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볼버> 기자간담회
오승욱 감독,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배우 참석
영화 <리볼버>는 비리 경찰 ‘수영(전도연)’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대가로 꿈에 그리던 아파트 입주와 돈을 약속받고 복역했지만. 2년 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자 자신의 몫을 향해 전진하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윤선(임지연)’과 약속한 7억과 얽힌 앤디(지창욱)를 만나 거대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오승욱 감독은 전작 <무뢰한>(2015)으로 시작된 인연을 맺고 전도연과 두 번째 의기투합했다. <무뢰한>과 결이 달라졌고 더 젊어진 감각이 느껴진다. 어쩌면 <킬리만자로>의 분위기에 더 가깝다.
“대화로만 진행되다 보니 관객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커 고민이 많았다. 제 시나리오에 부사와 형용사만 들어있는 지저분한 문장을 촬영감독, 편집감독, 배우 등이 달라붙어 날개를 달아 주었다. 대부분이 <무뢰한> 스태프들인데 저만 빼고 모두 성장, 성숙, 발전했더라. 저도 해가 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따라가려 노력했다”며 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또한 작품 주기가 긴 편이다. <킬리만자로>(2000)로 데뷔해 <리볼버>가 거의 10년 만에 나온 세 번째 작품이다. 제작 무산된 영화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전도연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리볼버>다.
전도연은 “그 이야기가 나올 때쯤 저도 작품 갈증이 심했던 때다. 감독님이 시나리오 작업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만년 신인 감독으로 있을 수는 없었기에 동력을 제공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그사이 저는 <길복순>이나 드라마를 찍으면서 지냈고 4년 만에 소식을 듣게 된 거다. 감독님께 시나리오가 잘 안 풀리면 짧고 경쾌하고 신나는 작품을 해보자고 제안했었다. 개인적으로 감독님을 좋아하는데 앞으로는 작업 시간을 줄여나가면서 다작하셨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극 중 하수영은 분노가 차오르는 억울한 상황이지만 시종일관 차분한 톤으로 연기한다. 오승욱 감독은 “서로 대화로 만들어진 톤이다. 시나리오 상에는 지나칠 정도로 ‘무표정’이란 단어를 많이 넣었는데, 배우가 해석을 더한 부분이 크다. 둘의 팀워크가 시너지를 낸 것 같다”며 “시나리오 작업부터 전도연 배우와 수영을 만들어 갔다. 수영은 악당과 마주칠 때도 공감 능력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으면 했고, 타인과 공감 능력을 높이면서 마지막 벌어지는 절에서의 장면까지 이어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영이 입주의 꿈에 부푼 비리 경찰일 때와 교도소에서 2년을 보내고 인간으로서 달라지길 바랐고 그게 격이 생기는 거였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도 끝까지 품격을 잃지 않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추가로 전도연은 <무뢰한>의 김혜경과 차이점을 설명했다. “김혜경은 뜨거웠는데 <리볼버>는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보면 어떨지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향수 뿌리는 미친개’로 불리며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선보인 지창욱은 전도연과 합을 맞출 때 무자비하게 맞거나 지질한 모습으로 신선함을 안긴다.
지창욱은 “시나리오를 읽고 ‘앤디’ 캐릭터를 만들어 봤다. 감독님과 일치한 의견은 특이했으면 좋겠다는 거였고 현장에서 다른 배우와 합을 맞추고 감독님의 디렉션을 합해, 독특하고 새로운 장면이 탄생했다. 의도했던 건 아니었는데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제작진이 만들어 주었다”
라며 “도연 선배와 처음 만났지만 늘 동경했던 분이어서 긴장을 많이 했다. 특히 바에서 합을 맞출 때는 현장에서 추가 액션을 구상하며 시원시원하게 잘 맞았던 기억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도연은 “제가 선배이다 보니 어렵거나 무섭다는 말로 공식 석상에서 존중의 표현을 해주는 거 같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창욱 씨의 배려를 받으면서 즐겁게 촬영했다. 혹시라도 제가 실수해서 때릴까 봐 걱정했는데 자연스럽게 액션 하게끔 도와주었다”라며 웃음을 유발했다.
또한 아군인지 적군인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캐릭터 윤선을 선보인 임지연은 이번에도 전도연과 케미를 선보였다. 임지연은 “그동안은 작품 속에서 상대와 적대적인 관계였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결이다. 감독님은 배트맨과 로빈 같은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길 바라셨다. 개인적으로는 투 샷이 재미있었다는 생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윤선은 수영과 반대다. 화려한 스타일링과 겉치장이 톡톡 튀는 이중적인 매력을 선보이게 되었다. 저도 초반에는 이것저것 의도한 설정을 정해두었는데 그저 본능대로, 느껴지는 대로 반응하고자 했다”
반가운 얼굴도 등장해 놀라움을 준다. 이정재, 정재영, 전혜진의 캐스팅 비화를 오승욱 감독이 전했다. “이정재 배우의 캐스팅에는 개인적인 친분도 있지만 한재덕 대표가 함께한 술자리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A 배우의 특별 출연을 제안했지만 스케줄 때문에 힘들어지자. 동석했던 이정재 배우가 하겠다고 나서 기적적인 출연이 성사되었다”라며 “촬영 중 아이디어도 내고 특별출연이 아닌 주연 같은 자세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재영도 오랜 술친구였다. 제가 조감독일 때부터 친했고 전도연 배우와는 <피도 눈물도 없이> 때 호흡 맞춘 경험도 있어서 부탁했다. 전혜진 배우의 경우는 한재덕 대표가 부탁해 성사되었다. 바쁜 시간에도 불구하고 결정해 주었다. 마지막에 절에서 멋진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다. 저는 연출자라기 보다 전혜진 배우의 연기에 카메라만 들이밀었을 뿐이다. 본능과 직관으로 연기하는 배우였다”며 극찬했다.
그러면서 전혜진 배우가 맡았던 그레이스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미술 세트 팀의 노고에 감사했다. “음악, 미술 감독도 제가 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어서 잘 통했다. 지문에는 강남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빌딩이라고만 적어 놨는데, 원시림같이 쓰러진 고목을 건물 안에 놔두면서 캐릭터의 의뭉스러움을 찾아냈더라. 캐릭터를 부각하는 미술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허명행 감독의 액션 지도를 곱씹었다. “<무뢰한> 때부터 잘 알던 사이다. 제가 합을 짜는 복잡한 기술 액션 보다 테이크 지속 시간이 길고, 감정이 우선시되는 실제 같은 액션을 선호한다는 것도 잘 안다. 허명행 감독이 없었다면 다음 영화도 못 찍을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하수영이 쫓으려던 목적에 대해 오승욱 감독은 “결국은 죄의 구렁텅이에 덜 빠진 최종 승리자다. 교도소에 출소한 순간 투명 인간 같았던 존재가 길을 걸으면서 점차 피, 뼈, 육체를 찾아가며 자존심을 회복한다. 결국에는 보이는 인간이 되어간다. 총을 쥐는 순간 살인하지 않는다면 돈과 아파트를 손에 넣지 못할 거라 믿었지만. 끝까지 목적을 찾아 살인 없이 승리한다”며 영화를 소개했다.
한편, <리볼버>는 오는 8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글, 사진: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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