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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살짝만 비틀어도 새로워진다

길벗 조회수  

낡은 내용을 새롭게 변화시키다

연초마다 찾아오는 사업계획 스트레스

이 글은 연간 사업을 기획해야 하는 실무자나 책임자급을 위해 쓰겠습니다. 연말이 되면 본부마다, 팀마다 새로운 사업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미 배정된 일상 업무만도 산더미 같은데, 경영진에서는 새로운 기획안을 내라고 닦달하니 괴로워요.

연간 사업 계획은 경영진에게도 꽤 스트레스입니다. 제가 아는 경영진 대부분이 토로하는 고충을 얘기해보겠습니다. 경영 회의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조직의 새로운 사업 방향을 설명하면 실무 책임자급 모두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얼마 뒤에 가져온 사업계획을 보면 맨 위에 사업목표와 주요 제목은 시킨 대로 한 게 맞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기존 걸 그대로 들고 온다는 겁니다. 불같이 화를 내고 반려시키면 다시 해오기는 하는데 좀 더 정교하게 감췄을 뿐 결국 새로운 시도 없이 재탕 사업투성이라는 군요.

대통령조차 비슷한 고충을 호소합니다. 각종 지시를 내리면 정부 부처에서 ‘말씀대로 이행했다’라는 결과보고서가 올라오는데, 원래 하던 업무의 포장만 바꾼 경우가 허다하다고 해요. 즉 하나도 바꾸지 않은 거지요. 임기 중반을 넘어가면 대통령이 수석회의에서 초조감을 표출하는 게 괜히 그러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매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겠어요? 불가능하죠. 이럴 땐 앞에서 배운 기획의 기술을 활용해 평범한 일상 업무를 새롭게 보이도록 살짝 바꿔보면 어떨까요.

① 기존 사업을 포스트잇(화이트보드)에 펼쳐봅니다.

먼저 포스트잇과 화이트보드를 준비합니다. 화이트보드에 기존 사업의 큰 묶음(굵직한 사업목표 또는 목표 프로젝트)을 제목으로 쓰고, 아래에 이미 했거나 해야 할 업무들을 적습니다. 아직 사업계획을 세우기 전이라면 작년 실적 기술서를 참고해서 적으면 됩니다.

② WHY, 즉 이 일을 왜 하는가를 고민합니다.

인사부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인사부의 존재 가치는 뛰어난 실적을 낼 수 있는 인재들을 뽑고, 그들이 재능을 발휘하며 잘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회사는 기존 주력산업이 사양세로 접어들면서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산업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죠. 그래서 올해 사업계획 방향을 ‘회사를 성장시킬 재능 있는 인재들을 데려오고 키우자’로 잡아야겠다고 정했다고 해봅시다. 회사가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소비 예측 서비스와 원격 의료서비스에 진출하려고 애쓰고 있으니까요. 그러면 여기에 최적화된 인재를 만들어야겠지요.

③ 뇌가 좋아할 만한 직관적이고 인상적인 이름을 지어줍니다.

예전 이용태 전前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은 ‘소프트웨어 인재 10만 양병설’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한 갖가지 지원 제도를 아우르는 멋진 네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이제 직원 만족도 제고, 인사 평가 시스템 개선, 채용 홍보 강화 같은 낡은 사업계획은 쓰지 말자고요. ‘3대 신산업을 위한 맞춤형 인재 1,000명 양성 프로그램’ 같은 방식으로 쓰면 어떨까요?

④ 업무를 재배열하고, 사람・시간・공간・과정 등을 살짝 비틉니다.

그러면 이제 ①번 단계에서 펼쳐놨던 업무들을 묶을 차례입니다.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3대 분야 또는 4대 분야를 선정합니다. 이 분야는 Why-How 방식, So What-Why So 방식 등을 활용하여 로직 트리를 만들어 찾습니다. 여러 번 강조했듯이 MECE가 정확히 지켜지는지 점검합니다.이제 새로운 사업목표와 세부목표가 세워졌습니다. 그 밑에 채용 박람회, 신입 및 경력 채용, 신입사원 교육, 기존 임직원 교육, 사내 강좌, 직원 포상 등 기존의 일상 업무들을 넣습니다.

여기에서 일상 업무를 조금 더 새롭게 바꿔보겠습니다. 가장 손쉽게 하는 방법이 대상(사람)을 살짝 뒤트는 방식입니다. 홍보팀이라면 기존에는 홍보 관리를 일간지 중심의 취재 기자를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블로그나 유튜버의 인플루엔서나 오타쿠 수준의 동호회 인원을 타깃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사람은 연령대, 성별, 구매 경험, 지역, 구매패턴 등으로 다양하게 쪼갤 수 있으므로 방향을 트는 것도 수월합니다.

그 외에도 프로젝트가 식상해보이지 않도록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공간, 시간, 과정 등 기존 프로젝트와 다르게 보이게 할 수 있는 요소는 곳곳에 있거든요. 늘 해오던 장소를 바꾸는 법, 시간대나 날짜(계절)를 바꾸거나, 전체 프로세스 과정을 살짝 뒤트는 것 등이 있겠습니다. 인사부의 경우 해외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주요 대학의 한국 유학생 커뮤니티 운영진과 협력 채널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오프라인으로 학교 건물에서 하던 채용설명회를 SNS 라이브 채용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바꿔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⑤ 20%의 새로운 요소를 추가합니다.

앞에서 리더들은 포장만 바꾼 사업계획에 몇 년 또는 몇십 년동안 지긋지긋하게 넌더리를 내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러니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하되 20% 새로운 사업을 추가해보겠습니다.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기존에 하던 사업을 잘 유지하는 것보다 항상 후한 가산점을 받으니까요. 이때 새로운 요소가 반드시 20%일 필요는 없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앞에서 대상, 공간, 시간, 과정 등을 살짝 비틀어서 사업을 새롭게 보이게 했으니까요. 전반적으로는 절반 가까이 새롭게 시도하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새로운 것 20%를 추가할 때는 자잘한 걸 늘리기보다는 핵심 WHAT을 돋보이게 할 큼직하고 눈에 띄는 프로젝트를 1~2개 추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할 점은 20%를 늘리라는 것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라는 의미이지, 양을 늘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연간 열 번 하던 채용상담회를 열두 번 한다고 해서 20% 새로운 걸 추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답니다.

일상의 업무를
펼치고, 쪼개고, 새로 네이밍한 후,
재구성해 봅시다.

그리고
대상, 공간, 프로세스, 목적 등을
살짝 비틀면
새로운 사업계획이 됩니다.

원래 완벽히 새로운 기획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저자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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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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