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균관대학교, 숭실대학교를 포함한 국제 연구팀이 ‘한국 독거 성인의 자살 위험이 최대 5배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령대 중에는 40세~64세 성인, 성별로는 남성이 더 높은 위험을 보였다.
OECD 국가 자살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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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률은 국가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꽤 오랫동안 자살 관련 통계에서 높은 수치를 보여왔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24.1명의 자살률을 기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기록되기도 했다.
작년 8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로 인한 사망자들은 평균적으로 4.3개의 스트레스 요인에 복합적으로 시달리는 경향이 있었다. 학업, 구직 관련 스트레스, 직업/직장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로 꼽혔다.

주요 요인 – 독거, 우울, 불안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을 자살로 이어지게 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독거’가 꼽혔다.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의과대학과 성균관대, 숭실대 국제 연구팀은 우울과 불안 증상을 모두 겪고 있는 한국 독거 성인들의 자살 위험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에 참여한 만 20세 이상 성인 약 376만 명을 대상으로 2021년까지 추적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5년 이상 1인 가구로 등록된 사람을 ‘독거’로 분류하고, 건강보험 청구 코드를 활용해 정신건강 여부를 확인했다. 자살로 인한 사망은 국가에서 제공되는 통계 및 기록을 통해 파악했다.
총 3,764,279명 중 독거 인구는 319,993명(약 8.5%),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112,460명(약 3.0%), 불안 장애를 앓는 사람은 232,305명(약 6.2%)로 집계됐다. 추적 관찰 기간 동안 대상자 중 자살한 사람은 11,648명(약 0.3%)이었다.
남성과 40~64세 성인 위험 높아
연구팀은 독거, 우울, 불안을 자살 위험 요인으로 주목하고, 각각의 요인들을 조합해 자살 위험을 산출했다. 그 결과, 별다른 정신건강 문제 없이 혼자 사는 것만으로도 자살 위험이 44% 높게 나타났다. 혼자 살면서 불안 장애가 있는 경우 90% 높은 위험, 혼자 살면서 우울증을 앓는 경우 무려 290% 높은 위험을 보였다.
불안과 우울은 가족 등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경우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지만 불안 장애가 있는 경우는 64% 높은 위험,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경우는 198% 높은 위험을 보였다.
성별과 연령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40세~64세 남성이 모든 집단에서 가장 높은 자살 위험을 보였다. 혼자 사는 남성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는 332% 높은 위험, 40세~64세 성인의 경우는 502% 높은 위험을 보였다.

1인 가구의 장단점
연구 결과는 비교적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혼자 사는 것과 정신건강 문제는 뚜렷한 자살 위험 요인이다. 그중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며, 불안 장애 – 우울증 – 둘 다 앓는 경우 순으로 위험도가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은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가구의 약 35.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20대 1인 가구 비율이 약 17.9%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 초혼 연령이 늦어지고 출산율이 낮아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인 가구 비율은 갈수록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은 때때로 불필요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사회적 고립을 유발한다는 단점도 있어,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연구팀은 사회적 고립이 정신 질환은 물론 영양실조, 인지장애, 각종 대사질환 등과 연관돼 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살로 이어지기 전 심리적 전조인 외로움과 절망감을 심화시킨다고 보았다.
연구팀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지적했다. 또한, 아직까지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남아있다는 점 역시도 자살률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에서는 어떤 양상이 나타나는지를 추가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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