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의 주최는 시바견, 출석은 야옹이들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조용했던 골목에 작은 소란이 일어난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근엄한 표정의 시바견 ‘마루’와 그 주변에 모여드는 동네 고양이들. 무슨 일인지 고양이들은 마루 앞에 차례차례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있고, 마루는 묵직한 꼬리 흔들림과 코찡긋으로 그들을 응시한다. 말 그대로, 회의가 시작된 것이다.
마루의 보호자는 “처음에는 그냥 길고양이들이 마루를 경계하러 온 줄 알았다”라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고양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친구라고?
강아지와 고양이는 앙숙이라는 인식이 흔하지만, 마루와 이 야옹이 친구들은 그 통념을 보기 좋게 깨부쉈다. 처음엔 살얼음 걷듯 시작된 관계였지만, 이제는 마루가 늦잠을 자면 고양이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기도 한다. 마치 ‘주최자 언제 오냐’는 눈치다.
마루는 이 고양이들에게 공격성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중간중간 다가가서 코를 맞댄다거나, 자리를 살짝 비켜주며 ‘편하게 앉으라’는 듯한 행동도 보인다. 고양이들 또한 이 분위기에 익숙한 듯, 경계는커녕 새끼 고양이까지 데려오는 모습도 목격됐다.

회의 주제는 ‘동네 순찰’?
물론 진짜 회의가 열리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진지한 분위기를 보면 저절로 상상하게 된다. ‘오늘은 어느 쓰레기봉투에서 참치 캔이 나왔는지’, ‘새로 이사 온 고양이는 누구인지’, ‘어제 지나가던 수상한 개는 누구였는지’ 등 동네 소식을 나누는 듯한 진풍경이 펼쳐진다.
마루는 때때로 꼿꼿하게 앉아있다가 고양이 한 마리가 졸거나 자리를 벗어나면 살짝 다가가 다시 자리에 앉히려는 듯한 행동도 한다. “진짜 회의 주재하는 것 같아요. 보스 같아요”라는 목격자의 말이 이해된다.

SNS를 뜨겁게 달군 회의 장면
이 소문은 SNS에서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한 동네 주민이 우연히 찍어 올린 영상이 수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것. ‘이 시바견 누구냐’, ‘제 고양이도 저기 가는 것 같은데요?’, ‘회의 끝나면 회식도 하나요?’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마루는 일약 동네 스타가 됐고, 고양이들도 ‘시바견 마루의 고양이 모임’ 멤버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급기야는 ‘마루 스티커’와 ‘고양이 회의 로고’까지 팬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누구보다 바쁜 시바견의 하루
마루의 하루 일과는 꽤 분주하다. 아침 회의 후엔 가볍게 동네 한 바퀴 순찰을 돌고, 낮에는 낮잠으로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다시 고양이 친구들과 짧은 산책을 하기도 한다. 물론 회의만큼 진지하진 않다.
마루의 보호자는 “다른 개들은 고양이에게 으르렁거리기도 하는데, 마루는 어릴 때부터 고양이와 같이 자라서 그런지 정말 가족처럼 대한다”며 “고양이들 입장에서도 마루가 안전하고 신뢰 가는 존재인가 보다”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