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의 박상영 작가를 만나다 -①
새삼 한국 콘텐츠 제2의 전성기란 생각이 든다. 한류 열풍으로 일본에서 인기 있었던 드라마를 지나, 「기생충」(2019)으로 언어의 벽을 넘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음식과 문화, 생활 전반에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중심에 한국 콘텐츠가 있다.
10월 23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박상영 작가는 최근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수혜를 입었다며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문학계 경사다. 소식을 듣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제가 부커상에 노미네이트될 수 있었던 것도 작가님이 부커, 메디치 상을 받아서다. 출판사에서 들었는데 작가님 수상 이후 해외에서 제 작품도 50배 이상 판매가 되었다고 하더라. 물론 영화와 드라마가 공개되고 노벨상 직후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은인 같은 분이시다”라며 기쁨을 표명했다.
특히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도 언어의 번역과 자막의 벽을 뛰어넘어 전 세계적 인기를 얻었던 만큼 문학 번역도 해외 진출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에 맞게 번역되는 게 중요하다. 토착어 중심주의를 지지해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며 번역은 또 다른 작업의 영역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대도시의 사랑법》이 출간된 지 5년 만에 영화와 드라마가 거의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한강 다음으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작가가 바로 박상영이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최적화된 사례라 할만하다. 건조한 텍스트의 숲을 거닐던 캐릭터가 실제 걸어 다니는 모습을 누구보다 고대했을 제1의 관객이자 시청자 박상영 작가와 즐거운 만남을 정리했다.
어제, 오늘을 사는 박상영
-동시대에 《대도시의 사랑법》을 선보이게 된 소감, 각본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2016년 작가로 등단했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웹드라마 공모전에도 당선된 전력도 있다. 소설과 극본을 함께 썼던 이력을 안 제작사의 제안을 받았다. ‘내 작품이니까 망쳐도 내가 망치자’고 생각하면서 겁 없이 뛰어들었다. 영화와 드라마 판권은 각각 다른 시기에 계약했다. 영화는 소설이 나왔을 때 발 빠르게 계약했고(5년 전), 드라마는 베스트셀러가 된 상황에서 경쟁 끝에 판권이 팔려 좀 비쌌다. 원래 영상화 판권이 팔리면 새로 문의하는 경우는 잘 없데도 드라마 판권까지 연락을 주셨고, 치열한 경쟁이 붙었다. 파워 콘텐츠를 만들었나 생각하기도 했다.(웃음)
둘 다 대중에게 선보여 ‘해냈다!’는 안도감이 든다. 영화와 드라마가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았다. 퀴어 장르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 사업적 맥락, 한국에서는 불모지 장르라는 선입견, 투자와 편성 플랫폼 조율 등이 필요했다. 결정권자는 대중과 눈높이가 달라 편견을 넘는 데 난관이 있었다. 이미 대중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다양한 퀴어 장르를 봤고, 한국에서 찾고 있는 상황인데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니까 어려움이 따랐다”
-직접 드라마 각본을 쓰며 소설 집필과 달리했던 방향성은 무엇인가. 원작의 ‘재희’를 영화에서는 그대로 쓰지만 드라마에서는 ‘미애’로 수정되어 아쉬움은 없었나.
“각자 다른 사람과 동거한 경험이다. 같이 살면 일단 맞춰 나가야 하잖나. 좋은 부분과 힘든 부분이 있었다. 소설은 지긋지긋하고 오래 산 배우자 같았고, 드라마는 새 배우자라서 비록 싸우기도 하고 불화도 있었지만 뜨거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소설에서 각본으로 바뀌면서 재미있게 쓰려고 하다 보니 캐릭터가 밝아졌다. 드라마 속 고영은 여러 사람과 관계 맺는 과정이라 하겠고 소설은 내면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미애’의 이름 차이는 분명히 두고 싶었다. 영화, 드라마 제작사끼리 친해서 갈등은 없었다. 다른 작품, 다른 이름으로 나오면 또 다른 캐릭터가 되는 거다. 새 캐릭터를 창조한다는 느낌으로 즐겁게 임했다”
-원작자는 영상화는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타입에 가까운가.
“다섯 분(영화 버전 이언희 감독 포함)의 감독을 만나면서 각자 제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을 경험하니 리프레시가 되었다. 쓰면서 상상했던 거랑도 다채롭게 달랐다. 교향곡 같은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늘 혼자 작업했었는데 협업의 과정도 알게 되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세계를 각자의 방식에 맞게 조금씩 비트는 상황을 목도한 거다. 일종의 충격이었다. 호불호의 개념이나 즐거웠거나 나빴다는 게 아니라 신선한 호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각자 색깔을 잘 살려서 에피소드 별로 잘 나왔다는 게 좋다.
전적으로 네 감독님의 의견을 100%다 수용했다. 드라마 각본이 처음이기도 했고 감독님 별 개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해서 갈등 상황이 많지는 않았다. ‘미애(1,2화)’의 경우는 손태겸 감독님의 각색이 전적이라 손태겸의 미애라고 봐도 될 정도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3,4화)의 경우는 멜로 장인인 허진호 감독님의 선택이 옳았구나 확인했다. 유지태와 이영애의 모습이 보이는 퀴어 버전 「봄날은 간다」 같았다. 예상 보다 감정의 진폭을 화면에 담아 주셨다.
‘대도시의 사랑법(5,6화)’의 경우 100%제 대본이다. 토씨 하나 안 빼고 그대로 찍어주어서 홍지영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마치 영혼의 커넥트 같았고 이 작품을 연출했어도 같은 방식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문학으로 푼 소설에서 영상화되기 위한 드라마 각본 작업을 직접 썼다. 바꾼 부분이나 이것만은 꼭 지키려고 했던 게 있을까.
“소설에서 원 없이 써서 하지 못한 이야기는 없었다. 오히려 드라마를 위해 포기해야 했던 부분이 있었다. 몇몇 장면은 떠올리면서 써서 영상으로 구현해 보고 싶었던 희망이 실현되어 좋았다. 그게 후반부에 많이 몰려 있는데 김세인 감독님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찍어줘서 만족스럽다. 풍등 날리는 거나, 클럽에서 춤추면서 대화하는 장면, 두 연인의 모습도 실제로 볼 수 있어 행복했다.
퀴어 로맨스 장르다 보니 티키타카한 러브라인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원작에 없던 장면도 많이 만들었다. 대화의 텐션을 계속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시도했다. 플러팅 대사도 넣어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 했다. 퀴어는 존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회적인 억압 속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는지 시선이 담겨 있어 BL(판타지)장르와는 큰 차이점이 있다. 실제 연애와 로맨스 드라마 속 연애가 완전히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수정된 부분은 영상화 과정에서 필요했던 거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3,4화)에서 엄마로만 명명되었던 캐릭터에게 ‘염은숙’이란 이름을 붙여준 거다. 대신 미애(이수경)와 은숙(오현경)의 분량은 줄어들었다. 입체적인 캐릭터고 고영의 남자들과 더불어 애정했지만 감독님의 선택을 따랐다. ‘미애’의 경우 주변 인물이었던 ‘남규(권혁)’를 끌어와서 로맨스로 풀어낸 거다. 미애가 줄어들어 아쉽기는 하나 타당한 이유가 있어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사소하고 디테일한게 바뀐 거지 핵심적인 부분은 그대로다. ‘뚱고’의 뚱뚱한 고양이를 뚱한 고양이로 바꾸건 윤수 씨가 캐스팅되고 바꿀 수밖에 없었다. 윤수 씨가 강아지 상이라 의미를 바꾼 거다. 또 소설에서는 아귀찜이 감자탕으로 바뀌고, 꽁치도 청어로 바뀌기는 했는데.. (웃음) 참, 냉동 블루베리는 제 주식 중 하나이고. 당시에 냉동실에 담배 넣으면 더 시원하고 맛있다는 루머에서 착안했다. 그 두 개가 나란히 있는 그림을 상상하면서 소설을 썼고, 드라마에도 등장하게 되었다.
유설희 간호학원도 인천 사는 친구한테 들어서 착안했다. 재미있는 건 나중에 엔딩크레딧 보니까 협조까지 받았더라. (웃음) 더 신기한 건 주안점 교수님 이름이 저랑 같다며 친구가 사진 찍어 보내주기도 했다. 아직도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고영’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겠다. 영화의 ‘장흥수’와 드라마의 ‘고영’ 차이점이 선명하다. 원작자의 의견이 궁금하다.
“캐스팅 단계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배우와 감독 각자만의 해석이 돋보였다. 노상현 씨가 연기한 흥수는 자기 정체성을 숨기고 방어적인 클로짓 게이(정체성을 숨긴 게이)면서도 마초성도 강조된 캐릭터다. 드라마 속 고영은 확실히 자기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발랄하고 행복한 게이다. 살아 숨 쉬는 현실적인 게이를 재현해 주었다.
윤수 씨를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리스트 1순위에 있었던 분이었다. 쉽지 않은 역할인데도 해보고 싶었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이미 본인의 해석이 끝난 상태였다. 주저함과 우려함 없이 선뜻 도전해 주신 기개에 감동했다. 퀴어 캐릭터를 대상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해서 홍보활동하면서 감동받고 있다. 거침없이 표현해 주고 진심을 다해서 임해준 모습에 원작자이자 각본가로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오랜 모델 경력으로 주변에 다양한 퀴어 친구들이 있어서 역할 거부감이 없었다더라. 제가 따로 뭐라고 조언할 틈 없이 해석과 재현에 충실한 면모가 드러났다”
-고영의 페널티(카일리)까지도 사랑하는 순수한 제주 출신 인천 소년 심규호 역의 진호은 배우만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 현장에는 함께 있었나.
“항상 있었던 건 아니고 영상을 조금씩 전달받았다. 호은 씨는 모두의 원픽이었다. 오디션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홍지영 감독님을 사로잡았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 탄탄한 연기력과 매력적인 마스크를 겸비하고 있었다. 3000 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분이다. 옆집에 있을 것 같지만 절대 없는 외모다. 너무 화려해서 부담스럽지도 않은 두부상의 정석 같은 모습이 규호와 잘 어울려서 저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현재 드라마는 청소년 관람불가다. 수위 조절을 어떻게 풀어냈나.
“초반에는 화끈하게 청불로 가자고 논의해서 캐스팅 오디션 때도 공지했었는데 중간에 수정되었다. 15세를 목표로 제작한 게 지금의 형태다. 저는 거의 교육방송 수준, ‘사랑의 하츄핑’ 수준으로 생각했다(웃음)”
글: 장혜령
박상영 작가 인터뷰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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