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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발견된 신부의 웨딩드레스가 붉게 물들다..

문종하 에디터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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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안개 속의 붉은 드레스, 30년 전 실종된 신부의 비밀

숲의 사나이

잭 머레이는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사냥꾼이었습니다. 예순두 살. 머리는 희끗했고 얼굴에는 세월이 새긴 주름이 깊었지만, 산을 오르는 걸음만큼은 서른 살 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가 처음 이 숲에 발을 들인 건 열다섯 살이었습니다. 아버지 손을 잡고 따라온 그날 이후, 잭에게 숲은 집이었습니다. 어떤 계절에도, 어떤 날씨에도 그는 이 숲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30년 만의 사냥

그날은 늦가을이었습니다. 잭은 오랜만에 혼자 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가고 싶었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이유 없이 숲이 당기는 날이 있었습니다.
배낭을 꾸리면서 잭은 문득 달력을 봤습니다. 11월 9일. 그냥 넘기려다 손이 멈췄습니다. 숫자를 한참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배낭을 들고 문을 나섰습니다.

안개의 시작
오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맑았습니다. 잭은 사슴 발자국을 따라 평소보다 깊이 들어갔습니다. 낙엽이 두껍게 쌓인 길을 걸으며 숨을 들이켰습니다. 이 냄새. 흙과 나무와 서늘한 공기가 섞인 이 냄새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오후가 되면서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발목 정도였습니다. 잭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 정도 안개는 숲에서 흔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안개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침반이 돌아갔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잭은 자신이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분명히 북쪽으로 걸었는데, 눈앞에 나타난 건 아까 지나쳤던 바위였습니다. 잭은 나침반을 꺼냈습니다.
바늘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제멋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빙글빙글. 30년 넘게 이 산을 다니면서 단 한 번도 없던 일이었습니다. 잭은 나침반을 주머니에 넣고 주변을 천천히 살폈습니다. 안개는 이미 허리까지 차올라 있었습니다.

잭은 베테랑이었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멈추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멈췄습니다. 주변 지형을 읽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안개가 너무 짙었습니다. 나무의 윤곽조차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상한 건 소리였습니다. 숲은 항상 소리가 났습니다. 바람 소리, 새 소리,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 그런데 지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완전한 침묵이었습니다.

안개 너머의 형체

그때였습니다. 안개 너머로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처음엔 나무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형태가 달랐습니다. 사람이었습니다. 아니, 사람의 실루엣이었습니다.
잭은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안개를 헤치며 몇 걸음을 더 옮기자, 형체가 선명해졌습니다. 이끼 낀 바위 위에 한 여성이 앉아 있었습니다. 흰 드레스를 입은 채로.

잭은 걸음을 멈췄습니다.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 깊은 숲 속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맨발로 바위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드레스는 흙투성이였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습니다.
잭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여성은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녀의 얼굴

잭이 한 걸음 더 다가갔습니다. 그때 여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잭은 그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얼굴은 놀랍도록 젊었습니다. 스물 중반쯤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눈동자 속에는 젊음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슬픔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깊고, 체념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선명한. 잭은 그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래된 디자인

정신을 가다듬은 잭은 여성의 드레스를 다시 살폈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디자인이 낯설었습니다. 요즘 웨딩드레스 같지 않았습니다.
목선의 레이스 패턴, 소매의 형태, 치마의 실루엣. 적어도 30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된 스타일이었습니다. 잭은 그 드레스를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억의 어딘가에서 신호가 왔지만, 잡히지 않았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세요? 여기서 나가는 길 알려드릴 수 있어요.”
잭이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여성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괜찮아요.”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습니다.
“그가 곧 올 거예요. 우리는 오늘 결혼하기로 했거든요.”
잭은 순간 조난으로 인한 충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신을 잃은 사람들이 종종 엉뚱한 말을 하니까요.

회중시계

잭이 여성 곁에 앉으려는 순간, 그녀의 손에 들린 물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은 회중시계였습니다. 은빛으로 빛나는 낡은 시계. 잭은 그 시계를 바라보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시계 뒷면에 글씨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잭은 안경을 꺼내 쓰지도 않고도 그 글씨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평생 잊은 적이 없는 문장이었으니까요.
내 사랑 로즈에게, 1996년 5월 9일 – 잭으로부터

1996년의 기억

잭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것 같았습니다. 30년 전. 결혼식 날 아침. 하얗게 드레스를 입고 웃던 얼굴. 그리고 그 후로 다시는 볼 수 없었던 사람.
로즈였습니다. 잭의 신부였습니다. 결혼식 당일 숲길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이 마을 사람들이 30년 동안 입에 올린. 그 로즈.

전설 같은 실종 사건

1996년 5월 9일. 잭과 로즈의 결혼식 날이었습니다. 식장까지 걸어서 10분 거리. 로즈는 혼자 숲길을 통해 오겠다고 했습니다. 꽃이 피어 있는 길이 예쁘다고, 그 길로 걸어오고 싶다고 했습니다.
잭은 기다렸습니다. 한 시간, 두 시간. 로즈는 오지 않았습니다. 잭은 미친 듯이 숲을 뒤졌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함께 나섰습니다. 하지만 로즈의 흔적은 드레스 조각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다.

찾지 못한 신부

수색은 두 달간 이어졌습니다. 경찰도, 수색대도 전부 손을 들었습니다. 실종으로 처리됐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렸습니다. 어떤 사람은 짐승에게 당한 거라 했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 떠난 거라 했습니다.
잭만 믿지 않았습니다. 로즈가 스스로 떠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잭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오래 찾았습니다. 혼자서. 계절이 바뀌어도. 해가 바뀌어도.

30년을 혼자 산 남자

잭은 재혼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권유도 했고, 괜찮은 사람을 소개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잭은 항상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왜냐고 물으면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매년 5월 9일이면 잭은 혼자 숲에 들어갔습니다.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혼자 나왔습니다. 항상 눈이 조금 붉어진 채로.

“로즈…?”
“로즈… 정말 당신이야?”
잭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소리 내어 부르지 못했던 이름이었습니다. 여성은 잭을 바라봤습니다. 그 눈에 아주 잠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인식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그러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안개 속으로

로즈라고 불린 여성은 잭을 지나쳐 안개 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잭은 팔을 뻗었습니다. 그녀의 어깨를 잡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손끝이 닿는 순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잭은 그녀를 따라 뛰었습니다. 안개를 헤치며.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면서도. 하지만 그녀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검은 재

잭은 멈춰 섰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발 아래를 봤습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발자국이 없었습니다. 대신 검은 재가 얇게 깔려 있었습니다. 마치 오래전에 무언가가 타고 남은 것처럼.
잭은 손으로 재를 집었습니다.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습니다. 바람도 없는데 재가 공중으로 사라졌습니다.

절벽 끝

그때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잭은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습니다.
두 발 앞이 절벽이었습니다. 아래로 수십 미터. 이 숲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검은 늪 절벽이었습니다. 잭이 한 걸음만 더 내디뎠다면 그대로 떨어졌을 자리였습니다. 그녀가 사라진 방향은 절벽 너머였습니다.

발치의 가방

다리가 풀린 잭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심장이 제대로 뛰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 발치에 무언가가 닿았습니다. 낡은 여행가방이었습니다. 가죽이 삭아 있었고, 금속 걸쇠는 녹이 슬어 있었습니다. 잭은 그 가방을 알아봤습니다.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30년 전, 로즈가 결혼식 날 들고 나섰던 바로 그 가방이었습니다.

가방 속의 것들

떨리는 손으로 잭은 걸쇠를 열었습니다. 녹슨 금속이 끼익 소리를 냈습니다. 안에는 천이 있었습니다. 흙이 묻고 삭아가는 흰 천. 잭은 천천히 펼쳤습니다.
웨딩드레스였습니다. 30년 전 로즈가 입었던 그 드레스였습니다. 그 아래에 무언가가 더 있었습니다. 잭은 손이 멈췄습니다. 눈을 감았다 다시 떴습니다.

드레스 아래에는 유골이 있었습니다. 완벽하게 형태를 유지한 채로. 작은 체구. 로즈의 것임을 잭은 본능적으로 알았습니다.
유골의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었습니다. 은반지. 잭이 직접 고르고, 직접 끼워줬던 반지였습니다. 안쪽에 작은 글씨가 새겨진 것까지. J&R, 1996.

소리 없는 울음

잭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흘렀는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30년 만에 찾은 것 앞에서.
그는 오래 울었습니다. 숲은 조용했습니다. 안개가 다시 낮게 깔렸습니다. 이번엔 부드럽게. 마치 무언가를 감싸듯이.

마을로 내려온 날

잭은 가방을 안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그를 봤을 때, 처음엔 아무도 말을 걸지 못했습니다. 그의 표정이 이전과 달랐습니다. 슬프면서도, 동시에 무언가가 해소된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잭은 경찰서로 갔습니다. 가방을 내려놓고 말했습니다.
“로즈를 찾았습니다.”

장례식

로즈의 장례식은 조용하게 치러졌습니다. 살아있는 가족이 많지 않았습니다. 마을의 몇몇 노인들이 왔습니다. 30년 전 그 결혼식에 하객으로 왔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잭은 관 앞에 오래 서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30년이 지난 뒤에야 하는 작별인사. 어떤 말로도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총을 내려놓다

장례식 다음 날, 잭은 사냥 총을 총기보관소에 맡겼습니다. 돌려받을 생각이 있는지 묻자, 잭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돌아섰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렸습니다. 드디어 충격으로 정신이 이상해진 거라고. 미쳤다고. 하지만 잭의 눈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또렷했습니다.

절벽으로 돌아가다

그 뒤로 잭은 매일 숲에 들어갔습니다. 총도 없이. 배낭도 없이. 그냥 걸어서. 그리고 항상 같은 자리로 향했습니다. 로즈의 가방이 있던 그 절벽 끝이었습니다.
그는 거기 앉아 안개가 피어오르기를 기다렸습니다. 무엇을 기다리는지 마을 사람들은 몰랐습니다. 아마 잭 자신도 정확히는 몰랐을 것입니다.

목격담이 사라지다

이상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숲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성을 봤다는 목격담이 있었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누군가가 봤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잭이 가방을 들고 내려온 이후로, 그 목격담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단 한 건도. 마을 사람들은 그게 더 무섭다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의 말

누군가는 말합니다. 잭이 로즈를 찾아 마침내 그녀가 쉬게 됐다고. 30년 동안 숲을 떠돌던 무언가가, 찾아주는 사람이 나타나자 비로소 놓아졌다고.
누군가는 말합니다. 잭이 그날 숲에서 본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길을 잃고 지쳐서 생긴 환각이라고. 가방은 원래 거기 있었고, 잭이 우연히 발견한 것뿐이라고.

잭이 아는 것

잭은 두 이야기 중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물으면 그냥 웃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중요한 건 찾았다는 거예요.”
그게 전부입니다.

오늘도 잭은 그 자리에 있습니다. 절벽 끝, 안개가 피어오르는 숲 가장자리. 바람이 불어와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 일어나서 걸어 내려옵니다.
마을 아이들은 그를 무서워합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사람들은 압니다. 잭의 얼굴에 이제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30년 동안 그를 갉아먹던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것을.

이 이야기는 픽션이며, 오락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등장인물과 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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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하 에디터
content@view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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