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력이 약해지면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는 청력 손실과 치매 사이에 연관성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논문이 게재됐다. 이는 평상시 청력 저하 위험이 있는지 살펴보고, 청력 건강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청력 손실과 치매의 관계
랜싯 치매 위원회(Lancet Commission on dementia)에서 제시하는 치매 위험요소(보통 ‘근거 기반, 개선 가능한 위험요소’로 알려져 있음)는 인지 기능 관련 장애에서 꽤 자주 언급되는 항목들이다. 과거 12개 항목이 제시된 바 있으며, 2024년 최신 보고서에서는 2개 항목을 추가해 현재 14개 항목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청력 손실’은 기존부터 존재하던 12개 항목 중 하나다. 인간의 오감 중 정보를 받아들이는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시각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성을 다투는 감각이 바로 청각이다. 언어를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위험 요소를 감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이처럼 청각은 인지 기능에 있어 중요한 정보 전달 경로다. 따라서 청력에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은 뇌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정보 전달 경로가 자극을 덜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청각을 담당하던 피질의 활동이 줄어들면 해당 영역의 부피가 감소하게 될 수 있다.
한편, 청력 건강이 나빠져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면, 소리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 수도 있다.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평소보다 과도한 자원을 쓰게 되면 다른 인지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해질 우려도 있다. 이러한 원리로 청력 손실과 치매 사이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청력 건강의 중요성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 의과대학 연구팀은 805명의 50대 참가자들을 모집해 약 8년에 걸친 연구를 수행했다. 그 사이에 청력 건강을 측정하기 위한 정밀 검사를 3회 진행했다. 청력 손실과 치매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전반적인 인지 기능 검사, 그리고 기억력, 언어 능력, 실행 능력에 대한 개별 검사도 실시했다.
805명 중 청력 손실 증상을 보인 사람은 62명(7.7%)이었다. 연구팀이 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청력 손실 증상을 보인 사람들은 전반적인 인지 기능 저하가 더 빠르게 나타났다. 기억력, 언어 능력, 실행 능력 개별 검사에서도 저하가 드러났지만, 전체적인 인지 기능에 비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정기적인 청력 건강 검사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약간의 청력 저하는 잘 인지하기 어려운 데다가, 오래지 않아 적응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되면, 어느 순간 ‘과거에 비해 확실히 잘 안 들린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중년 이후에는 청력 손실 여부에 관심을 갖고 정기적으로 검사하며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 속 과도한 소음 주의
연구팀은 중년기의 청력 손실을 부르는 주요 원인으로 ‘직업적 환경’을 꼽았다. 큰 소음이 자주 발생하는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웬만한 수준의 소음에 무뎌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적응’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청력 손실이 진행되는 과정일 수 있다. 따라서 청력을 보호하기 위한 적정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헤드폰, 또는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된 이어폰으로 음악을 너무 크게 듣는 것도 문제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청력 손실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비교적 젊은 시절부터 과도한 소음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면, 그만큼 청력 건강이 나빠질 우려가 크다. 과도한 소음을 듣는 기간이 긴 만큼, 그에 적응해버릴 가능성도 높다. 이런 경우 중년 이후의 청력 손실과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청력 손실이 발견된다면, 일찌감치 치료 또는 교정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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