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들이 보면 100% 너무 당황하게 될 이 한국 영화

필더무비 2024.11.21 조회수

영화 ‘히든페이스’ 후기

지휘자 ‘성진'(송승헌)이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이자 약혼녀 ‘수연'(조여정)이 어느 날 영상 편지만을 남겨둔 채 자취를 감춘다. ‘성진’은 ‘수연’을 잃은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녀를 대신한 첼리스트 ‘미주’(박지현)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비 오는 밤, 서로의 욕망에 휩쓸린 ‘성진’과 ‘미주’는 ‘수연’의 집에서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다. 한편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은 혼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집 안 밀실에 갇혀 숨겨진 민낯을 지켜보는데…

2011년 개봉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영화팬들 사이에 숨겨진 ‘꿀잼’ 스릴러 영화로 알려졌다. 원작 영화는 이야기 소재, 설정, 파격적인 노출 연기, 반전 요소의 장점이 강한 작품이지만, 이야기 개연성과 캐릭터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충격적인 소재와 결말 덕분에 나름 볼만한 스릴러 영화로 알려진 편이다.

이번에 완성된 한국 리메이크 버전은 원작의 장점적 요소를 최대한 가져가면서, 전자에 언급한 단점의 요소를 최대한 메꾸는데 집중했다. 원작의 장점인 밀실 스릴러의 요소만 그대로 계승하는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파격적인 노출 장면과 베드신까지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개인적으로 원작보다 더 농도짙은 노출,베드신이지 않았나 싶다.) 그 점만으로도 대단한 시도라 생각되었는데, 원작이 다루지 못한 캐릭터 간의 심리, 관계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새로운 해석을 내놓기까지 한다.

캐릭터 간의 깊이 있는 관계와 이들이 지닌 정서를 풍부하게 꾸몄다는 점에서 ‘드라마 강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작품의 장점이 잘 드러났다. 예를 들어 원작의 성진과 미주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단순한 ‘충동’에 가까웠다면, 이번 한국 리메이크는 두 사람의 심리적 공감과 이해의 과정을 통해 ‘진짜 사랑’같은 감정으로 연결해 둘의 관계에 깊이를 더하는 식이다. 여기에 전혀 뜻밖의 또 다른 관계(이미 여러 매체 기사에서 이 관계를 다루지만 본 매체는 이것도 스포라 생각해 깊이 언급하지 않겠다)까지 등장시키는 대목은 대담한 시도이자 영화만의 깊이있는 설정 방식이라고 본다.

그러한 정서적, 심리적 요소가 강조되면서 배우들의 연기도 한층 강렬하고 깊이 있게 다가온다. 장르가 에로틱 스릴러인 만큼 세 배우의 육체적인 매력이 잘 드러나있는 것은 기본이며, 관계를 형성하는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과 유혹이라 할 수 있는 정서를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대목이 가히 인상적이다. 송승헌, 조여정은 이미 여러 작품과 대중문화의 이미지에서 그러한 장점이 잘 드러난 배우들인데, 이들보다 후배라 할수 있 는 박지현의 존재와 열연이 이번 작품의 최고의 수확이자 장점이라 할 수있다.

아마도 ‘히든페이스’가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도 성공한다면 이중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이는 바로 박지현이라 할 수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노출 연기장면도 놀라웠지만, 청순과 관능을 오가는 표정 연기에 은은한 말투와 목소리만으로도 섹시한 느낌을 자아내게 만드는 연기는 가히 매력적 이었다. 이 밖에 인물의 심리를 살려낸 덕분에 계급, 콤플렉스 등 인간 간의 관계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갈등구조를 부각한 대목도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겨준다.

이렇게 보면 ‘히든페이스’는 완벽한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치명적인 단점들 때문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이 작푸에 대한 호불호가 크지 않을까 싶다. 완성도면에서는 원작을 뛰어넘었다 할 수 있지만, 이 영화의 진짜 재미라 할 수 있는 스릴과 서스펜서 측면이 재미가 원작보다 떨어지는 인상을 남긴다. 우선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 작품의 세 인물이 촘촘하게 연결된 관계인 탓에 밀실 스릴러의 긴장감이 금새 떨어지게 된다.

원작이 밀실 구조의 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관음, 관찰의 요소에 대한 긴장감을 최대한 살렸던것과 다르게 리메이크 버전은 세 사람의 심리적 갈등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밀실 구도에 대한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은 원작보다 리메이크가 더 허무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여기에 세 인물의 관계가 초중반 너무 드러낸 탓에 이후의 과정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대목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리고 이번 리메이크 버전을 통해 재해석된 파격적인 설정을 ‘충격 효과’와 반전으로 활용했다면 더 강렬했을 텐데, 영화는 이를 대사로 드러내거나, 분량 낭비로 느껴질 수 있는 플래시백으로 그려내는 등 표현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전해준다.

그래서인지 후반부 충격적인 결말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원작의 섬뜩한 결말과 비교해 본다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김대우 감독은 강도가 센 결말보다는 세 인물의 관계에 깊이를 더한 결말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에로틱 스릴러의 측면에서 보자면 나름의 ‘에로시즘’이 잘 담긴 대목이지만 ‘스릴러’의 구조에서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결론적으로 한국판 ‘히든페이스’는 심리 스릴러,드라마로서는 만족이지만, 원작과 같은 밀실 스릴러와 섬뜩한 정서를 원했다면 아쉬운 작품이 될 것이다. 이 영화를 감상할 계획이라면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볼것을 권하는 바이며, 그럼에도 박지현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그녀의 위상을 한층 높여줄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배우의 활약상에 집중해서 본다면 ‘히든페이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관람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