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쑥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국내 연구팀이 쑥의 효능 중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대학교, 가천대학교, 그리고 농촌진흥청의 공동 연구 결과다.
뇌세포 보호하는 쑥의 효능
쑥의 효능은 꽤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래 전부터 다양한 질병 치료 및 건강 증진을 위해 약재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쑥은 기존에도 염증을 가라앉히고 열을 내리며 해독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대해 뇌 건강과 관련된 효능이 있다는 점, 이를 현대 과학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의미가 크다.
중앙대학교 식물생명공학과 이상현 교수, 가천대학교 한의예과 강기성 교수, 농촌진흥청 이윤지 박사는 공동 연구팀을 꾸려 쑥의 효능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총 12가지 종류의 쑥 추출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일부 추출물이 글루타메이트로 유도된 신경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뇌세포의 항산화 방어체계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먼저 실험용 신경세포주(HT22)에 글루타메이트를 처리함으로써 인위적인 산화 스트레스를 유도했다. 글루타메이트는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 신경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물질로, 퇴행성 뇌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다음, 12가지 종류 쑥 추출물이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를 살펴, 그 보호 효과를 비교·분석했다.
실험 결과, ▲넓은잎외잎쑥(A. stolonifera) ▲덤불쑥(A. rubripes) ▲산흰쑥(A. sieversiana) ▲맑은대쑥(A. keiskeana) ▲비쑥(A. scoparia) ▲개똥쑥(A. annua) 등의 추출물이 글루타메이트로 인한 신경세포 사멸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쑥의 효능 핵심 성분 ‘루틴’
쑥 추출물이 뇌세포를 보호하는 것은 어떤 메커니즘일까? 연구팀은 쑥의 효능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그 안에 포함된 9가지 주요 생리활성 물질을 분석했다. 그중 ‘루틴(Rutin)’이라는 성분이 가장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밝혀냈다.
루틴은 우리 몸의 자연적인 방어 시스템인 ‘Nrf2/HO-1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세포를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돕는다. 마치 뇌세포에게 튼튼한 방패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 항산화 방어 메커니즘은 현대 의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 중 하나다.
이번 연구는 쑥이 갖고 있는 퇴행성 뇌질환 예방 효과를 분자 수준에서 명확히 규명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중앙대학교 이상현 교수는 “향후 동물실험 및 인체 적용 연구를 통해 기능성 식품 또는 천연물 기반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민족 약리학 저널(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게재됐다. 이상현 교수가 설립한 법인인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NIST)’를 통해 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향후 복합 천연물의 시너지 효과, 약물전달체를 활용한 뇌조직 흡수율 개선, 행동학적 실험을 통한 효능 입증 등의 후속 연구를 예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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