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과 건강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여겨진다. 건강이라는 대주제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높은 확률로 결론에는 ‘규칙적인 운동’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핀란드에서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과 건강의 관계는 그리 간단하게만 볼 것은 아닌 듯하다. ‘적당한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운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에서, ‘건강’은 무엇을 의미할까? 최소한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별다른 문제 없이 원활한 상태를 말하는 포괄적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또한, 건강이란 단순히 위와 같은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살아가면서 전혀 다치지 않거나 아프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다치거나 아플 때 얼마나 빨리, 원활하게 회복하느냐 역시 ‘건강한 사람’을 가리키는 기준에 포함된다.
그런가 하면, 위와 같이 건강한 상태를 누리며 얼마나 오랫동안 살 수 있는지도 건강이라는 단어 안에 포함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건강 수명’과 ‘사망 위험’도 건강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
건강에 대해 위와 같이 정리했을 때, 운동과 건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운동은 건강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를 조사하기 위해, 핀란드 위베스퀼레 대학 연구팀은 자국 내에서 2만2천여 명의 쌍둥이들을 모집해 이들의 신체 활동과 사망률 간의 연관성을 추적 조사했다.

운동의 단기적 및 장기적 효과
연구팀은 신체 활동량에 대해서는 15년 간의 추적 조사를, 사망률에 대해서는 30년 간의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운동이 미치는 영향을 가급적 높은 신뢰도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망에 이르기 전까지의 과정, 즉 삶의 전반에 걸친 데이터 수집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15년 간의 신체 활동량 조사 결과, 참가자들은 4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었다.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그룹(A그룹), 적당히 활동적인 그룹(B그룹), 상당히 활동적인 그룹(C그룹), 그리고 매우 활동적인 그룹(D그룹)이다.
이후 총 30년에 걸친 사망률 추적 조사 결과는 어땠을까? 익히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활동량이 많을수록 사망 위험이 낮게 나올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A그룹에서 B그룹으로 넘어갈 때 사망 위험이 7%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C그룹과 D그룹은 더 많은 활동량을 기록했음에도 사망 위험상 별다른 이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위 결과는 30년에 걸친 장기 추적 데이터다. 연구팀은 단기적인 사망 위험에 관해서도 분석을 진행했다. 여기서는 신체 활동 수준이 높을수록 사망 위험이 낮았다. 즉, D그룹의 사망 위험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는 의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A그룹과 D그룹의 사망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운동과 건강, 어떻게 봐야 할까?
이쯤 되면 운동과 건강의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헷갈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발견한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적당한 운동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위베스퀼레 대학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신체 활동 지침을 따르는 것이 사망률이나 유전적 질환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조사했다. WHO 지침은 일주일에 150~300분 범위의 중강도 운동, 또는 75~150분 범위의 고강도 운동을 제안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또는’이다. 둘 다 하라는 것이 아닌 선택이라는 의미다. 이는 ‘적당한 운동’이라는 지침을 강조한다.
연구팀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활동량 지침을 충족한다고 해도 유전적 질환 발생 위험이나 사망 위험이 낮아지지는 않는다. 앞서 15년의 신체 활동량 추적 조사에서, 15년 내내 권장 활동량을 충족한 사람들과 비교적 덜 활동적인 사람들을 별도로 추출해 사망률을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운동과 건강의 연관성은 ‘U자 모양’
그렇다면 ‘운동을 하든 안 하든 건강과는 상관 없다’라는 게 결론일까?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건강을 판단할 때 사용하는 또 하나의 지표가 있다. 흔히 ‘신체 나이’라고도 이야기하는 생물학적 노화 정도다. ‘후성유전학’이라고 불리는 영역에서는, 후천적인 노력이나 습관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타고난 유전자의 발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위베스퀼레 대학 연구팀은 후성유전학 시계를 사용해 측정한 혈액 샘플로부터 운동과 건강에 대한 결론을 도출했다. 적당한 수준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할 때 사망 위험이 가장 낮아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운동을 가장 적게 한 사람과 가장 많이 한 사람에게서 생물학적 노화가 빠르게 나타났다”라고 이야기했다. 운동량과 노화 속도를 그래프로 그린다면 U자 모양에 해당한다.
즉, 운동과 건강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약간 조정될 필요가 있다. 운동이 건강의 많은 부분에 기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사망 위험을 낮춰주는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다. 연구에서 주목한 예시를 들자면, 유전적으로 타고난 질환 위험까지 낮춰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운동을 많이 하면 건강해진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관점을 다소 바꿀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저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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