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 치료제이자 체중 감량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들이 알코올 섭취량 감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스페인 말라가에서 진행 중인 2025년 유럽 비만 회의(ECO 2025)에서 나온 내용으로, 올해 초 「당뇨, 비만과 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저널에도 게재된 바 있다.
당뇨·비만 치료제의 효능
당뇨 치료제이자 비만 치료 목적으로도 널리 사용되는 약물은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삭센다’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와 ‘위고비’, ‘오젬픽’ 등의 브랜드로 알려진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는 모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체내에서 자연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한다.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 인슐린을 촉진하고,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 글루카곤을 억제해 혈당을 조절하는 원리다.
이들 약물은 본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그 원리상 비만 치료에도 효과가 입증돼 현재는 비만 치료제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또한, 세마글루타이드의 경우 당뇨와 비만 외에도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기된 바 있다.
이 약물들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며 여러 부가적인 효과와 부작용도 밝혀졌다. 그중 한 가지는 ‘알코올 섭취량 감소’에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다. 동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GLP-1 작용제가 알코올 섭취량 감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결과가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약물 복용 후 알코올 섭취량 감소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의 주도로 구성된 연구팀은 더블린 소재 한 병원으로부터 비만 치료를 받은 환자 262명의 알코올 섭취량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들은 모두 BMI 27 이상이었고, 전체 인원의 평균 연령은 46세, 평균 체중은 98kg이었다. 체중 감량 치료를 위해 리라글루타이드 또는 세마글루타이드 처방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환자들로부터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하기 전과 후의 알코올 섭취량 감소 여부를 확인했다. 약물 복용 전 환자들의 평균 알코올 섭취량은 1주일에 11.3 단위(units)에서 4.3 단위로 감소했다. 본래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평균을 산출한 결과, 1주일에 23.2 단위에서 7.8 단위로 감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을 따랐을 때, 알코올 섭취량 1단위는 순수 알코올량 10g에 해당한다. 국가나 기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어느 기준을 따르든 체중 감량 약물을 복용한 이후 알코올 섭취량이 상당한 폭으로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62명의 환자 중 총 188명을 평균 4개월 동안 추적한 결과, 약물 복용 전에 비해 알코올 섭취량이 증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속 연구 잠재력 있어
연구팀에 따르면, 음주자 기준으로 측정한 알코올 섭취량은 체중 감량 약물 복용 후 68% 가량 감소했다. 이는 유럽에서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팀은 GLP-1 작용제를 복용함으로써 알코올 섭취량 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추정하고 있는 메커니즘은, 뇌에서 발생하는 알코올 갈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술을 마시고 싶다’라는 충동 자체를 억제한다는 관점이다.
연구팀은 표본으로 활용한 환자 수가 많지 않다는 점, 당사자 답변 기준으로 알코올 섭취 여부와 섭취량을 확인했다는 점, 대조군을 두어 비교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한계로 꼽았다. 다만, 실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점에서 후속 연구를 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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