤성민,남지수,김선민,윤일상,공태원,전민규 평점 3.29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