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연일 서점가가 뜨겁다. 최근 한국콘텐츠는 웹툰 원작 소재를 확장해 소설 원작 영상화에 열 올리고 있다. 영화 ‘딸에 대하여’, ‘한국이 싫어서’, ‘대도시의 사랑법’, ‘보통의 가족’,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등이 개봉 했다. 그중 쿠팡 플레이 오리지널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원작 소설도 인기다.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 여성과 남성의 속마음을 대변하며 쓴 한일 합작 소설이다. 짙어가는 가을날 소설과 영화, 드라마 속에 빠져 감수성을 키워보는 것도 짧은 가을을 만끽하는 하나의 방법이지 싶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원작 소설은?
쿠팡 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원작은 1998년 ~2005년 추정되는 7년 동안 벌어지는 한국과 일본, 여자와 남자의 서로 다른 차이점을 들여다보는 로맨스 소설이다. 주인공 최홍의 속마음은 공지영이, 준고의 마음은 츠지 히토나리가 썼다. 2005년에 출간된 소설은 한일 우호의 해를 맞아 제작되었다. 여자와 남자의 관점으로 사랑과 이별, 재회의 속마음을 그린 한일 합작 소설이다.
다른 언어로 다른 성별의 작가가 하나의 이야기를 쓴다는 건 이런 대형 프로젝트로 의도하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거다. 두 작가는 만나지 않고 글을 썼다고 한다. 제목부터 스포일러다. 사랑 후의 그러니까 ‘이별’한 연인이 7년 뒤 우연히 재회해 과거를 떠올리고, 오해를 풀어내며, 한 단계 성장하는 이야기다. 당시 ‘냉정과 열정 사이’의 번외 편이란 타이들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분홍색 표지의 최홍 편은 서로의 언어, 문화,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오해인 줄도 모르고 떠나왔던 시간을 되돌아보며 후회뿐만 아닌 복합적이고 섬세한 감정선이 수려한 필체로 담겨 있다.
공지영의 소설에는 최홍이 7년 전 일본에 유학 간 후 준고를 만나 연인이 되어 행복했던 날들과 이별 후 한국으로 돌아와 출판사에서 일하는 부분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둘은 연인 혹은 결혼할 수 없는 한일 역사와 관련된 장애물이 있었던 거다. 오랫동안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증오하고 아파했던 두 나라는 1945년 광복 이후 1998년 10월 이전까지 일본 문화를 개방하지 않았었다.
껄끄러운 두 나라는 광복 20년 후 1965년 두 나라의 국교 정상화를 맺었다. 김대중 정부를 맞아 둘의 문화 교류는 본격화 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혐한반일(일본은 한국을 싫어하고 한국은 일본에 반감을 갖는다는 허무한 조어)이 깔려있었다. 홍은 준고가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만 해도 눈 녹듯 녹아버릴 거 였는데, “너희 일본인들은..”이라며 얼음장같이 차가운 태도로 일갈한다.
둘은 언어와 문화 차이를 넘지 못하고 이별을 선택한다. 국가의 인연이 개인의 인연과 연결되며 아픈 상처를 남긴다. 결국 홍의 엄마는 일본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딸의 말을 듣고 지원을 끊어버리기도 한다. 홍의 아버지는 일본 여자를 한국으로 데려와 갖은 멸시와 차별을 받게 할 걸 생각하니 아득해 결혼을 포기해 버리고야 만다. 대를 잇는 장애물이 홍과 준고 사이를 갈라 놓는 결정적 이유가 되어간다.
홍과 준고는 같은 듯 다른 이유로 ‘결혼’이란 단어를 금기어처럼 쓰지 않고 돌려말한다. 홍은 일본남자는 절대 안된다는 엄마의 반대로, 준고는 칸나에게 결혼을 꺼냈다가 퇴자 맞았다고 생각해서다. 준고는 홍과 결혼하고 싶지만 그 단어를 꺼내면 도망가리라 오해한다.
쿠팡 플레이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드라마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으로 시간을 옮겨왔다. 원작과 대부분 비슷하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 정도만 달라졌지 대부분은 소설에 기초한 듯하다. 시간이 달라져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으며, 홍이 일본 사는 친구 집에 처음 왔을 때 처음 만나는 설정이다. 그로인해 세세하게 달라진 설정은 어쩔 수 없다. 실제 소설의 출판사인 ‘소담 출판사’가 그대로 등장하는 건 의외다. 준고의 소설 제목도 같다.
이후 밥집 아르바이트 경쟁을 두고 재회하며 가까워진다. 한국에서 이세영과 사카구치 켄타로는 올바른 선택이다. 소설 속 최홍은 곱슬머리에 옥니, 말띠라며 스스로 예쁘지 않다고 표현하고. 준고의 외모는 칭찬하는 대목이 있다. 비주얼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보는 맛이 있어야 하니, 탁월한 선택이다. 멜로 장인 두 배우의 케미가 눈부시다.
말 없는 남자가 이상형이라면 켄타로가 아닐까. 하지만 헤어지자는 순간, 집에 돌아가겠다는 순간에도 말이 없이 놓아주는 남자는 문제가 있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차후 밝혀지지만 순간 내가 홍이라면 서운해서 며칠 동안 울었을 거다.
양국을 오가는 로케이션도 중요하다. 그로인한 계절감, 분위기톤도 다르다. 과거 일본은 부드러운 노란톤, 현재 한국은 차가운 블루톤이다. 신라호텔, 교토 등.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달리기를 하는 홍은 일본에서도 이노카시라 공원을 쉬지 않고 뛰는데 한국 율동공원도 중요한 장소로 등장할 것 같다. (켄타로 인터뷰에서 율동공원의 찬바람이 준고가 현재의 홍에게 느끼는 감정 같다고 했기 때문)
시리즈는 운명적인 사랑, 사랑의 유효기간 등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감정의 호흡이다. 이세영의 「옷소매 붉은 끝동」을 좋아했거나 켄타로의 「남은 인생 10년」을 좋게 봤다면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에 마음이 낭창낭창, 부드러워지는 촉촉함을 채워갈 기회다.
한편,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쿠팡 플레이를 통해 공개된다.
글: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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