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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의 ‘친구’ ‘아침이슬’ ‘늙은 군인의 노래’…운동권과의 관계?

최보식의언론 조회수  

[최보식의언론=박동원 논설위원]

1969년 고3 때 동해시로 야영 갔다 후배 하나가 불미스러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를 그 후배의 부모님에게 알리기 위해 서울 가는 기차에서 즉석으로 쓴 노래가 바로 <친구>다. 이 노래는 열사를 위한 노래가 되었다.

1971년 어느 날 술을 마시고 공동묘지 근처에서 자다가 아침에 햇빛을 받으면서 깨어났을 때의 경험을 그저 가사로 옮기고 곡을 붙인 노래가 1973년 건전가요로 지정되었던 <아침이슬>이다. 이 노래는 운동권의 애국가가 되었다.

1971년 김민기 전집에 수록된 ‘혼혈아’ 였으나, 검열에 의해 제목이 바꼈다. 혼혈아와 어울리는 것을 꺼리던 시대, 친구도 없는 혼혈아가 종이연 가지고 혼자 쓸쓸히 노는 장면 그린 노래가 <종이연>이다. 이 노래는 대한민국 역사를 고발하는 노래가 되었다.

1971년에 작곡되어, 같은 해에 서울대 회화과 신입생 환영회 때 여성 포크 그룹 ‘현경과 영애’가 세상에 처음 선보인 노래가 <아름다운_사람>이다. 이 노래는 80, 90년대 운동권들에 의해 불려졌다.

1973년 양희은 2집에 수록한 곡. 남 북을 묘사하며 극단적 반공주의를 비판했sm니, 박정희와 김대중을 표현했느니, 정권 실세 김종필과 이후락을 상징했느니 하며 온갖 억측을 낳은 노래가 <작은연못>이다. 이 노래는 분단상황을 묘사하는 노래가 되었다.

1973년 가수 윤지영의 음반사가 앨범에 수록될 노래를 하나 선불주며 요청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노래는 나오지 않았고, 급기야 계약 마지막날 급히 화장실에 들어가 만든 노래가 <기지촌>이다. 이 노래는 국가주도 매춘정책 비판 노래가 되었다.

1976년 카투사 군 복무중 원통 12사단으로 쫓겨가 30년 복무하고 전역 앞둔 선임상사가 자신의 얘기를 노래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에 회식용 막걸리 2말 받고 만든 노래가 <늙은_군인의_노래>다. 이 노래는 80년대 거리에서 투사의 노래가 되었다.

1977년 인천시 피혁 공장에서 함께 노동하며 아침마다 공부를 가르치던 노동자들의합동결혼식을 위해 지은 노래가 <상록수>다. (음반 제목은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 ). 이 노래는 단결투쟁의 희망 노래가 되었다.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메달을 못 따서 선수촌에도 못 남고 집으로 돌아간 이들을 위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됐다. 그때 OST로 만든게 <봉우리>다. (원제 ‘우리가 오를 봉우리’)

대중음악평론가 최경식이 동생 최양숙 음반 취입 노랫말을 써달라고 요청했을 때 고은이 즉석에서 가사를 건냈고, 최양숙 친구 김광희의 서울대 1년 후배인 김민기에게 곡을 맡긴 게 <가을편지>다.

이처럼 김민기의 노래는 특정한 의도와 경계가 없다. 그저 일상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삶, 인생, 주변부의 얘기를 시어와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든것일뿐 목표도 지향도 선동도 없는 삶의 노래였다.

그 자신도 늘 말했지만 노래란 불려지는 사람에 의해 자유롭게 해석되고 창조되고 의도되는 것이다. 정작 그는 자신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노래들로 인해 자신의 젊음이 다 망가졌기 때문에.

1978년 한국도시산업선교협의회와 김민기가 제작한 노래굿 ‘공장의_불빛‘ 이 약 2000여개의 녹음 테이프로 제작되어 노조, 대학, 종교단체 등을 통해 암암리에 배포되었다. 노조 설립을 시도하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깡패 들에 의해 좌절하는 노동자들의 고투를 담고 있다.

당시 열악한 노동자 인권과 노동환경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내용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어떤이가 김민기가 ‘운동권’이고 선동의 노래를 만들었다고 댓글 단 적이 있다. 제대 이후 자신이 만든 노래들로 사회생활이 막힌 김민기는 당시 최고3D 업종으로 통하는 피혁공장 노동자가 되었다.

노동자로 경험한 처참한 현실을 노래극으로 만든 것. 다만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이원론적 사회구조를 상정한 당대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김민기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모두가 사회 규범에 의해 지배받는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부당한 대우로 손가락을 잃고 공장을 떠나지만, 이후에 구사의가 되어 노동자를 탄압하는 아범, 서무라는 또 다른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차별성 때문에 다른 노선을 걷는 옥이 등 김민기의 시선은 ‘투쟁하여 쟁취’하는 선동이 아닌 성찰과 ‘생각하기’를 통한 자각과 각성에 촛점을 두었다.

김민기 50년지기 임진택은 “김민기가 불온한 가수로 찍힌 계기다. 민기는 투쟁의 현장에서 투쟁한 적이 없다. 순수하게 노래를 만든 건데 당시 정치 상황에서 민기 노래가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줬다. 많은 사람들이 민기의 ‘아침이슬’을 듣고 ‘애국가’ 처럼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듣고 투사가 됐다. 투사들이 그 노래를 들으면서 용기를 엄청 얻었다. 김민기의 숙명이 되어버린 것”이라 말했다.

이 처럼 김민기의 노래가 다양한 해석을 통해 불려진것은 ‘삶의 노래’였기 때문이다. 삶은 강력한 서사를 지닌다. 감정이입을 통해 공감을 일으키고 그 공감으로 인해 함께 불려지는 것이다. 내 삶과 너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강한 연대감을 통해 단결하고 어려움도 함께 이겨내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보수우파들은 김민기를 ‘운동권의 대부’라 생각한다. 그의 노래가 어떤 경로와 의도를 지녔는지도 모른 채 단지 운동권들이 불렀다는 이유로 그를 재단한다. 삶의 노래가 왜 강력한 힘을 가지는지 이해해야 대중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친구, #아침이슬, #종이연, #늙은군인의노래, #상록수, #공장의불빛

최보식의언론
content@feed.view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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