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에 좋은 음식은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꾸준히 ‘1순위’로 거론되는 식품이 있다. 바로 브로콜리다. 미국 암연구소(AICR)는 수십 년간 수많은 연구 데이터를 종합한 끝에 브로콜리를 대표 항암식품으로 선정했다. 단순히 섬유질이 많아서, 비타민이 풍부해서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브로콜리만이 가진 구조적 특성과 그 안에 포함된 특수 성분, 암세포와 면역계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이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브로콜리가 항암에 왜 특별한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1. ‘설포라판’이라는 강력한 항암 성분의 존재
브로콜리의 항암 효과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핵심 성분이 바로 ‘설포라판’이다. 설포라판은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물질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유황화합물로, 세포 내 해독 효소를 활성화하고 돌연변이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관여한다. 특히 이 성분은 발암물질에 노출된 세포의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실제로 대장암·위암·폐암·전립선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성장 억제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설포라판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면서 정상 세포는 보호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항암제보다 훨씬 부작용이 적은 구조다. 단순한 항산화가 아니라, 유전자 수준에서 세포주기를 조절하고 세포 자살(아포토시스)을 유도하는 메커니즘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브로콜리는 단순한 채소가 아니다.

2. ‘간 해독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기능
암세포가 생성되기 쉬운 환경 중 하나는 간 기능 저하다. 간은 체내 독소를 해독하고 발암물질을 분해해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브로콜리는 간 해독 효소인 ‘글루타티온 S-전이효소’, ‘UDP-글루쿠론산 전이효소’ 등을 활성화시켜 간이 발암물질을 보다 빠르게 제거하도록 돕는다.
특히 브로콜리에 들어 있는 인돌-3-카비놀이라는 물질은 간에서 에스트로겐 대사 경로를 조절해 호르몬 관련 암(예: 유방암, 자궁내막암) 예방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우리 몸에 들어온 유해물질은 대사되지 못하고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브로콜리는 해독 촉진이라는 차원에서 암 예방 1순위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3. 장내 유익균 환경 개선을 통한 면역력 상승
브로콜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할 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에게 유익한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해 장 환경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은 면역세포의 70% 이상이 존재하는 기관으로, 장내 균형이 무너지면 면역 기능도 빠르게 저하된다. 브로콜리를 꾸준히 섭취하면 유익균이 증가하고, 그 결과 면역세포가 보다 효율적으로 암세포를 감시하고 제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특히 설포라판은 장 점막을 강화해 염증 반응을 줄이고, 발암 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 장 염증을 억제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처럼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잡고, 면역력을 끌어올려주는 채소는 많지 않다. 브로콜리는 단순히 섬유질만 많은 채소가 아니라, 면역 방어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다층적 기능을 갖고 있다.

4. 항암 효과를 높이기 위한 조리와 섭취법
브로콜리의 항암 성분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조리 방식도 중요하다. 설포라판은 브로콜리 속 ‘미로시나아제’라는 효소가 있어야 활성화된다. 그런데 이 효소는 고온에 매우 약해, 끓는 물에 삶으면 쉽게 파괴된다. 따라서 브로콜리는 물에 오래 삶지 말고, 12분간 가볍게 데치거나 쪄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혹은 날것으로 잘게 썰어 5~10분간 그대로 두면 미로시나아제가 충분히 활성화되면서 설포라판 생성량이 증가한다. 또 브로콜리를 다른 식품과 조합할 때는 지방이 적당히 포함된 식사와 함께 먹는 것이 흡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올리브오일을 살짝 뿌려 굽거나, 두부·계란 같은 단백질 식품과 함께 먹는 것도 설포라판의 체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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