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재킹> 리뷰
1971년 겨울 속초공항 여객기 조종사 태인(하정우)과 규식(성동일)은 김포행 비행에 나선다. 승무원 옥순(채수빈)의 안내에 따라 탑승 중인 승객들의 분주함도 잠시,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제폭탄이 터지며 기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지금부터 이 비행기 이북 간다” 여객기를 통째로 납치하려는 용대(여진구)는 조종실을 장악하고 무작정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 협박한다. 폭발 충격으로 규식은 한 쪽 시력을 잃고 혼란스러운 기내에서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태인. 이들은 여객기를 무사히 착륙시키기 위한 사투를 시작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극명한 호불호를 불러올 작품이다. 잘 만든 거나 못 만든 영화는 아닌데 이상하게 애매한 작품이 간혹 있다. <하이재킹>은 그런 아슬아슬한 위치에 놓여 있었던 작품이다. 우선 이 영화의 좋은점부터 말하자면 너무나도 안정적인 캐스팅 라인업이다. 하정우, 성동일, 채수빈을 비롯해 특별출연진과 조,단역 배우들을 보면 여러 작품서 봤던 베테랑 출연진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선보이는 연기만큼은 무난하고 완벽해서 생생하고 살아있는 캐릭터 연기를 볼 수 있다.
단연 압권은 극중 납치범인 용대를 연기한 여진구의 연기로 이전에 보여준 국민 남동생, 로맨틱 가이, 모습을 완전히 뒤엎는 180도 다른 모습을 선보여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연기 변신에 성공하게 되었다. 특히나 화제가 된 눈 돌아간 연기부터, 용대의 분노와 애환이 담긴 감정 연기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마저 충분히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 외 지금의 젊은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70년대 비행기 문화와 공항의 풍경 그리고 그 당시 정서가 담긴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당시 비행기에서 허용된 흡연부터, 그 시대에 쓰인 물품, 선착순으로 앉을수 있는 비행기 좌석을 활용한 장면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이러한 특별한 비행기 문화를 이야기게 적절하게 활용한 장면이 나름 재미있다. 특히 당시 사용된 비행기 구조와 장비를 비롯해 F-4 팬텀 전투기 등 당시 시대에 쓰인 항공기에 대한 묘사 역시 잘해냈다.
여기에 하이재킹 상황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을 잘 다뤘다. 조종사와 납치범의 심리전 대치부터, 비행기를 구하기 위한 일부 승객, 승무원들의 작전 그리고 북한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정부 공군의 극단적인 작전까지 당시 하이재킹 상황에서 발생햇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나름의 긴장감 있게 담아낸 사건들 역시 볼만한 수준이다. 특히 납치 상황으로 인해 여러 번 비상 착륙을 시도하려다가 결국에 다시 상승해야 하는 극적인 상황까지 잘 그려져 나름의 긴장감을 높여준다. 그런 와중에 충분히 신파적 상황을 연출할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드라마에서까지 절제된 감정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이끄는 뚝심적인 연출력은 칭찬할만하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작품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하이재킹>의 단점이 꽤 크다는 점이다. 김성한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첫 장편에 입봉해 큰 스케일의 작품 치고는 비교적 무난한 연출력을 선보여 부담이 될수 있었던 스케일적인 장면을 무난하게 완성했다. 하지만 일부 세심하게 봤어야 할 중요한 디테일한 장면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우선 문제의 첫 비행기 폭파 장면이 슬로모션과도 같은 정지된 화면으로 그려진다. 비행기의 폭탄이 터졌을때 모두가 놀란 상황을 그린 장면인데, 이 장면은 근래 들어 여러 작품에서 코믹스러운 순간을 강조하기 위한 장면으로 쓰인다. 그런데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서 이런 슬로우모션 스톱 장면을 선보인 것은 의도와 달리 코믹적인 정서를 더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 이때부터 김성한 감독이 세심한 연출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영화는 종종 드라마를 풀어내는 방식, 인물간 갈등, 화해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클리셰적인 설정과 장면을 쓰게된다. 이 때문에 이 장면이 ‘눈물을 의도했구나’,’감동 코드 구나’,’긴장감 있어야 하는데’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게 만드는데, 결국 예상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관객에게 너무나 뻔하다는 느낌을 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는 한정된 공간이 비행기라는 공간에서 발생한 사건을 다루는데 있어 나올수 밖에 없는 한계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좀 더 좋은 방식을 찾았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만큼 지금의 관객들의 영화를 보는 눈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이재킹>의 드라마와 일부 흥미, 농담 코드는 지금의 관객들의 취향을 배려하지 않아서 그런 소소한 재미를 찾을수 없다. 그나마 일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실존 인물들의 여러 사연이 안타까움과 감동을 전해줘서 이 영화가 실화인점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가장 세심 있게 다뤘어야 하는 부분은 문제의 대사, 음향 처리다. 여진구의 북한,강원도 사투리가 섞인 연기를 실감있게 구현되어서 좋았지만, 어느 정도 알아들을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이 부분은 너무 실감 있어서 그럴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일부 배우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행기의 엔진음 때문인가 생각했지만, 이는 영화의 음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행기가 아닌 외부에서도 대사 처리가 좋지 않을 정도면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한 음향의 문제가 영화의 감동을 놓치거나 방해할 수 있다.
장점과 큰 단점이 공존한 작품이지만 여진구의 악역 연기가 너무 강렬해 어느정도 이 영화를 볼만한 수준까지 만들었다고 정의할수 있다. 그나마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다면 그의 활약과 지분이 꽤 크게 적용했다고 생각한다.
<하이재킹>은 6월 21일 개봉한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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