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터뷰!) 넷플릭스 ‘트렁크’의 공유 배우를 만나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다.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 《트렁크》를 원작으로 한다.
[우리들의 블루스], [괜찮아, 사랑이야] 등 따뜻한 감성과 아름다운 영상미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김규태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화랑]을 집필한 박은영 작가와 의기투합해 깊고 짙은 감성의 미스터리 멜로를 완성했다.
극 중 트라우마로 인해 성숙한 자아를 갖지 못한 정원을 연기한 공유를 12월 5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현진과 처음 호흡을 맞추었지만 멜로 장인과 장인이 만난 시너지가 빛났다. 1년 기간제 부부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미스터리 장르의 조합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캐릭터와 동질감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다가가게 되는 성향이다. 대본을 읽었을 때 정원을 탐구하고 싶었다. 장르가 우선순위가 아닌 이야기의 소재, 캐릭터에 흥미 느꼈다. 인지(서현진)와 서연(정윤하)은 주체적이나 정원은 수동적이고 내적 성장이 정지되고 말라버린 사람이다. 딱하고 안 돼 보였다. 어두워서 꺼내 놓기 버거운 우울함도 좋았다. 누군가에게는 판타지, 치유가 되기도 하니까”라며 출연 계기를 말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불안, 외로움이 잠식된 음악 프로듀서 정원의 캐릭터 대해 “판타지적 설정은 포장이고 미화된 게 많다. 과한 설정이긴 하나, 인지를 바라볼 때도 정원의 마음은 둘 다 상처받은 영혼, 아픈 영혼일 거다. 어딘가가 썩어 있는 동병상련, 연민을 보았을 거다”라고 답했다.
정원은 사람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과 경계하는 마음, 양가적 감정이 보이는 듯했다. 본인과 정원의 닮은 점에 대해 “사람과 처음 만나 대화해 보면 꿰뚫어 보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을 만났을 때 더 알아가고 싶은 것들이 보이고 만약 이성이라면 사랑으로 발전할 거다”며 각자의 해석을 더해 시리즈를 감상하길 당부했다.
비현실적인 설정인 데다가 인지와 서연의 캐릭터도 과하다. 인지는 매뉴얼이란 말을 달고 사는 감정이 결여된 사람 같아 보인다. 서연의 애정은 집착도 사랑일 수 있다는 반응으로 소유욕을 광기로 꽃피운다.
“과거의 인지는 양성애자 연인을 제도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것도 소유 사랑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 내내 자책한다. 서연은 뒤틀린 욕망을 가진 여자다. 기간제 결혼에 대한 의견을 말할 때 ‘가지고 싶은 거 다 가질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서연을 정리하는 말이다”라고 평가했다. “정원은 서연에게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을 당한다. 어릴 적 트라우마를 가슴에 안고 사는 인물이다. 뒤틀린 욕망의 서연을 향한 마음이, 굳게 사랑이라고 믿어 끌려갔던 것 같다” 두 캐릭터의 소유욕을 비교했다.
취향이 갈리는 소재와 분위기 탓에 호불호의 반응도 있다. “대본을 잡을 때부터 예상했다. 불특정 다수가 선호하고 소비하는 패턴을 알지만 그게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재미와 호기심이 동하는 작품으로 선택했다”며 인기나 스코어에 연연하지는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부의 호흡을 맞춘 서현진을 향한 팬심도 드러냈다. “사실 오랜 팬이었다. 함께 작업해 보니 작품 이해도가 깊더라.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섬세함이 가득했다. 특히 정확한 연기는 함께 상승하는 느낌을 받았고 든든했다”고 말했다.
김규태 감독과 작업하며 좋았던 부분도 곱씹었다. “저는 복잡한 사람인데 순수하고 심플한 감독님과 죽이 잘 맞았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답하는 부분이 좋았다. 늘 열려 있는 분이면서도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라 신뢰가 갔다”고 답했다.
결혼에 관한 견해도 밝혔다. “「트렁크」는 해답을 주는 작품은 아니다. 잠정적으로 봤을 때 결혼은 선택이지 해야만 하는 것도, 할 필요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각자 개인의 자유이고 선택이다”라고 말하며 “인지와 정원은 다시 만나도 마냥 행복하지 않았을 거다. 과거와 현재의 트라우마를 말끔하게 회복하지는 않았을 거 같다”며 둘의 미래를 상상했다.
사랑의 솔직한 대답도 들어볼 수 있었다. “사랑에 정답은 없다고 본다. 복합적 감정이 섞인 게 사랑일 거다. 확실한 독립성을 중심에 두는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 서연 같이 소유에 집착하는 사랑에 대해 “자기와 맞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사랑한다고 취미를 강요하거나 모든 것을 같이 할 필요는 없다”며 소신을 말했다.
스스로 어떤 배우로 규정해 볼 수 있냐는 질문에는 “돌이켜 보니 연기한지 23년이 되어가더라. 40대 중반이고 여러 일을 겪으며 지나왔다. 그게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하다. 저를 객관적으로 관찰해 봤을 때 좋아하는 작품이나 연기 톤이 넘치는 것보다 부족한 걸 선호한다. 과잉의 감정을 경계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라며 자기 객관화를 부끄러워했다.
덧붙여 “사람들이 바라보는 저와 제가 보는 나의 간극이 숨 막히고 답답할 때가 있다. 스스로는 건조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도 캐릭터의 이미지 때문이다. 직업상 캐릭터에 입혀진 제 모습이 많고, 보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확대되고 축소된 캐릭터가 결국 남는 경우가 있다. 예상하지 못한 지점까지도 ‘그것도 나’라고 받아들이는 중이다”고 말했다.
단점과 장점에 대해 “모순적인 이야기지만 ‘예민함’을 버리고 싶다가도 버리면 남들이 못하는 걸 놓칠까 봐 양가적 고민이 든다. 예민함이 저를 갉아먹기도 하고, 예민함이 연기에 도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데뷔 후 23년 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순탄한 날만 있지는 않았을 거다. 공유는 “슬럼프, 번아웃을 잘 모르고 살다가 뒤늦게 고장 난 걸 알았다. 그때 건강하지 못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두어 번 겪다 보니까 굳은살이 박여버려 조금씩 버텨 낼 면역성이 생기는 걸 알게 되었다. 집에서 혼자 가만히 있다 보면 끝이 없더라. 루틴처럼 운동하는 버릇을 극대화해서 몸을 많이 썼다. 땀 내고 씻으면 도움이 된다. 낚시는 복잡한 생각이 끊이지 않을 때,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는 취미다. 좋은 취미를 갖는 것도 좋더라”며 마음 챙김 방법을 이야기했다.
특히 공유는 「트렁크」에 이어 「오징어 게임 2」에도 특별출연한다. 올해 「원더랜드」 특별출연까지 바쁘게 보냈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뭐라도 도움이 되어야 해 출연하는 거지, 거절을 못 하는 건 아니다. 다만 회차가 현장 가면 늘어 있어 놀라기는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초미의 관심사인 「오징어 게임 2」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동안 작품 전체와 얽힌 캐릭터와의 호흡을 생각해 왔다. ‘오겜’에서는 빌런이자 독자적인 캐릭터를 맡았다. 제약 없이 자유롭게 채울 수 있어 놀이 것처럼 재미있게 찍었다”고 말해 기대감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보지 못한 시청자에게 「트렁크」를 봐야 할 이유에 대해 묻자 “불친절한 부분을 메워주는 현진 씨의 연기 보는 재미가 있다. 서현진이 하면 대사와 얼굴이 개연성이 될 수 있다. (웃음) 특히 음악, 촬영, 편집 부분이 좋았다. 파편적인 편집은 의도한 거다. 4부 정도 봤을 때 전체적인 그림이 드러난다. 강한 설정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왜 그런 설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차분하게 바라보면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다”며 포인트를 짚었다.
이어 “빨간약, 파란약도 「매트릭스」처럼 메타포적 의미가 있다. 인지는 빨강, 서연은 파랑, 정원은 회색의 퍼스널 컬러가 정해져 있었다. 인지가 먹는 비트 주스와 그걸 벽에 던져 흩뿌려지는 것을 잡는 카메라 등 세심한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촬영, 미술감독의 노고로 탄생한 미장센, 비주얼의 완성을 느껴 보길 권했다.
한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는 전편이 공개되어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글: 장혜령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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