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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여왕’이 남긴 유산…행복한 기억의 유리병 [다시 보는 명대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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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잘못 살았다는 이 고백을 너희에게 유산으로 주고 싶구나”

“주식이랑 지분 모으는 것보다 행복한 기억들을 모으는 데 더 집중해 볼 거야”

“딱 하나 확실한 건 같이 있을 순 있어…너덜거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사랑, 우정, 지조, 의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없는 거 아니고 오히려 힘이 제일 세다는 거!”

맞잡은 손, 행복의 시작 ⓒ이하 출처=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현장포토’ 맞잡은 손, 행복의 시작 ⓒ이하 출처=드라마 공식 홈페이지 ‘현장포토’

사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연출 장영우·김희원, 극본 박지은, 제작 스튜디오드래곤·문화창고·쇼러너스)은 13화에서 끝이 났어도 무방했다. 13화에는 명대사가 넘쳤고, 전하고자 했던 주제 의식을 전부 전달했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도 홍해인(김지원 분)을 독일에 데려가 뇌종양 수술시키고, 기억을 잃게 하고 더불어 백현우(김수현 분)를 잊게 하고, 백♡홍 커플이 생과 사를 넘나들게 하며 3회분을 더 채운 이유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위기 속에서 재확인시키는 ‘담금질’의 시간이었다. 위기 속에서 진실은 드러나고 친구를 알아보는 게 세상사 진리이므로.

“나는 내가 잘못 살았다는 이 고백을 너희에게 유산으로 주고 싶구나” ⓒ “나는 내가 잘못 살았다는 이 고백을 너희에게 유산으로 주고 싶구나” ⓒ

‘눈물의 여왕’은 홍만대 회장(김갑수 분)의 죽음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주제 의식을 설파한다. 출연하는 많은 드라마에서 종종 사망해서, 그가 사망한 드라마들은 보통 잘돼서 ‘프로 사망러’(사망 연기 전문 배우)라는 애칭이 붙은 배우 김갑수. 그가 연기한 홍만대 회장은 12화 마지막에 스스로 삶을 마감했고, 그가 녹음 기능이 있는 만년필(손녀 해인에게 홍 회장이 선물했고, 해인이 아픈 할아버지 방에 놓고 간 것)에 남긴 유언은 13화 초반에 낭독됐다.

“내 얘기를 남길 수 있어 기쁘구나. 고맙다. 하루에 볕 잠깐 드는 지하 방처럼 내 정신이 아주 잠깐씩 돌아오는데 그때마다 난 많은 걸 생각해낼 수가 없구나. 기억나는 것도 없고 그냥 후회만 한다. 평생을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 모은 돈 안 뺏기려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발악을 했지. 그러느라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써 버렸어. 아… (탄식), 그래서 무엇이 남았나. 나는 내가 잘못 살았다는 이 고백을 너희에게 유산으로 주고 싶구나. 너희는 나와는 다른 삶을 살기 바란다. 그리하여 허무하지 않은 마지막을 맞이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람 홍만대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 재벌그룹 회장이 됐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지키는 데에 인생의 대부분을 썼다. 그렇게 돈을 좇는 삶은 허무한 마지막을 가져오는 잘못된 삶이라는 진심 어린 고백을 유언으로 남겼다. 멋진 유산이다. 안타깝게도, 나와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깨달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시간은 그에게 주어지지 못했다.

“주식이랑 지분 모으는 것보다 행복한 기억들을 모으는 데 더 집중해 볼 거야” ⓒ “주식이랑 지분 모으는 것보다 행복한 기억들을 모으는 데 더 집중해 볼 거야” ⓒ

그 답은 홍만대가 가장 사랑한 손주 해인의 입을 통해 말해진다. 악성 뇌종양에 걸려 남은 인생 3개월을 선고받은 시한부 홍해인은 되레 코앞으로 다가온 죽음 앞에서 역설적으로 삶의 길을 본다. 한집에 살면서도 점점 소원해갔던 남편 백현우, 사랑하는 이의 소중함을 너무 늦지 않은 때에 깊이 깨우친 덕이다.

“일반적으로 꿀 떨어지는 신혼부부들은 일단 어디 한 군데는 딱 붙어있는 법이라고. 손이든, 발이든, 어깨든, 뭐든(입맞춤). 그렇게 매일매일 꼭 붙어서 아무것도 아닌 일상들을 함께하는 거라고. 지금은 좋지만 살다 보면 또 고비가 올 거 아니야. 그럼 그 달콤했던 기억들을 유리병에서 사탕 꺼내 먹는 것처럼 하나씩 까먹으면서 힘들고 쓴 시간들을 견디는 거지. 그러니까 우린 좋을 때 그걸 잔뜩 모아 둬야 하는 거라고!”

“나 이제 주식이랑 지분 모으는 것보다 행복한 기억들을 모으는 데 더 집중해 볼 거야. 나한테는 이제 그 유리병을 채우는 일이 제일 중요해.”

행복한 기억을 달콤한 사탕으로 저장해 담아두는 유리병. 사랑하는 이와 사이가 좋을 때, 인생이 그나마 덜 고단할 때 아무것도 아닌 일상에서 행복한 추억을 꾸준히 쌓아두란다. 인생은 동화가 아니므로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기적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 행복했던 기억으로 인생의 고비를 넘기며 살아가란다.

인생에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위기 해결 능력인데. 우리 사회는 성공하고 부자 되는 게 행복인 양 강조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하는 방법만 주입할 뿐. 함께 나누는 기쁨이나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에 대해선 마치 그런 일이 없을 것처럼 흔히 가르치지 않는다. 해서, 인생 행로에서 종종 닥쳐오는 한파와 종종 굴러오는 바윗돌을 피하지 못하거나 지레 자포자기하는 이도 많다.

인생 벼랑끝에 몰린 이들을 넉넉하게 품는 좋은 어른, 좋은 부모의 표상을 좋은 배우 황영희와 전배수(왼쪽부터)가 따스하게 연기했다. ⓒ 인생 벼랑끝에 몰린 이들을 넉넉하게 품는 좋은 어른, 좋은 부모의 표상을 좋은 배우 황영희와 전배수(왼쪽부터)가 따스하게 연기했다. ⓒ

‘눈물의 여왕’은 행복의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는 게 위기 극복의 방법이기도 하다는 혜안을 제시한다. 가족이지만 ‘따로국밥’이었던 홍범준(정진영 분) 일가는 용두리에서 평범한 일상 안에서 행복을 쌓아온 백두관(전배수 분)-전봉애(황영희 분) 가족의 넉넉한 품 안에서 행복한 추억이 새록새록 돋으며 인간애와 가족애를 회복해 간다.


엄마와 딸이라 할 수 없이 차가운 관계였던 김선화(나영희 분)와 홍해인도 마찬가지로 용두리 울타리 안에서 ‘마음의 온도’를 높여간다. 홍수철(곽동연 분)의 등쳐 먹으려 했던 천다혜(이주빈 분)도 함께 건우(구시우 분)를 키우며 부지불식간에 쌓였던, 수철이 주었던 행복한 기억의 힘으로 다시 돌아와 양심고백을 하고 죗값을 치른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양보하며 살아가는 이들, 행복한 기억을 함께 만들지 않는 이들에게 닥칠 비극은 모자지간이면서도 20여 년의 시간을 남으로 살아온 모슬희(이미숙 분)와 윤은성(박성훈 분)을 통해 극대화해 보여준다.

“딱 하나 확실한 건 같이 있을 순 있어…너덜거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 “딱 하나 확실한 건 같이 있을 순 있어…너덜거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

‘행복한 기억의 힘’은 눈에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엄존한다. 뇌종양 수술 후 기억을 잃었음에도 홍해인은 백현우를 보면 왠지 마음이 설레고, 윤은성을 보면 뭔가 모르게 불편하고 싫다. 어떠한 기억을 나누었는가, 어떤 기억들이 저장돼 있는가가 가져온 차이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어릴 적 생명의 은인으로 시작해 청소년기 서로의 첫사랑이었고 그런 줄도 모르고 부부의 연을 운명처럼 맺었으나 이혼해 남이 된 백현우와 홍해인.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절체절명의 순간을 번갈아 겪으며 이제 서로 한 곳은 붙어 곁에 있는 삶, 붙은 채 ‘행복한 기억의 유리병’을 채울 달콤한 사탕을 다시 만들고 싶어 한다.

아직은 현우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자꾸만 마음이 가는 이로 느껴지는 해인에게, 오랜 역사를 오롯이 기억하는 현우가 말한다. 13화에서 홍해인이 했던 말을 16화 마지막에서 백현우가 다시 새긴다.

“누가 또 당신한테 총을 쏘면 그 앞으론 열두 번도 더 뛰어들 자신이 있거든! 근데 그런 거 말고, 매일 사소한 일상 속에서 지치고 싸우고 실망하는 건 좀 두려웠어. 또 틀어지고 어긋나고 미워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가 없었어. 근데 딱 하나 확실한 건 (손을 한손으로, 이어 양손으로 잡고선) 같이 있을 순 있어. 어떤 순간이 와도 망가지면 고치고 구멍 나면 메워가면서, 좀 너덜거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그래도 괜찮다면 나랑 결혼해 줄래?”

“사랑, 우정, 지조, 의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없는 거 아니고 오히려 힘이 제일 세다는 거!” ⓒ “사랑, 우정, 지조, 의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없는 거 아니고 오히려 힘이 제일 세다는 거!” ⓒ

목숨 거는 사랑이 차라리 쉽고, 일상을 함께 발맞춰 가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는 말. 이보다 더 현실의 ‘구멍 숭숭’ 연인과 부부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 있을까. 더러 문제가 발생하고 맞지 않아 덜컥거려도 함께 있고 싶고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나를 바꿔 보기도 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도 해주며 다시 한번 더불어 살아가 보라고 권한다.

얘기가 너무 길다면, 여기 똑 부러지게 현명하고 깔끔한 성격의 나 비서를 차지게 연기한 배우 윤보미가 간단하게 정리해 주는 말로 가름한다.

“아무튼 난 이번에 확실히 알았거든요. 사랑, 우정, 지조, 의리… 뭐, 이런 추상명사들, 눈에 안 보이지만 안 보인다고 없는 건 아니고 오히려 힘이 제일 세다는 거!”

보이지 않는 ‘행복한 기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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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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