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세포에는 면역을 회피하는 데 쓰이는 단백질이 있다. 이들은 이른바 ‘면역 회피 단백질’이라 불린다. 이 면역 회피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를 바탕으로 면역계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암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면역 회피 돕는 PD-L1 단백질
암세포는 PD-L1이라는 단백질을 정상 세포보다 많이 만들어낸다. PD-L1은 이른바 ‘억제성 면역관문 단백질’ 또는 ‘면역 회피 단백질’로 불리며, 암세포가 면역 작용을 회피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난 1월 인하대 의과대학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면역 회피 단백질인 PD-L1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PD-L1은 암세포의 표면에 나서서, 면역 세포를 향해 ‘공격 금지’ 신호를 보낸다. 즉, PD-L1 단백질이 많아질 경우, 면역 세포는 암세포를 정상이라고 인식하게 돼 공격하지 않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암세포는 면역계의 인식 및 공격을 피해 빠르게 증식할 수 있게 된다.
면역 회피 단백질 선택적 분해
유니스트(UNIST, 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과 유자형 교수 연구팀은 ‘아세타졸아마이드’를 기반으로 PD-L1을 선택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아세타졸아마이드는 탄산탈수효소 억제제로, 암세포 표면에 분포하는 CAIX 효소에 달라붙어 단백질 나노 복합체를 형성하고, PD-L1과 같은 면역 회피 단백질을 세포 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세포 안으로 들어간 나노 복합체는 ‘비정상 단백질’로 인식돼, 세포 내 청소 역할을 담당하는 리소좀에서 분해된다. 이러한 작용은 암세포에서만 일어난다. 반응의 출발점이 되는 CAIX 효소가 정상 세포에는 거의 없는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면역 세포에 ‘공격 금지’ 신호를 보내던 면역 회피 단백질이 사라지면 암세포는 면역계의 공격 대상이 된다. 연구팀은 쥐 모델을 활용한 실험으로 이를 검증했다. 실험 결과 암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PD-L1 단백질도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면역계가 직접 암을 공격하는 경로를 추가로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기술과의 차별점
특정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은 2001년 처음 제시돼 주목을 받아왔다. 연구팀은 PROTAC과 LYTAC이라는 ‘키메라 분자 기술’과 이번에 개발한 아세타졸아마이드 기반 나노 복합체 기술을 비교했다.
키메라 분자는 여러 기능을 가진 분자들이 결합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한다. 예를 들어, PROTAC의 경우 표적 단백질을 찾아 결합하는 역할의 분자와, 단백질 분해를 유도하는 분자를 결합하는 식이다.
다만 이와 같은 키메라 분자의 경우, 서로 다른 기능을 갖춘 여러 분자가 결합하다보니 분자의 크기가 너무 커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세포막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생긴다. 또한, 서로 다른 기능을 갖춘 분자들을 정확한 위치에 결합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제작 과정, 제작 비용, 제작 후 안정성 등의 문제가 뒤따른다.
UNIST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몸속에서 분자를 스스로 조립하도록 하는 접근법’을 채택했다.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의 키메라 분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은 단위의 분자들이 체내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키메라 분자를 형성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세포 내 침투율도 높아지는 것은 물론, 안정성을 유지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유자형 교수는 “기존 고분자 기반 키메라 기술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형태의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TPD)”이라며, “면역항암제와 함께 사용하거나 다양한 난치성 고형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3일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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