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발레리나 흡혈귀 색다른 공포소재
영화 <애비게일> 리뷰
거부의 딸 애비게일(알리샤 위어)을 유괴하면 거액을 준다는 조건으로 업계 최고의 여섯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우여곡절 끝에 데려온 애비게일을 저택에서 24시간 보호 조건으로 몸값 700만 달러를 받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성공 임박의 안도감이었는지 서로의 정체를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첫 번째 조건, 누구의 딸을 데리고 온 건지도 몰라야 한다는 두 번째 조건까지 어기며 불안함을 조성한다.
한편,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애비게일은 눈물로 호소하며 안대와 수갑을 조금만 풀어 달라 부탁한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던 조이(멜리사 바레라)는 마음이 흔들려 버린다. 공포에 질린 소녀를 진정시키려던 조이는 다정한 목소리로 돈만 주면 헤치지 않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딘(앵거스 클라우스)이 누군가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는 일이 벌어진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호기심에 상자를 열었던 판도라처럼 규칙을 어긴 게 화근이었을까. 크게 잘못된 일임을 눈치채 탈출을 시도하지만 납치범들은 저택 안에 갇히고야 만
소녀의 모습을 한 춤추는 발레리나 뱀파이어
영화 <애비게일>은 소녀의 얼굴을 한 뱀파이어 ‘애비게일’의 반전 매력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애비게일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속 클로디아(커스틴 던스트)처럼 아이의 모습을 한 뱀파이어의 딸이라는 설정이다. 초반에는 눈물범벅으로 젖은 얼굴의 안쓰러운 소녀의 모습이지만, 중반부터 피를 뒤집어쓴 뱀파이어의 위협적인 모습으로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발레 동작으로 위협하는 뱀파이어는 뜻밖의 재미로 다가온다. 뱀파이어에게 물린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상상되는 전형성을 뒤틀어 새로움을 안긴다. 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춰 우아한 춤사위가 끝나면 사지가 뜯기고 찢기는 바람에 B급 장르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배가 된다. 간간이 터지는 코믹함과 액션까지 더해지자 하드보일 장르와 호러 장르의 이색 조합도 괜찮게 느껴진다.
방 탈출, 귀신의 집 콘셉트의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한 익사이팅한 스릴과 강약 조절의 균형을 따라가는 킬링타임 영화다. 다소 뜬금없는 설정이지만 뚜렷한 장르 색을 유지하며 뚝심 있게 끝까지 밀어붙인다. <파묘>의 첩장 이후부터 달라진 장르의 특징처럼 장르의 혼종이다.
피 칠갑으로 일관된 헤모글로빈 난장은 확실한 호러, 슬래셔의 B급 장르로 선회한다. 범죄물인 줄 알았던 편견이 한 번에 무너트리며 호러 영화의 탈을 쓴 영리한 장르 변화가 돋보인다. A급 배우와 배급사에서 본격 B급 콘셉트로 관객의 재미를 유도하려는 셈이다. 이야기의 탄탄함이나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겠지만 독특한 분위기와 소재가 언밸런스한 매력을 풍긴다.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로는 <메간>, <렌필드>가 있겠다. 언캐니 밸리를 유발하는 AI 메간의 공포와 뱀파이어와 종신 계약한 심복 렌필드의 상하관계가 떠오른다.
물불 가리지 않는 배우의 열연
발레리나 뱀파이어 역의 ‘알리샤 위어’는 가녀린 외모지만 강단 있는 연기로 성인 배우의 기세에도 밀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다. 넷플릭스 영화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에서 마틸다 역으로 분해 노래와 춤, 연기의 삼박자를 훌륭하게 소화한 차세대 주목할 만한 배우다. 더불어 금수저지만 철없이 납치 사건에 뛰어든 해커 새미를 연기한 ‘캐서린 뉴튼’의 통통 튀는 말투와 행동이 중독성이 강해 눈에 띈다.
또한 뮤지컬 영화 <인 더 하이츠>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스크림 6>로 새로운 호러퀸 자리를 노리는 ‘멜리사 바레바’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망가짐까지도 불사하는 ‘댄 스티븐스’의 거침없는 활약이 돋보인다. 그밖에 호러 명가로 알려진 제2의 블룸하우스를 예고하는 호러 제작사 ‘라디오 사일런스 프로덕션’의 신작으로 호러 마니아의 기대를 충족해 준다.
평점: ★★★
글: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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