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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통쾌함에 현혹, 가려진 하이브 vs 민희진 싸움의 본질 [기자수첩-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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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이후 최고의 기자회견”

지난달 25일,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온라인에서 지금까지 가장 뜨겁게 호응을 얻고 있는 반응이다. 이밖에도 이날 기자회견의 일부 장면들은 밈(meme)이 돼 온라인을 떠다니고 민 대표의 기자회견 영상에 비트를 삽입해 마치 그녀를 래퍼처럼 묘사한 영상도 나왔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자신의 성격이 지랄 맞다며 억울함을 참지 못해 양XX, 지X, 개저씨, 씨XXX 등의 거친 말을 쏟아내고, 자신을 강자의 횡포에 분노한 약자들의 대변인인 듯한 구도를 형성하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회사로부터 버림을 받은 직장인으로 표현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통쾌한 자극을 선사하면서다.

하이브와 어도어의 관계성을 떼어놓고 본다면, 민희진의 원맨쇼에 직장인이 환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의 낯뜨거운 욕설과 비속어가 섞인 솔직한 ‘쇼’를 보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 직장인들이 어디 한 둘이었을까. 금기를 깨고, 규율을 깨는 것에서 오는 통쾌함은 상상 이상으로 효과가 크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단순하게 여론이 ‘난 이제부터 네 편’이라고 웃고 끝낼 일이 아니다. 경영권 찬탈 여부를 두고 다툼을 시작했을 때 가장 중요한 논점은 하이브와 어도어의 ‘관계성’이었다. 현실적으로 어도어는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이다. 민 대표는 회견에서 감정에 호소할 뿐, 하이브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한 사실과 답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하이브는 지난 2021년 자본금 161억 원을 출자해 어도어를 만들었다. 지난해 1분기까지도 하이브가 100%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민 대표가 콜옵션을 행사해 어도어 지분을 18%를 매입하면서 어도어의 2대 주주가 됐지만 여전히 하이브의 지분율은 80%다. 즉 법적으로 어도어에 대한 권리는 하이브가 압도적이다.

물론 업계에선 케이팝의 ‘멀티 레이블 체제’가 이번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안정적 매출을 위해 유사한 콘텐츠를 재생산해야하는 모회사의 입장에서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레이블 사이의 협업보다, 모회사의 지배구조 아래서 레이블 간의 갈등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민 대표 역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계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회사 내에서 담당 아티스트를 나눠 본부제와 센터제를 구축한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와 달리 하이브는 하이브는 이미 존재하던 회사를 사들여 멀티 레이블 체제를 만들었다. 현재 하이브는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이자 모태가 된 빅히트뮤직(BTS·TXT)을 필두로 빌리프랩(엔하이픈·아일릿), 쏘스뮤직(르세라핌), 어도어(뉴진스), 플레디스(세븐틴·투어스), KOZ엔터테인먼트(지코·보이넥스트도어)와 해외 레이블 이타카홀딩스, 빅머신레이블, QC미디어홀딩스, 엑자일뮤직, 네이코까지 총 11개 레이블을 산하에 두고 있다.

그런데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 모두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당장 하이브 내의 세븐틴만 보더라도 서로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방탄소년단에 매출이 치우쳐 있었으나 세븐틴의 소속사 플레디스를 인수함으로써 방탄소년단의 공백으로 발생한 소실을 보전했고, 세븐틴의 입장에선 하이브의 거대 자원을 지원받으면서 활동에 더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도의 차이이긴 하지만 산하 레이블이 모회사의 지배를 구조안에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다.

문제는 멀티레이블을 어떻에 ‘운영’하느냐다. 사실상 민 대표처럼 자신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자유롭게 음악적인 독립성을 펼쳐나가고 싶다면 애초에 모회사의 투자를 받지 않거나, 그 비율을 적게 가져가면 될 일이다. 하이브 역시 각 레이블 고유의 특색을 존중하겠다는 ‘멀티 레이블’ 운영 기조를 유지하려면 지금과 같은 수직계열화된 지배구조부터 손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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