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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돈, 아파트, 가족까지 다 잃은 안타까운 근황알린 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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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볼버’ 리뷰

푸석한 얼굴로 교도소를 나온 하수영(전도연)은 돈, 집, 사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음을 알고 허탈한 마음뿐이다. 2년 전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대가로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와 돈을 받기로 한 약속이 증발해 버린 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생각할 틈도 없이 낯선 얼굴, 정윤선(임지연)이 수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선은 임석용(이정재)과 안면 있는 사이인 듯 수영의 과거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기분 나쁘지만 일단 곁에 두기로 했다.

누구라도 믿을 수 없는 처지의 수영은 윤선을 이용해서라도 정보를 캐내야 했다.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공조는 위태롭게 흘러가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임석용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자, 무언가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수영은 제 몫을 되찾기 위한 여정 중 앤디(지창욱)를 만나 거대한 진실과 마주한다.

어딘가 뒤틀린 캐릭터 열전

영화는 인물과 상황을 다루는 의외성이 강하다. 강남의 고층 빌딩, 고급 술집과 차에 익숙한 인물이 산기슭의 사찰에서 휠체어에 의지하는 아이러니가 실소를 머금게 한다. 빼곡한 자갈길을 푹푹 빠지는 하이힐을 신고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쓴웃음을 짓게 한다. 눈엣가시인 하수영이 인물을 하나씩 대면할 때마다 서로 흔들리는 심리묘사가 압권이다. 예상했던 이미지, 장소, 상황을 조금씩 비틀어버린 삐걱거림이 이승욱 표 영화의 특별한 인장이다.

그 중심에는 안타고니스트 앤디와 기회주의자 윤선이 자리하고 있다. 앤디는 로맨틱 코미디 이미지가 강했던 지창욱을 비열하고 지질한 모습을 만나볼 신선한 캐릭터다. 앤디 또한 권력, 돈, 신뢰를 잃으면서 밑바닥에 자리한 또 다른 하수영이다. 잘 해보려 했지만 자승자박 결과에 모든 것이 뭉개진다.

윤선은 겉만 봐서는 도무지 속내를 가늠하기 힘든데, 로빈과 배트맨처럼 대등한 관계로 설정해 시너지와 불균형을 잡아갔다. 같은 여성으로서의 동질감과 연대, 그 이상의 복잡한 감정이 교차된다. 어디로 튈지 몰라 예상하기 힘든 결말에 의문스러움을 더했다. 또한 임석용과 그레이스의 전사가 쉽게 드러나지 않아 인물 간의 관계를 더욱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수영은 형사였지만 경찰 홍보국 아나운서로 일하며 경찰서나 현장 보다 강남의 술집과 호화로운 생활에 익숙해진다. 본분은 잊고 불륜까지 서슴없어진 수영은 틀어진 일의 책임지는 대가로 복역한다. 2년 동안 교도소에서 온갖 일을 겪으며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새롭게 출발한 미래를 꿈꾸며 출소한다.

완벽히 배신당해 쌓아 놓은 것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 수영은 총 한 자루를 쥐고 무조건 전진한다. 누구라도 한 방에 날리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나, 총을 쏠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대신 삼단봉을 휘두르며 앞길 막는 위험과 잔혹한 대결을 펼친다. 죄를 지었지만 살인만은 하고 싶지 않다는 신념을 지킨 수영은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친다. 인간으로서의 격조를 지켜내며 진정한 하수영이 되어간다.

배신의 순간 발현하는 인간 군상

<초록물고기>(1997),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이재수의 난>(1999)의 시나리오 작가로 오랜 활동 중 2000년 <킬리만자로>로 데뷔한 오승욱 감독은 경력에 비해 작품 편수가 많지 않다. 연출작으로는 <리볼버>가 세 번째다. <무뢰한>(2015)으로 인연을 맺은 전도연과 두 번째 의기투합한 영화다.

비정하고 눅진한 피카레스크, 누아르, 하드 보일 장르를 꾸준히 만들었던 오승욱 감독은 믿음이 깨어지는 순간 다양한 인간 군상이 발현되는 힘에 매료되었다고 털어놨다. <킬리만자로>는 지방 건달인 쌍둥이 동생의 죽음 이후, 동생인 척 고향으로 향한 정직 당한 형사(형)가 서서히 그들과 동화되어 가는 쓸쓸한 새드무비다. 당시에는 처참한 흥행 실패로 쓴맛을 보았지만 24년이 지난 지금은 시대를 잘못한 한국형 누아르라는 평을 듣는 영화가 되었다. 박신양의 색다른 1인 2역과 안성기의 농익은 처절함을 만나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전도연과 호흡을 맞춘 <무뢰한>은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말 그대로 밑바닥, 처절한 삶을 사는 한 여성이 남성으로 인해 고통받지만 자신을 이용하려는 또 다른 남성을 만나 진심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전도연과 김남길의 연기 대결뿐만 아닌 장르적 특성까지 살려 팬층이 두꺼운 영화다.

<리볼버>는 전도연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무뢰한>과 최대한 같은 스태프를 꾸려 시너지를 낸 작품이다. 캐릭터 하수영은 <무뢰한>의 어둡고 무겁지만 끊어 오르는 김혜경보다 조금은 가벼운 분위기이지만 무표정과 차분한 말투, 억누르는 감정이 극명한 차이점이다. 결국 돈, 집, 사람까지 잃어버려 투명 인간에 가까웠던 하수영이 여러 사람을 만나서 하나씩 자신을 채워가는 분투기다.

오승욱표 영화의 뿌리인 믿음과 배신이 중심인 상황은 변함없다. 전도연이 맡은 비리 경찰 하수영을 필두로 연인 임석용(이정재), 속내를 알 수 없는 조력자 정윤선(임지연), 약속을 어긴 당사자 앤디(지창욱), 돈줄의 출처이자 미스터리한 인물 그레이스(전혜진) 등 개성 있는 캐릭터 향연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연기라면 믿고 보는 배우진의 총출동은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융화되어 하나의 작품 속에 존재한다.

평점: ★★★★☆
글: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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