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사를 천천히, 최소 20분 이상 하라는 조언을 들어봤을 것이다. 식사 속도가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으로, 그 근거는 여러 방면에 걸쳐 누적돼왔다. 예를 들어, 뇌에서 포만감을 느끼는 타이밍과 메커니즘에 관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음식 종류와 식사 시간’ 사이에도 중요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음식 종류와 식사 시간
‘천천히 먹는다’는 것을 세세하게 쪼개보면, 씹는 횟수, 씹는 속도, 삼키는 타이밍 등 몇 가지 세부 행동으로 나눌 수 있다. 식습관과 관련된 기존 연구들에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전체 식사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해왔다. 이를 테면 한입에 어느 정도의 음식을 넣는지, 식사 중 음악을 듣거나 TV를 시청하는 것은 어떤 영향이 있는지 등이다.
그중에서 유력한 요소로 지목됐고, 지금도 유효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른바 ‘섭취 순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섬유질 공급원인 채소를 가장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그 뒤에 먹으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방법이 혈당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씹는 횟수나 속도 등 실제 식사 시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 ‘식사 유형’ 즉,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식사 속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달 초 「뉴트리언츠(Nutrients)」 저널에 게재된 일본 후지타 보건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음식의 종류에 따라 이러한 세부 행동들에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

음식 종류와 식사 시간 비교 실험
후지타 보건대학 연구팀은 교내 직원과 교수들 41명을 참가자로 초빙해 실험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의 연령은 20세~65세 범위에 분포했으며, 남성 18명 여성 23명으로 구성됐다.
각 참가자들은 총 12주동안 연구팀의 통제에 따라 식사를 했다. 첫 4주는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는 즉석 조리 피자 한 조각을 손으로 먹도록 했다. 4주가 지난 후에는 브로콜리와 밥을 곁들인 함박 스테이크 도시락을 먹도록 했으며, 채소를 먼저 먹도록 지시했다. 다시 4주가 지난 후에는 같은 도시락을 먹되, 채소를 가장 마지막에 먹도록 통제했다.
정리하자면, 처음 4주는 ‘손으로 먹는 즉석 피자’, 그 다음 4주는 ‘젓가락으로 먹는 도시락’, 마지막 4주는 ‘똑같은 도시락을 먹되 채소를 나중에 먹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음식 종류와 식사 시간 차이를 비교하기 위한 목적이다.
모든 참가자들의 식사 과정은 비디오로 녹화됐으며,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분석을 실시했다. 전체 식사 시간, 씹는 횟수, 한 입 베어 물기 횟수, 그리고 씹는 속도 등 세세한 요소까지 측정했다. 음식을 씹는 행동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바이트 스캔(Bitescan)’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해 정량화했다.
비만 예방과 식습관 개선 전략
연구 결과, 도시락을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이 피자를 먹을 때보다 유의미하게 더 길었다. 도구(젓가락)를 사용하는 것, 여러 반찬이 분리돼 있는 것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도시락을 먹을 때 씹는 횟수도 더 많았고, 씹는 속도도 더 빨라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한 입 베어 무는 횟수는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채소를 먼저 먹는 경우와 나중에 먹는 경우는 평균 30초 정도 차이가 났다. 통계적으로는 의미가 있었지만, 전체 식사 시간으로 감안하면 큰 차이가 아니다. 즉, 채소를 먹는 순서가 혈당 조절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식사 시간을 늦추는 데는 별 영향이 없다는 의미다.
이 연구의 핵심은 음식 종류와 식사 시간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데 있다. 좀 더 정확히는 음식 종류에 더해 식사 도구의 사용 여부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비만 예방 및 식습관 개선에 있어 중요한 시사점이라 할 수 있다.
비만이나 과체중인 사람들에게서 ‘빠른 식사 속도’ 혹은 ‘짧은 식사 시간’은 흔히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다. 이때 식사 유형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보다, 여러 반찬을 섭취할 수 있도록 구성된 형태의 음식이 식사 속도 및 전체적인 식사 시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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