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사 후 나른함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식사 후 나른함을 넘어 참기 힘든 졸음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졸린 것까지야 그럴 수 있다며 넘어갈 수도 있지만, 만약 어지럽거나 잠시나마 눈앞이 흐릿해지는 경험을 한다면 ‘식후 저혈압 증상’일 수도 있다.
식후 저혈압이란?
‘기립성 저혈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앉거나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발생하는 일시적 저혈압 증상을 말한다. ‘식후 저혈압’ 역시 특정한 상황에 발생하는 저혈압 증상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식사를 마치고 1~2시간 이내에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보통 수축기 혈압이 식후 20mmHg 감소할 때를 식후 저혈압으로 진단한다.
증상으로만 보면 저혏압과 유사하다. 어지럼증, 현기증, 눈앞 흐려짐, 심한 졸림이나 피로감 등이다. 요즘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강 용어 중 ‘혈당 스파이크’가 있다. 식사 후 혈당이 빠르게 솟았다가 인슐린 분비로 다시 급격하게 하락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역시 식사 후 졸림이나 피곤함으로 나타날 수 있어 식후 저혈압 증상과 혼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다르다. 한쪽은 혈당 문제이고, 다른 한쪽은 혈압 문제이기 때문이다. 둘 다 혈액에 관련된 문제이니 큰 틀에서는 같을 수 있지만, 발생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건강관리 차원에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식후 저혈압 증상의 원인
혈액의 근본적인 역할은 ‘산소와 영양분의 운반 및 공급’이다. 우리 사회로 치면 ‘유통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굵직한 혈관부터 미세혈관까지 모든 경로를 통해 적재적소에 에너지, 산소, 영양분을 공급하므로 ‘생필품 택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그것을 소화시키기 위해 평상시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때 몸은 전체 에너지 양을 가늠해 비율을 조정한다. 다른 부위에 공급되던 혈액을 다소 줄이고, 소화기관에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때 몸 전체의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심박수를 늘리거나 혈관을 수축시키는 등의 조절이 필요하다.
하지만 만약 몸에 어떤 이상이 있을 경우, 이 기능이 자연스럽지 않게 된다.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식후 저혈압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보통은 나이가 들어 기능이 저하되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식후 저혈압 증상이 젊은 사람보다 노인들에게서 더 흔한 이유다.
물론,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지 젊은 사람들이라고 마냥 안전한 것은 아니다. 건강관리에 소홀한 경우, 대사성 질환이 있는 경우, 혹은 선천적·후천적으로 자율신경계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자연스러운 혈압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이밖에 혈압 문제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거나, 복용량을 조절 또는 변경한 경우도 주의가 필요하다.
세란병원 내과 유어진 과장은 “노년층에서 식후 저혈압으로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넘어지거나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 위험이 증가한다”라며 “이 때문에 어지럼증을 피하려 식사 후 활동을 꺼리게 되고, 이는 신체 활동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식후 저혈압 예방과 관리 방법
식후 저혈압 증상은 근본적인 신체 시스템의 문제이므로, 완전히 뿌리뽑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증상이 있음을 자각하고 평상시 주의를 기울인다면, 증상 발생을 예방하거나 증상이 발생하더라도 다소 완화할 수 있다.
우선 한 끼 식사량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소화기관에서 과도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 원인이므로, 소화기관의 에너지 사용량을 조절해주기 위함이다. 한 번에 먹는 양을 적게 가져간다면 비교적 적은 에너지로도 무난하게 소화시킬 수 있게 된다. 식사량이 적어 전체적인 에너지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식사 횟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보완하도록 한다.
유어진 과장은 “노년층은 혏압을 조절하는 능력이 약해, 식사 후 혈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라며 “식사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므로, 식사량을 줄이고 자주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했다.
전체 식사에서 탄수화물 함량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탄수화물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소화 속도가 빠르다. 바꿔 말하면 소화를 위해 순간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거나 복합 탄수화물로 대체하고, 단백질이나 지방, 섬유질 등 소화 속도가 다소 느린 영양소를 섭취하면 에너지 소모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몸 속 수분이 줄어들면 혈액량이 줄게 돼 저혈압 증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 평소보다 물을 더 자주, 충분히 마셔주면 저혈압 증상을 보다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가볍게 움직여서 혈액 순환을 촉진해주는 것이 좋다. 휴식을 취하더라도 가급적 눕지 말고 앉아서 쉬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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