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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 하이브 VS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여론전 다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2라운드 법률싸움에 긴장 바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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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좌), 방시혁 하이브 의장(우) ⓒ뉴스1 
민희진 어도어 대표(좌), 방시혁 하이브 의장(우) ⓒ뉴스1 

국내 최대 가요기획사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이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지난달 22일 하이브가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자 민 대표는 궁지에 몰리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민 대표가 기자회견으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여론은 엇갈린다. 케이(K)팝 최대 기획사 수장과 걸그룹 장인이 왜 정면충돌한 건지, 갈등 양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짚어봤다.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 두 사람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민희진 대표의 표면적인 갈등은 경영권 탈취 논란이지만, 이미 두 사람은 수년 전부터 갈등을 키워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는 2002년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에 공채 직원으로 입사한 뒤 소녀시대·레드벨벳 등 걸그룹 콘셉트를 이끌어왔다. 소녀시대가 공전의 히트곡인 ‘지’(Gee)를 내놓으며 선보인 ‘청바지에 흰 티’ 차림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민 대표는 2018년 에스엠 퇴사 뒤 2019년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최고브랜드관리자(CBO)로 합류했다. 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엔 방탄소년단(BTS)이라는 세계적인 남자 아이돌 그룹이 있었지만, 트와이스(JYP)·블랙핑크(YG)·레드벨벳(SM) 같은 인기 걸그룹은 없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한겨레 선임기자 jijae@hani.co.kr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한겨레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하이브에서 민 대표는 방 의장과 함께 자회사인 쏘스뮤직에서 새로운 걸그룹을 2021년에 데뷔시킬 계획이었으나 콘셉트를 놓고 갈등을 벌인 뒤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민 대표는 2021년 하이브 자회사인 어도어의 대표를 맡게 된다. 기획자로서 방 의장과 거리가 멀어진 결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하이브로부터 ‘팽’당해서 뉴진스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진스는 2022년 7월 데뷔해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대성공이었지만 두 사람의 갈등은 풀리지 않았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하이브가 뉴진스에게 ‘자사 첫 걸그룹’ 타이틀을 약속했던 것과 달리 르세라핌을 먼저 데뷔시키고, 뉴진스 홍보는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방 의장이 뉴진스가 나올(데뷔할) 때 축하한다는 말도 없었다. 이후 ‘핫 100’(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 오르고 나니 ‘즐거우세요?’라는 톡을 보냈다. 너무 황당했다”며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쏘스뮤직과 민 대표의 논쟁으로 뉴진스 데뷔 일정이 밀리면서 르세라핌이 먼저 데뷔하게 됐다”며 “두 팀의 데뷔 시점이 연달아 이어져 홍보 기간을 (따로) 설정한 것”이라고 했다.

컴백하는 뉴진스의 앞날은?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해 3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김혜윤 한겨레 기자 unique@hani.co.kr

하이브와 민 대표는 이제 치열하게 법적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법률 대리를 맡겼다. 하이브는 2020년 기업공개와 2021년 이타카홀딩스 인수 때도 김앤장의 도움을 받았다. 민 대표는 세종과 손을 잡았다. 세종은 김앤장과 더불어 엔터테인먼트 업계 사건 수임 선두를 다투는 로펌으로 통한다. 앞서 김앤장과 세종은 지난해 카카오와 하이브의 에스엠 경영권 인수전 때도 맞붙었는데, 하이브가 퇴각하면서 카카오가 이겼다. 태평양과 손을 잡았던 김앤장에 세종이 승리한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첫번째로 떠오른 법적 다툼은, 민 대표의 업무상 배임 여부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신동훈 어도어 부대표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달 26일 경찰에 고발했다. 민 대표가 어도어를 껍데기로 만든 뒤 인수하려 했다는 게 하이브 주장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민 대표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려면 어도어에 손해를 끼쳤다는 구체적인 행위를 입증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으로는 입증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자문을 해온 조광희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민 대표가) 범죄 실행에 착수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현재 드러난 자료로는 미흡해 보이지만, 하이브가 추가로 자료를 공개할지, 법리적으로 어떻게 구성할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이다. 길고 지루한 싸움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퇴사 뒤 일정 기간 경쟁업종 근무가 제한되는 ‘경업금지’ 조항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민 대표는 하이브와의 계약에 따라 최소 5년 동안 어도어에서 일해야 하는 경업금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런 의무는 민 대표의 보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민 대표가 가진 어도어 지분은 18%다. 이 가운데 13%는 하이브에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가 있다. 풋옵션은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지분을 팔 권한으로 올해 말부터 행사가 가능하다. 1천억원대로 추정된다. 나머지 5%는 하이브 동의 없이 매각할 수 없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제가 팔지 못하게 꽁꽁 묶어둔 5%(가 있다). 그게 저한테 노예 계약처럼 걸려 있다. 그게 행사가 안 돼서 나는 하이브에 영원히 묶여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민 대표가 이런 계약 내용을 수정하려고 하면서 하이브와 갈등을 촉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경업금지는 보유 지분을 매각한 뒤 동일한 업종에서 창업해 부당 경쟁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어느 업종에서나 흔히 있는 조항”이라며 “민 대표는 올해 11월부터 주식을 매각할 수 있으며 하이브와 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11월부터는 경업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민 대표가 ‘돈에는 관심 없다’고 했지만, 이번 사태를 촉발한 핵심 쟁점은 보상 규모였다”고 했다.

민 대표가 해임되거나 그의 계약 위반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하이브는 민 대표가 가진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평가 가치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즉 1천억원대로 추정되는 금액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민 대표는 경업금지 약정을 무효로 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은 경업금지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를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한다.

한편, 뉴진스 팬들은 이번 사태가 오는 24일 컴백을 앞두고 있는 뉴진스의 앞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 당시 멤버와 그 가족과의 유대감을 강조했다. 민 대표는 “정말 치사하고 야비한 놈들”이라며 하이브를 비난하는 뉴진스 멤버 부모와의 문자를 공개했고 “(뉴진스 멤버) 혜인이 포닝(뉴진스 팬 소통 앱)을 켜 자기가 (사정을) 다 이야기하겠다는 걸 말렸다. 멤버 부모님들은 제가 극단적 선택을 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팬들이 걱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뉴진스 멤버의 ‘참전’이다. 지난달 24일 한 뉴진스 팬은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를 하며 전광판에 “민희진은 뉴진스와 가족을 이용하지 말라”는 문구를 띄우기도 했다. 이에 하이브는 민 대표에게 “아티스트들과 그 가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걸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며 “뉴진스 멤버들에 대해서는 심리적·정서적 돌봄을 진행하고 성공적인 컴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 정혁준 기자 /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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