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주말마다 우리 집을 찾아오는 어린 손주 녀석에게 뼛속까지 시린 외로움을 달래는 유일한 위안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손주는 내가 건네는 몇천 원의 용돈조차 번번이 사양하며 필요 없다는 말로 내 마음을 서운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실 구석에 놓인 손주의 작고 낡은 디지털카메라 하나가 내 시선을 끌어당기며 뜻밖의 전개가 시작됐다.

나는 몰래 카메라의 전원 버튼을 눌러 작은 화면 속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들을 하나씩 천천히 넘겨보기 시작했다.
화면 안에는 내가 둔한 몸으로 찌개를 끓이는 모습과 툇마루에서 졸고 있는 평범한 일상이 가득하게 담겨 있었다.
손주는 용돈을 받아 맛있는 과자를 사 먹는 것보다 내 모습을 렌즈에 담아 간직하는 것을 훨씬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다.

사진 속 내 얼굴은 세월의 찌든 주름이 가득했지만 손주의 시선이 머문 공간마다 따뜻한 온기가 짙게 남아있었다.
용돈이 필요 없다며 돌아섰던 손주의 행동은 나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를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는 화면을 넘길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묵직하게 떨려오는 것을 느끼며 구부정하게 서서 한참 동안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마당에서 방으로 들어온 손주는 내 손에 들린 카메라를 보더니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녀석을 끌어안았고 손주는 할머니의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찍은 것이라며 나지막이 고백했다.
아이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방 안을 채우자 오랫동안 내 마음을 가르고 있던 오해와 섭섭함이 눈 녹듯 말끔히 사라졌다.

나는 손주의 손을 꼭 잡은 채 그 조그마한 카메라 렌즈를 향해 이 세상에서 가장 밝은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손주는 신이 난 표정으로 셔터를 눌렀고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다정한 순간이 작은 상자 속에 영원히 담겼다.
용돈보다 더 소중한 마음을 선물해 준 손주 덕분에 나는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사진 한 장을 가슴속에 아프도록 깊이 간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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