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식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 나물인 고사리. 명절 음식인 나물 반찬뿐만 아니라 비빔밥에도 꼭 들어가는 재료로, 한국인의 식생활 속에서 흔하게 소비되는 식물 중 하나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사리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는 식용으로 권장되지 않고, 일부 국가는 아예 금지하기도 한다. 고사리에 ‘발암물질’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한국에서는 왜 여전히 고사리를 먹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을까?

외국에서 고사리를 경계하는 과학적 이유
고사리에는 프타킬로사이드(Ptaquiloside)라는 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성분은 DNA를 변형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섭취할 경우 암 유발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쥐 실험에서 위암이나 식도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오면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고사리의 식용 자체를 금지하거나 경고 문구를 붙이도록 조치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고사리를 상업적인 식재료로는 부적합하다고 분류한 바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고사리 섭취와 특정 암 발병률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러한 자료들이 겹치면서 고사리는 ‘위험한 나물’로 낙인찍히게 됐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이를 여전히 즐겨 먹는 걸까?

한국만의 조리 문화, 독소를 최소화하는 비결
한국에서 고사리는 보통 삶고 말리는 과정을 거친 뒤 다시 불려서 조리한다. 이 과정에서 고사리의 독성 물질인 프타킬로사이드는 상당 부분 제거된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고사리를 생으로 먹는 경우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끓는 물에 충분히 삶은 후 말려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위험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고사리는 보관 전 말려놓고, 조리 전 물에 수 시간 불려낸 후 한 번 더 삶아내는 전통 방식이 흔하다. 이처럼 번거로운 전처리 과정이 사실상 고사리의 유해 성분을 제거하기 위한 지혜였던 셈이다. 실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생고사리 대비 삶고 말린 고사리의 발암물질 함유량은 90% 이상 감소한다.

고사리가 주는 건강 효능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사리를 먹는 이유는 뭘까. 고사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도움을 주며, 칼륨과 칼슘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다. 특히 이뇨작용을 촉진해 부종을 완화하고, 몸속 나트륨 배출에도 도움을 주는 성분이 다량 들어 있다. 또한 열량이 낮고 포만감이 높아 다이어트 중에도 적절한 반찬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고사리 속 베타카로틴, 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 성분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노화 예방이나 면역력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사리를 적절하게 가공하고 섭취한다면, 충분히 유익한 건강 식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이유
모든 식재료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고사리처럼 특정 독성 성분이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리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하고 오히려 효능을 살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만 요즘처럼 간편한 조리를 추구하는 현대 식생활에서는 고사리를 생략하거나, 덜 삶은 상태로 요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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