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마차를 끌던 15살 암말 ‘레이디’가 갑자기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말은 끝내 숨을 거뒀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장에서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레이디는 당일 두 차례 운행을 마치고 마구간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으며, 불과 두 달 전 건강검진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마차 업계에서는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돌연사”라고 설명했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구조적인 학대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2022년 같은 장소에서도 말 ‘라이더’가 무더위 속에서 쓰러진 일이 있었고, 당시 주인이 나이를 속이고 영양실조 상태로 일을 시켜온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도심 소음, 교통 혼잡 속에서 과도한 노동을 반복하는 말들이 언제든 위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이번 사건 이후 뉴욕시에서는 관광마차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법안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시의회와 동물보호단체들은 청문회 개최와 제도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제주 함덕해수욕장 인근에서는 여전히 관광객을 태운 ‘꽃마차’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름철 아스팔트 위는 50~70℃까지 올라가는데, 말들은 땀에 젖은 채 수 시간 동안 서 있거나 무거운 마차를 끌어야 합니다. 일부 시민들은 “이 무더위에 말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해 왔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더위만이 아닙니다. 말은 청각과 시각이 예민해 차량 경적, 음악 소리, 화려한 조명 자체가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됩니다. 게다가 탑승 인원에 대한 명확한 제한이 없다 보니 한 마리가 마차와 승객을 합쳐 700kg이 넘는 무게를 끌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균 체중 450kg 정도의 말이 자신보다 무거운 짐을 끌다 보면 근골격계 손상이나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겉으로 보이는 채찍질은 줄었지만, 여전히 먹이나 물을 제한해 배설을 막거나 편자가 닳은 상태로 운행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학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도로교통법과 동물보호법에는 관광마차를 직접 규제할 조항이 없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잠시의 체험을 위해 말이 고통을 감내하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는 지난 7월 말 ‘말 보호 모니터링 센터’(☎1551-8595, 바로 구호)를 개설해 학대나 방치가 의심되는 사례를 접수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도 의심 사례를 신고할 수 있고, 접수 시 지자체와 협력해 대응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히 뉴욕이나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동물을 바라보는 태도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관광 자원으로 소비되는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비슷한 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출처: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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