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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자갈치 시장에서 시장 아주머니와 한국어로 대화했던 월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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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스포일러 주의*​

소리를 내면 무차별 공격하는 괴생명체가 지구에 온 첫날은 어땠을까.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공격에 쑥대밭이 된 뉴욕은 그날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뉴욕 집을 떠나 외곽 호스피스에서 살고 있는 사미라(루피타 뇽오)는 고양이 프로도와 공연을 보러 외출했다.

이게 얼마 만에 나온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간호사 루벤(알렉스 울프)의 추천으로 모처럼 만에 나들이에 나섰다. 하지만 통증은 여전하고 소음과 복잡한 인파로 인해 기분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마리오네트 공연장이라니 따분함 그 자체였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하늘에서 섬광이 목격되더니 무언가가 쏟아져 내렸다. 순간 뉴욕은 괴생명체의 출현에 아수라장이 된다. 소리 내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고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다. 곧이어 ‘절대 소리 내지 말 것’과 ‘물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 퍼지고 모든 다리가 폭격으로 끊어져 고립되어 버린다.

하지만 목적지에 가려고 홀로 사투를 벌이던 사미라는 또 다른 생존자 에릭(조셉 퀸)을 만나 숨죽인 여정을 시작한다. 지하철역, 하수구, 성당 등을 거슬러 집에 도착한 두 사람 여기서 멈추면 좋겠지만 사미라는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당장 죽더라도 피자 한 조각을 먹고 죽겠다는 작은 소망이었다.

세상이 침묵한 그날의 풍경

우리에게는 마블 <블랙팬서>에서 부산 자갈치 시장 아주머니와 유창한 한국어 대화를 나눴던 나키아로 잘 알려진 배우 루피타 뇽오가 주연을 맡은 작품.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세 번째 속편으로 괴생명체가 지구에 온 첫날을 다룬다. 프리퀄답게 시리즈를 보지 않았어도 볼 수 있는 기원 이야기다. 전작이 한적한 전원이 무대였다면 이번은 구름떼 같을 군중과 차량이 즐비한 세계적인 도시 뉴욕으로 옮겨와 세계관을 확장했다.

시리즈의 연출과 각본, 연기를 맡았던 ‘존 크래신스키’가 제작자로 변신해 ‘마이클 사노스키’의 오리지널 각본과 연출에 지지를 보냈다.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은 <피그>를 통해 전 세계인의 눈도장을 찍었다. 고립을 자초한 사연 있는 남자를 니콜라스 케이지의 명연기로 이끌어간 영화가 <피그>다. 드라마적 이야기, 확장된 볼거리가 상반된 구성으로 교차되는 재난 스릴 엔터테이닝 영화가 되었다.

영화는 471일 차를 기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보트 가족은 나오지 않지만 새로운 도시와 캐릭터가 등장해 심층적인 생존을 고민한다. 종말, 생존, 스릴, 연대라는 키워드로 존엄성을 지켜내는 깊은 철학이 특징이다. 혹시 4편이 제작된다면 괴생명체의 침공 이유를 다뤄봐도 좋을 시리즈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뉴욕시의 평균 소음은 90데시벨로 비명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준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은 소음이 사라진 대도시의 이색적인 풍경을 담고 있다. 마치 9.11테러 속으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간 듯 그날의 아비규환을 체험하는 듯하다. 화재로 인한 재가 뉴욕을 덮고 부서진 마천루와 차량 사이로 혼비백산 도망치는 군중과 떼로 몰려다니는 괴생명체의 구체적인 비주얼을 만나볼 수 있다.

이어 괴생명체에 들키지 않기 위해 소리 내지 않는 사람들, 밖을 나오지 않는 사람들, 좀비처럼 말없이 걷기만 하는 사람들. 마치 지구가 멈춘 날 같다. 음소거 상황 속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돕는 이타적인 모습은 눈시울을 붉힌다. 백색소음을 찾아 숨을 돌리고 아이를 도와주고 먹을 것을 나눠주며 목숨 건 위험으로부터 협력한다.

침묵 속에 커지는 인간의 자유, 존엄

피아니스트였던 아버지와 같은 병을 앓고 호스피스 생활 중인 사미라가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추억이 깃든 할렘가 피자가게를 찾아가는 과정은 의미심장하다. 피자 한 조각을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미라와 병치되는 마리오네트의 인형극은 시와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사미라의 전사를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진통제로도 쉽게 가시지 않는 타는듯한 고통을 참으며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사미라가 공연 도중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 결정적 장면이다.

아름다운 액자식 구성의 공연이 후반부 한 번 더 반복된다. 에릭과 아버지가 연주했던 공연장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관객을 상상하며 쇼를 펼치고 사미라와 에릭의 표정은 밝게 빛나는 애틋하면서도 슬픈 장면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비언어적인 소통이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에게 얼마나 큰 의지가 되는지 알려준다.

사미라는 낯선 에릭을 만나 아버지를 기억한다. 더 이상 라이브 음악을 연주할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콰이어트 플레이스> 두 편의 영화와 연결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단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 스피노자의 희망이 비극 위에서 조용히 싹터간다. 무너져가는 세상에서 오늘 하루 고단하게 보냈던 나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위로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이 스스로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선택, 품위가 느껴지는 인상 깊은 마지막 장면이 울림을 더한다.

평점: ★★★★
글: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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