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로로 인해 뇌의 구조적 변화, 기능적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연구팀이 과로와 뇌 건강에 초점을 두고 진행한 연구의 예비 연구 결과로, 영국 의학 저널(British Medicine Journal, BMJ) 그룹의 산하 저널인 「직업 및 환경 의학(Occupational & Environmental Medicine)」에 최근 온라인 게재됐다.
과로와 뇌 건강의 연관성
과로와 뇌 건강에 관한 이번 연구는 연세대학교 생체 의공학과, 중앙대학교 예방의학교실, 부산대학교 융합의학과가 함께 수행했다. 노동환경 점검과 개선의 필요성과도 연관지을 수 있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매년 80만 명 이상이 과로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과로로 인한 사망 사례는 뉴스에도 종종 등장하며 주목도 높은 사회 이슈로 꼽힌다. 이때 종종 함께 언급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874시간으로 집계됐다. 과거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22시간 많은 수치다.
과로와 뇌 건강 자체가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과도한 노동이 심리적, 행동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신경학적·해부학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로로 인한 뇌 부피 변화
연구팀은 주당 52시간 이상을 일하는 장시간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고자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의료 시스템 특성상 교대 근무, 잦은 야근이나 당직 등이 많기 때문에 전반적인 근로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가천대학교 길병원 등이 주축이 돼 진행한 ‘가천 지역 직업 코호트 연구(GROCS)’로부터 데이터를 확보하여, 의료 종사자 110명의 구조적 뇌 부피 분석을 실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의들이었는데, 이중 32명(약 28%)은 장시간 근무, 나머지 78명은 표준 수준의 근무를 한 사례였다.
연구팀은 뇌 전체의 부피 차이를 탐색할 수 있는 ‘복셀 기반 형태 측정법(VBM)’을 활용해 뇌 회백질의 영역 차이를 식별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표준 시간을 근무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주당 52시간 이상을 일한 사람들은 ‘실행 기능’과 ‘감정 조절’에 관련된 뇌 영역에서 구조적 변화가 발견됐다.
한편, 뇌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아틀라스 기반 분석법(ABA)’에 따르면, 전두엽 중간부에 해당하는 영역의 부피가 약 19% 증가했다. 전두엽에서도 다양한 인지 기능, 주의력, 작업 기억, 언어 처리 등에 관여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과로와 뇌 건강 심층연구 첫 걸음
뇌 일부 영역의 부피가 커졌다는 것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위 연구에서와 같이 장시간 노동 후에 나타나는 일시적 부피 증가라면 아무래도 부정적인 변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부정적인 변화의 예로는 스트레스로 인한 것일 수 있고, 신체 피로나 수면 부족 등으로 인한 신경계 염증일 수도 있다. 혹은 뇌 영역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서의 변화, 또는 뇌 조직 내 물질 축적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한 관찰 연구이므로, 장시간 노동과 뇌 부피 증가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장기적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뇌의 구조적 변화가 과로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유발 요인이 있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일 뿐, 연구 자체의 의미가 없지는 않다. 특히 과로로 인해 심리적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있으니, 실제 뇌 건강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향후 더욱 심층적인 연구가 진행된다면, 의미 있는 결과를 여럿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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