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식습관이 평생의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통풍이다. 관절이 붓고 극심한 통증이 찾아오는 통풍은 ‘왕의 병’이라 불릴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이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50대 이상 남성층에서 통풍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원인이 되는 식재료를 매일 무심코 섭취하고 있다는 데 있다.
통풍은 요산이 체내에 과다하게 쌓이며 관절에 염증을 유발하는 대사성 질환이다. 여기서 요산 수치를 급격히 올리는 음식들이 바로 우리가 흔히 즐기는 몇 가지 음식들이다. 이 글에서는 통풍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네 가지 식품군과 그 이유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짚어본다.
붉은 고기 – 단백질 아닌 ‘퓨린’이 문제다
붉은 고기는 많은 이들이 단백질 섭취를 위해 자주 찾는 식품이다. 하지만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육류에는 퓨린이라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 퓨린이 체내에서 대사되면서 요산으로 전환되며, 요산이 혈액 속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결국 통풍을 유발하게 된다.
특히 고기 섭취량이 많아지는 주말이나 명절 이후 통풍 증상이 악화됐다는 사례가 많다. 지방 함량이 높은 부위는 염증 반응을 악화시켜 통증을 더 심하게 만들 수 있다. 중년 남성의 경우 단백질 요구량이 높다 보니 무심코 섭취하는 붉은 고기 양이 많아지며, 통풍 위험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해산물 – 건강식처럼 보이지만, 요산 함량이 높다
해산물은 일반적으로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인식돼 건강식으로 여겨지지만, 통풍 환자에게는 예외다. 특히 멸치, 정어리, 새우, 조개, 게, 오징어 등은 퓨린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해산물이다.
이들 해산물은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환자에게는 추천되는 경우도 있지만, 통풍 위험군에게는 요산 수치를 급격하게 높이는 트리거로 작용한다. 특히 육류보다는 가볍게 여겨 자주 섭취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적게 먹는다고 괜찮겠지”라는 방심이 가장 큰 함정이 되는 식품군이다.
맥주 – 알코올 중에서도 유독 통풍에 최악
술 중에서도 맥주는 통풍 환자에게 가장 해로운 술로 지목된다. 이는 단순한 알코올 함량의 문제가 아니라, 맥주 자체에 포함된 퓨린 때문이다. 맥주는 효모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퓨린 음료에 해당하며, 음주 자체도 요산의 배설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즉, 맥주는 요산을 만들고 배출도 막는 이중의 해를 가진다. 게다가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는 돼지고기, 치킨 등과 함께 곁들여지는 경우가 많아, 복합적인 요산 상승 요인을 한 번에 가져오는 최악의 조합이 된다. 중년 남성이 퇴근 후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습관은, 통풍에 있어서는 경고등이다.
가공육 – 햄, 소시지, 베이컨은 퓨린과 나트륨의 폭탄
가공육류는 붉은 고기보다도 더 많은 퓨린을 함유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이들 제품에는 소금, 방부제, 인공첨가물 등이 함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퓨린뿐 아니라 염분과 인공 성분들이 신장 기능을 저하시켜 요산의 배출을 더 어렵게 만들며, 혈중 요산 농도를 더욱 높인다.
또한, 가공육은 하루에 얼마만큼 먹는지 모르게 자주 섭취하게 되는 특성이 있어 통풍의 발병을 교묘하게 앞당긴다. 간식처럼, 아침 반찬처럼, 술안주처럼 스며든 가공육은 통풍 위험을 배가시킨다.
국물 요리 – 사골국, 곰탕, 육수는 의외의 위험 식품
많은 이들이 간편식으로, 또는 건강식으로 곰탕, 사골국을 찾지만, 통풍 환자에게는 피해야 할 대표 음식이다. 뼈와 내장류를 오래 고아 만든 국물에는 퓨린이 고농도로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물 요리의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퓨린’이 많다는 점이다. 음식을 끓이는 동안 단백질, 지방, 퓨린이 국물로 녹아들며, 이 국물을 마시는 행위는 곧 요산을 원액처럼 마시는 것과 같다. 또한 국물에는 나트륨이 많아 신장 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국 중심 식사를 즐기는 중장년층에게 꼭 필요한 정보다.
통풍은 ‘잘못된 익숙함’에서 시작된다
통풍은 단순한 관절염이 아니다. 식습관과 대사가 얽힌 복합적인 질환이다. 특히 50대 이후에는 대사율이 떨어지고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서 요산 배출 능력도 함께 감소한다. 이 시점에서 붉은 고기, 해산물, 맥주, 가공육, 국물 요리 같은 음식이 일상적으로 섭취된다면, 통풍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끼의 식사가 평생의 통증을 좌우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식탁을 바꿔야 한다. 통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하지 않게, 정제되지 않은 자연식 위주로, 술은 멀리’라는 원칙을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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