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하지 말라는 말,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 같지만, 현실에선 그게 참 쉽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외형적인 조건과 배경, 직업, 학벌 같은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하고, 때로는 그런 잣대를 자신에게도 들이대며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그런 점에서 요즘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꽤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단, 그 방식이 참 따뜻하고 부드럽다.
미지와 미래
이야기의 중심에는 쌍둥이 자매 ‘미지’와 ‘미래’가 있다.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두 사람. 모범적이고 단단해 보이는 미래는 사실 아픈 몸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고,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미지는 오히려 누구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다. 둘을 연기하는 박보영은 같은 얼굴이지만 완전히 다른 온도의 감정을 표현해내며, 1인 2역의 진수를 보여준다. 가끔은 같은 인물처럼 느껴지다가도, 감정의 결이 갈라지는 순간이 아주 선명하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히 ‘쌍둥이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애가 있는 호수, 인정받지 못한 청춘, 병든 가족을 돌보는 손자녀까지… 겉으로 보기에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쉽게 스쳐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카메라는 섬세하게 다가간다. 겉모습으론 알 수 없는 복잡한 내면과 고유한 진실이, 캐릭터들 사이사이에 조용히 숨 쉬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이 드라마가 무거운 이야기를 결코 무겁게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밝고 경쾌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들을 던진다.
“타인의 삶은 쉬워 보이지만, 그 안에도 아픔이 있다면?”
“나는 나의 삶을 얼마나 너그러이 대하고 있는가?”
〈미지의 서울〉은 단순히 잘 만든 휴먼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드라마는 ‘우리 모두가 서로의 진짜 모습을 보려는 노력을 할 때,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말해준다. 기획의도에서 밝힌 것처럼, 자기 자신에게조차 너무 가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이자 응원의 메시지다.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가 한층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배우 박보영의 연기다. 한 사람 안에서 두 인물의 온도를 오가며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의 흐름은 매회 감탄을 자아낸다.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눈빛, 그리고 장면마다 달라지는 감정의 결은 극의 몰입도를 이끌어내는 핵심이다.
📺 미지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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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tvN 토·일 오후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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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기간: 2025년 5월 24일 ~ 6월 29일 (총 12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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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스튜디오드래곤 / 몬스터유니온, 하이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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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박신우, 남건 | 극본: 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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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박보영, 박진영, 류경수 외
〈미지의 서울〉은 따뜻한 이야기 이상의 울림을 준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이 드라마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꽤 큰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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