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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때 칸에서 상 받았는데 중간고사 때문에 못간 배우

필더무비 조회수  

BIFAN 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
영화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 X ‘야기라 유야’ 배우

아시아 최대의 장르영화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과 ‘야기라 유야’ 배우가 찾았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일본 감독과 배우지만 ‘부천’은 처음 방문한 신인. 야기라 유야는 흥분된 탓인지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으며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을 따돌리고 성큼성큼 걸어갔다며 죄송했다고 수줍게 말했다.

서른다섯의 미소년은 18년 만에 재회한 감독님과 즐거워 보였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마와 공무원의 옥중결혼. 이 파격적인 설정을 현실로 담아낸 주인공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과 야기라 유야 배우를 만나 7월 5일 즐거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영화의 키워드는 ‘재회’

-한국, 그리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은 소감이 궁금하다. 한국에서 어떤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가.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 처음 방문은 아니다. 부산에서 드라마 촬영을 한 적이 있어서 몇 번이고 왔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왔더니 급격하게 변한 모습에 놀랐고 파워풀한 나라임을 느꼈다. 도착해서 산낙지와 문어를 먹었다. 맛있었다. (웃음)

야기라 유야 (배우): 한국은 방문이 네 번째지만 부산만 방문했었다. 수도권의 영화제는 처음이다. 저도 문어가 맛이었다. 한예종을 찾아 교류도 하고 N타워에서 자물쇠도 채우면서 즐겁게 보냈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참여 계기와 원작의 톤과 영화적 각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연출(감독)과 연기(배우)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츠츠미 유키히코: 원작 만화도 일본에서 흥행했다. 니혼 TV 프로듀서의 제안으로 실사화하게 되었다. 제 커리어에도만화 원작 실사 영화가 몇 편 있다. <20세기 소년>도 공교롭게 니혼 TV다.

원작, 시나리오를 숙지하고 온 배우가 구축해 놓은 캐릭터가 탄탄해 현장에서 특별한 디렉팅 필요 없이 원활하게 촬영했다. 리허설도 하지 않고 바로 진행했다. 저와 배우 모두 캐릭터의 이해도가 일치했다. 물론 저만 그렇게 생각하고 배우들은 스트레스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웃음)

야기라 유야의 옆얼굴을 카메라에 담는데 감탄했다. 한 쪽 얼굴을 담고 있던 화면에 반대쪽도 다 보이도록 연기를 하더라. 영화의 1/3이 클로즈업 장면으로 구성돼서 눈빛, 표정도 다양하게 변주를 주어야만 했다. 안면 예술의 일인자였다.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 전개를 위해서는 배우의 얼굴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 야기라 유야의 얼굴 하나로 호러, 멜로, 하얀 거짓말을 감추는 속마음까지 가까이서 담을 수 있었다.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들과 협업해 행복했다.

야기라 유야: 현장 분위기에 맞춰서 연기했고 다만 저는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편이다.(개인적으로) 작업할 때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기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촬영 때도 즐거웠고 무엇보다도 행운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감독님과 16살 때 <붕대클럽>(2008) 작업 이후 18년 만에 재회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원작을 읽는 과정도 있었지만 재회했다는 게 큰 힘이 되었다.

배우로서는 매 컷마다 오케이 사이를 받고 싶은 욕심이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기타노 타케시 감독은 원 테이크로 오케이 사인을 하기로 유명한데. 츠츠미 감독님도 한 개 혹은 2개 테이크만 가고 오케이 하셨다. 그 안에서 집중해서 연기해야겠다는 기분 좋은 긴장감과 편안한 기분으로 임했다. 배우가 한 테이크에 모든 동선과 연기를 해야 해서 압박과 긴장이 존재하게 된다.

상대역인 신쥬를 맡은 쿠로시마 유이나도 2번째 호흡을 맞추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키워드는 ‘재회’다. 한 팀으로 작업하면서 한계 없이 나올 작품의 호기심과 기대감, 설렘이 컸다.

-나츠메 아라타가 연쇄 살인마에게 청혼하며 시작하는 독특한 캐릭터를 맡았다. 상대역 쿠로시마 유이나와 호흡은 어땠나.

야기라 유야: 저는 상대방에 리액션을 하는데 중점 두었다. 쿠로시마 유이나가 임신 중인데. 홍보를 겸해서 한국에 왔지만 원만한 출산을 바라는 마음, 영화를 본 모든 분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한국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하는 염원을 담았다. 영혼을 담아서 자물쇠를 채우고 왔다. 바라는 게 잘 되길 바랐다.

-원작(만화, 애니메이션) 실사 캐릭터,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있는 캐릭터와 선역, 악역 등 장르에도 구분 없이 다양한 연기가 가능한 배우다. 원작을 그대로 살리는 톤으로 연기하는 편인지 자신만의 톤을 구축하는가.

야기라 유야: 캐릭터 접근법은 다르지 않고 차이를 두고 싶지도 않다. 만화가 원작이라고 과장된 연기를 펼치기보다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 <나츠에 아라타의 결혼>은 사형수에게 청혼한다는 설정 자체도 판타지였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를 좋아한다.

다양한 필모그래피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특정한 캐릭터, 장르에 도전해 봐야지 싶어서 선택한 건 아니었고 제안이 들어오면 어떻게 연기할지만 고민했었다. 이 부분은 반성해야겠다. (웃음) 예전에는 일본 작품부터 먼저 성취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국제적인 타깃층을 고심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동안 국내(일본)를 타깃층으로 하는 작품을 많이 해왔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작품에 관심을 두고 싶다.

한국과의 협업 언제나 원해!

-올해 영화제도 <신사: 악귀의 속삭임>,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등 한국과 일본의 협업 작품이 눈에 띈다. 한국 제작진과의 합작 가능성도 열려 있나.

츠츠미 유키히코: 한국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있는 나라라 제작진, 배우와 협업을 희망한다. <택시운전사>, 등 역사와 대면해서 풀어나가는 영화가 (저에게) 공부가 될 것 같다. 대학을 중퇴하고 20대부터 업계 경력을 쌓으며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기조를 품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씨네필은 아니어서 만화나 소설 원작, 아라시 20주년 콘서트 무비, 드라마도 연출하게 되었다. 장르, 매체, 플랫폼도 특정하게 정해 놓지는 않았다. 지금도 변함없다. 그 결과가 지금의 필모그래피가 되었다. 이 영화를 포함해서 공개 예정인 작품이 5개 정도 있다.

앞으로 일본인의 부조리나 쇼와 시대의 좋고 나빴던 점을 다 담아서 진솔하게 (일본 역사와) 대면하고 싶다. 그 시대가 아시아 전체 시대상 흐름으로 볼 때 엮여 있다. 한국, 중국, 홍콩, 대만과 작업해 보고 싶고 계획도 있다. 그런데 60대가 넘어서 성사되려면 일흔이 넘을 것 같아 걱정이긴 하다. (웃음)

야기라 유야: 개인적으로 송강호 배우를 애정 한다. 요즘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플랫폼을 통해서 한일 제작진의 협업 작품이 많은 걸로 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참여해 보고 싶다.

-부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한다. 관전 포인트가 궁금하다.

츠츠미 유키히코:
몇 시간 후면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상영할 텐데 (몰래) 관객의 얼굴, 극장 분위기, 반응을 확인하고 싶다.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은 로맨스, 스릴러, 미스터리 요소가 적절히 담겨 있어 장르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게 한국 관객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 다양한 예술 장르가 언어의 장벽 없이 전달될 수 있고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재미’다. 우리 영화가 재미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기대감이 크지만 한 편으로는 불안감도 있다. (웃음)


–<퍼펙트 데이즈>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야쿠쇼 코지(68)가 야기라 유야를 언급해 화제다. ‘이제서야 겨우 야기라 유야군을 따라잡았다.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껴지는 수상소감이다 .

야기라 유야: 14살 때 국제적인 큰 상을 받아서 감사한 마음이지만 그때 가진 목표와 지금은 크게 변함없다. 10대, 20대 역할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공부하면서 도전해 오고 있다. 그 과정을 한 바퀴 돌아 츠츠미 감독님과 만날 수 있었다. 칸영화제의 수상은 한 편에 잠시 접어두고 조금씩 전진해 나가려고 한다.

-배우는 얼굴이 명함이 되어 늘 새로운 캐릭터로 관객과 만난다. 10대에 데뷔해 20년 경력의 배우로 성장했고 이제는 30대 중반이 되었다. 앞으로 다가올 40대, 야기라 유야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야기라 유야: 한국의 팬들이 로맨스를 하지 않느냐고 불만이더라. 멜로를 부탁하는 댓글을 본 적 있다. 한국이 멜로 강국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40대에는 로맨스를 하고 싶다. (웃음) 국경을 넘나들면서 여러 역할을 해볼 수 있는 나이가 마흔 정도라는 츠츠미 감독님의 조언도 받아들이려고 한다. 40대에는 멜로에 도전해 보고 싶다! (웃음)

글: 장혜령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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