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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기자간담회
한제이 감독, 박수연, 이유미 참석

9월 25일 용산 CGV에서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이하 우.천,사)’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한제이 감독, 박수연, 이유미 배우가 참석했다.

영화 ‘우.천.사’는 1999년 세기말과 2000년 Y2K가 혼란스러웠던 종말론의 시대에 싹 튼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18살 태권도 유망주를 꿈꾸는 주영(박수연)과 자유로운 영혼 예지(이유미)의 가장 순수했던 그 시절의 온기를 그린 로맨스다. 다소 시적인 분위기의 긴 제목이 가을의 정서와 맞아 떨어진다.

십대의 로맨스와 체육계 폭력

한제이 감독은 ‘담쟁이’를 통해 가슴 아픈 퀴어 로맨스를 선사한 바 있다. 이번에는 세기말을 배경으로 십 대의 로맨스뿐만 아닌 체육계의 비리와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감독은 “지금보다 더 심했던 체육계 폭력 문제를 녹여냈지만 메인은 둘의 사랑 이야기다”라며 “예지 엄마와 예지가 가정폭력을 당하던 중 정당방위로 예지 아빠가 사망하게 된다. 그 상황을 예지 이모가 다 뒤집어쓴 서사가 있었다. 그 모습을 다 지켜본 예지는 사랑, 희생의 가치를 배우게 되었고 곧 예지가 맞게 된 서사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은 주영의 퀴어 서사를 연기하며 힘든 점을 묻자 “둘의 감정이 명확해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주영은 사랑하면 돌진하는 순수한 아이고, 사랑이란 스스로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게 주영의 장점이었다”며 설명했다.

이어 “체육계 폭력은 만연해서 꼭 다뤄야 한다고 봤다. 맞는 장면은 액션 합을 짜서 힘들지 않았는데 태권도를 배워야 해서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중 3 때 태권도를 배웠고 잘 해서 성인반에 다녔을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연습에 돌입하니 발차기부터 체력 활동까지 처음부터 준비해야 했다. 특히 성희 역할을 맡았던 신기환 배우는 국대 역할이라 더 열심히 해야했다”며 힘들었던 순간을 말했다.

이유미는 전작부터 계속 처연하고 아픈 캐릭터를 연달아 연기했다. “예지에게 끌린 이유는 주영의 첫사랑이라는 점이었다. 한 편의 순수한 동화책을 읽는 온도가 느껴졌다. 한 사람의 처음 사랑을 받는다는 데 의미를 두었고 흔들렸다”며 선택하게 된 이유를 답했다. 그러면서 “맞는 액션은 힘들지 않았지만 벗어나고자 했던 생각이 컸다. 그때만 생각하면 피곤하고 졸렸던 기억이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감독은 “예지는 일찍 철들어버린 현실적인 아이다.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이유미 배우밖에 없었다. 애처롭지만 사랑 앞에서 용기 낼 수 있는 캐릭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주영의 경우는 밝고 순수한 예지와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사랑 앞에서 돌진할 수 있는 용기를 품은 캐릭터다. 예전에 출연 단편을 감명 깊게 봤고, 특히 눈빛은 밝은 모습에 녹여내고 싶었다. 바로 전화해서 저와 캐릭터 소개를 드렸는데 바로 답변 받았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밝혔다.

‘담쟁이’가 떠오르는 몇몇 장면이 오버랩된다. 체육계 폭력을 다루고자 했을 때 태권도를 정한 이유에 대해 한감독은 “태권도 설정은 태권도 선수 출신인 작가님이 초고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고 했고, “해변가, 칫솔 장면 등이 겹치는 건 바다 하면 자유롭게 해방되는 기억이 있는데 제 잠재된 내면 의식이 발현된 거 같다”고 대답했다.

영화 속에서 엄마는 주영에게 자신을 방어하라며 태권도를 배우게 했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지켜줘야 할 어른들 학교, 경찰, 소년원, 부모가 부정적으로 다뤄진다.

한감독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조금 덜 다룬 게 영화의 현실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연대하면서 대물림을 끊어내고자 한 노력을 담아내려고 했다. 주영이 자기방어는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공격까지 한다면 비현실적인 영화가 될 것 같았다. 영화를 보는 시각 차이도 존재한다. 예지 이모나, 주영 엄마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보호하려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1999년 세기말의 첫사랑

올해만 1999년이 배경인 영화가 세 편이다. ‘세기말의 사랑’, ‘빅토리’가 앞서 세기말을 다뤘다. MZ세대의 레트로 열풍이 영화계에도 Y2K 시대로 편중되어 있다.

한감독은 “저도 그게 궁금해서 생각해 봤다. 80년대 생 감독들이 성장하며 활동하면서 생긴 현상 같다. 저도 1999년에 초등학생이었는데 그 시절을 그리워 한다는 게 느껴진다. 스마트폰 때문에 편리해졌지만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고통도 있다. 하지만 그때는 연락이 잘되지 않아서 엇갈렸다. 삐삐, 손 편지, 집 전화, 공중전화 등 순수함과 아날로그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말론과 첫사랑의 아이러니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날로그적인 게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폭력이 만연했던 90년대는 그게 폭력인지도 잘 몰랐다. 지금은 불합리함을 핸드폰으로 찍거나 어딘가에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며 소재와 배경 구상을 소개했다.

1999년을 사는 18세를 연기한 박수연, 이유미 배우는 세기말을 어떤 식으로 익혔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이유미는 “제가 94년 생이라 99년도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물건이나 집이 주는 익숙함이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예지가 사는 주영의 집이 세트가 아닌 실제 집이었는데 나무들이 삐걱거리는 소리나 미술 세트 등이 1999년 분위기를 만들어주어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수연은 “촬영 전에 그 시절을 검색하기 위한 백문 백답을 썼었다. 좋아하는 노래, 장소 등을 적다가 주영이가 태권소녀이다 보니, 당시 선망했던 여성 선수를 검색했었다. 그때는 태권도 경기 방식도 달랐었다. 점수 매기는 방법 등을 디테일하게 연구했었다”고 답했다.

한감독은 “저희 영화가 놀랄 정도의 저예산이다 보니 로케이션에 신경을 많이 썼다. 미술은 시간과 돈이 생명이었다. 한 방만 도배장판을 다시 해서 가구부터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체크했다. 별자리 야광 스티커까지 디테일하게 진행했다. 국기원 대회 장면 연출도 신경 썼다. 그때 쓰던 장판을 구해서 다시 깔았는데 저예산에서 도저히 나오기 힘든 미술이었다. 연출 제작팀까지 붙어서 세기말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음악 사용까지도 세기말과 완벽하다. 주영과 예지가 서로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노래방 장면에서 자우림의 ‘애인발견’이 나온다. 노래를 부르며 플러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유미는 “지금 생각났는데 노래방 신 때문에 노래를 배웠다. 효과가 있길 바란다. 그 장면을 찍을 때 단순히 노래 부르는 장면 같은데 유혹까지 해보는 건 처음이라 감이 서지 않았다. 고민도 했고 긴장도 했었다. 가사를 곱씹으면 주영을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서사라서 복합적인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고 고백했다.

그 밖에도 코요태, 신화, 베이비복스, 고호경 등 그 시절 감성을 소환하는 음악이 적재적소에 쓰였다.

한감독은 “애인발견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고 책정된 노래였다. 메인 포스터에 나오는 고호경의 ‘처음이었어요’는 논의 끝에 주영의 첫사랑 서사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롯데리아에서 나오는 BGM이나, 민호가 부르는 노래 등은 그 시절에 신났던 노래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수연, 이유미 배우의 케미를 가득 담아 올가을 풋풋하고 가슴 찡하게 만드는 그 시절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우.천.사’는 10월 16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글, 사진: 장혜령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감독 출연 한제이,한제이,나예은,김사월,전상진,박세영 평점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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