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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50대인데 20대 처럼 보이는 미모의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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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영화 ‘보통의 가족’의 김희애 배우를 만나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드라마다. 네덜란드의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자녀의 범죄 현장을 본 부모의 엇갈린 선택은 전 세계를 넘어 리메이크되었다. 본국 네덜란드(2013)를 비롯해 이탈리아(2014), 미국(2017) 그리고 한국이 네 번째다. 화제의 중심에 선 영화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에 공식 초청되었다.

10월 7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연경 역의 김희애와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김희애는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와 결혼한 연상의 프리랜서 번역가 ‘연경’을 소화했다. 장남 대신 차남이 부모님을 모시는 집안의 며느리이자,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인 인물이다. 남편의 형 재완(설경구)과 재혼한 지수(수현)를 질투하지만 아닌 척, 괜찮은 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음의 소리에 솔직한 평범한 ‘연경’

40년 연기 경력의 베테랑 배우도 대사 한 줄 쉽게 넘어가지 않는 허진호의 현장에서는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평소 감독님을 존경했고 호흡 맞춰보고 싶었다. 첫날 리딩부터 혹독했다. 대사 한 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이 신을 그렇게 표현한 이유,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며 질문이 넘쳐나 멘붕이 왔다. 그때 감독님의 작업 방식을 알게 되었고,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가 그냥 나온 게 아님을 이해했다. 그래서 그 세계에 푹 빠져보고자 생각했다”며 당시를 곱씹었다.

“감독님은 정답을 찾기보다 끝까지 열어두는 스타일이다. 연기에 정답이 없듯이 열어 둔 환경이 창조적인 발상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힘들어질 수도 있다”며 여느 현장과는 달라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시리즈 [퀸메이커], [돌풍], 영화 「데드맨」에서 보여준 지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과 확연히 다른 역할이다. 과한 힘을 뺀 생활 연기가 돋보인다.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미묘한 감정을 터칭 해주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감정이 격정적일 때는 밥상을 엎어버릴 것처럼 화를 내면서 가면을 벗어 버리는 것도 좋았다. 붕 떠 있는 판타지 인물이 아니라 땅에 발을 둔 평범한 인간의 모습, 감정 변화를 읽게 되었다”며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연경은 자녀 교육에 열정적인 엄마, 시어머니를 간병하는 며느리, 번역가로서 프로다운 면모까지 갖춘 여성이다. 게다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봉사활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이지 싶다. 연경은 기아 프로그램 홍보 영상을 보며 오열하면서도 점심으로 곰탕집에 가고, 나이 어린 형님을 시기하며 젊음을 의식한다. 어쩌면 악어의 눈물일지도 모를 오열도 서슴없다. 슬픈 영화를 보고 드는 관성적인 눈물인지 헷갈리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연경을 그토록 울게 한 이유는 무엇일지 물었다.

“시어머니 모시면서 힘들었던 과거, 봉사활동의 어려움, 아이에 대한 믿음 등 쌓였던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울지 않았을까. 영화로 마치 이별하는 커플을 볼 때, 마치 내 이야기처럼 두 세배 다가오는 것 같은 거다” 연경의 벅찬 눈물 장면을 떠올렸다.

시부모를 모시지만 점점 심해지는 치매 증상에 요양원 보내자는 재규 말에 약간은 들떠 있다. 악인이라고 보기보다는 우리 주변의, 혹은 누군가의 모습이 투영된 보통의 캐릭터다. 남의 눈을 중요시하는 인물, 이기적이거나 가식적으로 보일 수 있는 연경을 두고 김희애는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였다.

“우리 나이가 자식에게 폐 안 끼치려고 하면서도 부모는 모시게 되는 낀 세대다. 양쪽을 다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다. 이제 부모님이 아프시기 시작하는 나이기도 한데 평소 지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하며 “연경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솔직하게 주장한다. 은근히 귀여운 매력을 연기하면서 발견했다”고 말했다.

전작에서는 다소 연극적이고 드라마적인 판타지 같은 인물을 보였지만 생활적인 대사가 인간적으로 색다르게 다가왔다며 캐릭터 이해도를 높였다.

“그 정도면 착한 거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천사표가 아니면 간병, 봉사활동도 쉽지 않다. 보여주기식이라도 잘하는 거다. 인간으로서도 할 도리도 해가면서 체면치레가 아닌 끝까지 웃으면서 해보려고 노력한다”라며 캐릭터를 끌어안았다. “오히려 겉과 속이 같은 인물이다. 뒷말보다 앞말을 선호하고 끙끙거리지 않는다. 나이 어린 손윗 동서 지수에게 확실히 선 긋지 않나. 감정에 충실하고 자기 마음도 보여주는 보통의 여자다”라며 연경우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며 오히려 칭찬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총 세 번의 식사,
보는 사람도 체할 불편함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드레희애’라는 찬사를 받으며 샤넬 드레스를 완벽히 소화하기도 했다. 부산에 다녀온 소감에 대해 “아직 못 만난 배우도 많다. 또 만날 일이 있겠냐면서도 소중한 인연으로 간직하겠다”며 또한 “배우로서 귀하고 감사한 순간이었고 좋은 배우들도 많이 만나고 예쁜 옷도 입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설렜다. 배우로서 빛났던 순간이었다”고 곱씹었다.

지수 역을 맡은 수현과 팽팽한 심리전을 펼치는 화장실 장면이 화제다. 복어에 찍어 먹으라는 고급 씨간장을 놔두고 초장에 찍어 와인과 곁들이는 지수를 보고 탄식을 자아내는 연경. 식사 자리에서 고상하게 지수를 면박 주지만 화장실에서 꽉 조이는 옷이 불편해 지퍼를 열며 해방감을 느낀다. 그것도 잠시, 뒤따라온 지수가 볼까 얼른 몸을 돌려 아닌척한다. 대체 누구를 위한 디너, 음식을 먹기는 하는 건지 모르겠는 장면이다.

턱에 붙은 초장을 가리킬 수도, 닦아줄 수도 있지만 기어코 차가운 말을 내뱉는다. 「친절한 금자씨」의 ‘너나 잘하세요’에 버금가는 주옥같은 대사다. 평소 대본에 충실한 김희애가 애드리브로 완성한 꽂히는 대사의 등장이다.

“연경은 지수에 대한 애정은 없고 무시와 질투로 일관한다. 고상한 척하면서도 친절하고 싶지 않은 태도다. 복합적인 연경의 마음에서 ‘거울을 보세요’가 나왔다. 지수는 연경을 관심조차 두지 않을 거다. 혼자만의 자격지심이다. 외모도 받쳐주지, 젊고 부자이다 보니 뒤틀린 마음이 크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나이는 어리지만 서열이 높은 가족 지수를 두고 ‘저기’라고 끝까지 호칭한다.

하지만 금쪽같은 내 새끼가 저지른 충격적인 영상을 보면서는 아이를 지키려는 모성이 앞선다. 자식 일에 눈 감는 부모 없다는 대사가 비수로 꽂힌다. “악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아들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다. 아들의 착하고 좋은 면도 알고 있는 부모의 입장과 내내 왕따를 당하던 아이였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 측은함으로 스스로 가스라이팅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일도 많이 했고 아들도 피해자였다’면서 스스로 귀 닫고 눈을 감아 버린다”라며 연경의 속마음을 해석했다.

상대 배우를 향한 배려가
결국 내게 돌아오더라

함께한 감독, 배우에 따르면 현장에서 김희애는 연습벌레로 통한다. “당연히 연습해야 하는 거지, 연습 안 하는 거만큼 한심한 배우가 있을까. 나이도 많아서 오히려 더 많이 연습해야 한다. 요즘 다들 열심히 안 하고 어떻게 버티냐”며 프로다움을 강조했다.

“연기할 때 상대 배우가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그게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예전에는 시청자나 관객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조금 지나니까 모니터 앞 스태프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졌고, 요즘은 내 앞의 배우에게 잘 보이고 싶다. 내 연기로 상대의 좋은 연기가 나오면 나도 빛나는 선순환인 거다. 남편에게도 그렇다. 남편을 귀하게 여겨주고, 기분 좋게 대해주면 나도 편안함이 커진다. 왜 가수들이 콜라보 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커지는 매력처럼, 좋은 작품에 좋은 배우와 호흡 맞추는 쾌감을 알게 된 작품이다”라며 수현을 칭찬했다.

김희애 하면 40년 경력이 떠오르지 않는 현재진행형 배우로 불린다. 매체, 장르, 상대 배우를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현시대를 사는 매일 리즈시절을 갱신하는 배우다. 중년의 전형성을 넘어 개성 넘치는 커리어 우먼, 멋진 여성의 완성형이라 불린다.

“저는 결혼하면서 활동을 접는 세대에 속했다. 육아하면서 몇 년 경력단절이 왔었는데 다시 일해보니 일 이상임을 깨닫게 되었다. 인기를 떠나서 눈 뜨고 갈 곳이 있다는 소중함이 되살아난다.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어 아직도 이걸 할 수 있는 게 있어 감사하다. 나이 들면서 점점 ‘이 대사를 외울 수 있을까’, ‘사람들이 질리지 않을까’ 고민한다. 하지만 언제든지 좋은 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설렘이 찾아오는 운명 같은 게 있다”며 배우란 직업과 운명이었음을 말했다.

“예전에 「아들과 딸」을 했더니 후남이 같은 캐릭터만 들어왔다. 「내 남자의 여자」 이화영을 하니까 팜므파탈만 들어오더라. 그러다가 제안 온 게 「밀회」였다. 그거 하니까 또 불륜 소재만 들어오는 거다.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잘 버텼고, 높은 허들을 뛰어넘어 보니까 훗날 커리어가 된 거고, 스펙트럼이 자연스럽게 넓어졌을 뿐이다. 실험과 슬럼프가 운 좋게 왔고 그게 생명줄이 되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자기관리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갓생 실천도 여전했다.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일, 가정, 인생도 만족스럽다는 결과의 본보기처럼 보인다.

“최근에 새로운 서핑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 끝나고 거우를 봤는데 너무 멋져 보였다. 수영복 위에 대충 수건으로 물기 닦고 반바지만 입은 낯선 모습이었는데 괜한 자존감이 커졌다. 좋은 옷 입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보다 더 좋아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배우가 배우 인생만 있으면 병들 수 있다. 늘 부캐 생황을 두고 일과 삶에 균형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언제든지 목매지 않고, 좋은 배우와 연기하고, 삶의 균형을 지키는 거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면 일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운동을 꼭 해야 하는 것도 멘탈 관리에 도움받기 때문이다”라며 자신을 챙겼다.

어릴 때는 어른들이 친구 가려 만나라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곁에 ‘좋은 사람’을 두는 것도 재산이라는 인터뷰를 말로 마무리했다. 좋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는 좋은 일이 생기는 법이다. 매번 기대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머물지 않는다는 태도가 존경스러웠다. 김희애가 여전히 대세 배우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글: 장혜령
사진: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감독 출연 평점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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