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뜨거운 여름이 아닙니다
끈적한 여름입니다.
제 기억에 보통 매미는 8월에 많지 않았나요?
저는 그렇게 기억하는 데 지금도 많더라고요.
2.
보통 매미가 벽에 붙어 우는 소리를 듣기는 합니다.
나무에 붙어 우는 게 익숙하지만요.
아파트 방범창에도 꽤 많이 붙더라고요.
제가 사는 층이 낮으면 이해 하는데요.
3.
꽤 높은 층인데도 붙어 있더라고요.
붙어 있는 것까지는 별 문제없죠.
울지 않으면 시끄럽지는 않으니까요.
이 녀석들이 아주 가끔 울 때가 문제죠.
4.
그것도 새벽에 울면 아주 시끄럽습니다.
새벽 6시에 울면 저절로 눈을 뜨게 되죠.
일어나 쫓아낸 후에 다시 자는데요.
보면 한 밤중에도 울더라고요.
5.
며칠 전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습니다.
최근 비는 쏟아진다는 표현이 맞죠.
엄청 쏟아질 때는 창문통해 들이다칠 정도입니다.
그 날도 그렇게 비가 왔습니다.
6.
신기하게도 매미는 굳건히 붙어있더라고요.
비가 들이치는 것도 들이치는 거지만요.
벽에 뭉쳐 비가 뚝뚝 떨어지기도 하거든요.
그런 비를 온 몸으로 다 맞고 있더라고요.
7.
거기에 바람도 꽤 많이 부는데 말이죠.
온갖 고초를 이겨내며 제자리에 있던 놈인데요.
저는 딱히 소리를 내지 않으니 지켜만 봤죠.
날 건드리지 않으면, 너도 건드리지 않는다.
8.
이런 생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비는 완전히 그쳤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니 녀석이 드디어….
드디어 울기 시작합니다.
9.
저렇게 딱 달라 붙어 소리를 내면 장난아니죠.
소리가 너무 시끄러우니 어쩔 수 없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가볍게..
아주 가볍게 입으로 녀석을 향해 호~~ 불었습니다.
10.
그렇게 가벼운 제 입김에 울다 날라가더군요.
아니.. 내 입김이 그렇게 냄새 나나?
내 입김이 그렇게 싫었던거야?
그렇게 녀석은 떠났습니다.
가서도 조용히 울어~~!! ㅋㅋ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