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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선 ‘소멸’ 위기, 유튜브에선 ‘흥행’ [미디어 사투리 붐①]

데일리안 조회수  

표준어 사용자 지속적으로 증가…지역어 사용률 감소 추세

“젊은 세대, 미디어 사투리 외래어로 인식하는 경향 있어”

#“2006년, 그렇게 원하던 ‘인서울’ 대학에 합격했고, (대기업은 아니지만) 번듯한 직장에 취직도 했습니다.” 누가 들어도 거의 완벽한 서울말을 쓰고 있는 직장인 A씨(37)는 전라도 광주에서 나고 자랐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그는 “취업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사투리를 고치기 위해 스피칭 연습을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그게 취업에 큰 영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충청남도 한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란 B(26)씨는 완벽한 서울말을 구사한다. 이곳에서 자란 B씨의 조부모, 심지어 부모 세대까지만 하더라도 지역의 지리적 특성상 전라도 사투리를 쓰기도 하고, 충청도 사투리를 쓰기도 한다. 이들이 지역의 영향도, 부모 세대의 영향도 거스르면서 서울말을 쓰게 된 강력한 동기는 바로 ‘미디어’였다. 일상에서의 대화보다 미디어로의 소통이 더 중요해진 청소년들에게, 미디어 속의 서울말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셈이다.

ⓒ유튜브 '할말넘많' 채널 갈무리 ⓒ유튜브 ‘할말넘많’ 채널 갈무리

지난해 국립국어원의 ‘국어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표준어를 쓴다고 응답한 사람은 2005년 47.6%에서 2020년 56.7%로 9.1%포인트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표준어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지역어 사용률은 감소 추세에 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는 사람의 비율은 27.9%에서 22.5%로 5.4%포인트,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는 사람은 13.5%에서 10.3%로 3.4%포인트 감소했다.

국립국어원은 “표준어화가 상당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응답자의 연령이 낮고 학력이 높을수록 지역어형의 사용이 감소하고 표준어의 사용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응답자의 연령이 낮을수록 표준형의 사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과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에서 평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표준어라는 응답 비율이 절반을 넘고 표준어를 잘 사용하거나 어느 정도 사용한다는 응답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표준어의 확산은 향후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언어의 표준어화는, 국가에 의해 강요된 사회적, 시대적, 지역적 기준의 산물이다. 한국어 어문 규범 표준어규정 해설에 따르면,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을 지역 기준으로 삼아 공용어적 성격을 드러낸 것이다.

‘호남의 언어와 문화’를 집필하기도 했던 유영대 전 고려대 교수(현 전북도립국악원장)는 “사실상 ‘표준어’라는 개념 자체가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오히려 그런 인위적인 규범이 차별을 만들고 언어적 계층화를 조장한다”면서 “더구나 모호하고 추상적인 ‘교양 있는 사람’ ‘현대’ ‘두루 쓰는’과 같은 상징적 기준으로 표준어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현실에서 표준어화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른 사투리의 소멸을 우려하고 있는 사이, 유튜브에선 예상치 못한 사투리 붐이 시작됐다. 사투리 특강을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영상은 최고 조회수 217만을 넘겼고, 또 다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메이드 인 경상도’ 속 경상도 호소인(이용주) 캐릭터는 총 조회수 150만회를 훌쩍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개그맨 김대희도 서울 출생이지만 대구에 8년 머문 경험을 바탕으로 원주민에 준하는 사투리를 구사하는 ‘꼰대희’ 채널을 운영하면서 실시간 동영상 1위에 랭크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미디어 관계자는 “현재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사투리는 하나의 외래어쯤으로 여기는 편이 이해가 빠를 것 같다”면서 “여전히 지역에서 올라오는 젊은 사람들은 서울말을 쓰려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는 애초에 사투리를 쓰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미디어 사투리의 경우 우리가 신조어를 배우고, 외래어를 배우는 것처럼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사투리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점점 더 낯설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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