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장무석 교수 연구팀이 기존 기술보다 100배 가량 정밀한 공간 해상도를 갖는 ‘빛 측정 센서’를 개발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메타 표면’을 적용해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파면 센서를 이용한 사례로, 복잡한 물체를 단일 측정 방식으로 이미지화 하는 기술이다.
‘메타 표면’이 적용된 기술
메타 표면은 나노미터(㎚, 10억 분의 1미터)에서 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미터) 범위에 해당하는 초정밀 수준의 기하학적 구조로 만들어진 평면을 말한다. 각기 다른 형태와 크기로 이루어진 나노 구조체들이 배치된 평면으로, 전자기파가 가지는 여러 가지 특성을 매우 정밀한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다.
이 기술을 광학기기에 적용할 경우, 의료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술들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초음파 이미지를 보다 정밀하게 생성할 수 있다거나, 특정 생체 분자나 화학 물질을 보다 빨리 감지해냄으로써 질병 발생 가능성을 더 빨리 찾아낼 수 있다.
무엇보다,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한 구조체가 활용된 기술이므로, 장비나 기기의 소형화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메타 표면의 우수한 성능을 활용해, 초소형·다기능 메타 파면 센서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병원 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이동식 진단 장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기존 기술 대비 100배 성능
기존 ‘샥-하트만 파면 센서(Shack-Hartmann wavefront sensor)’는 안과 이미징부터 레이저 치료 및 수술, 로봇 수술 등에 널리 사용돼 왔다. 마이크로 렌즈 배열과 카메라를 결합한 구조로, 간단한 구조 및 높은 내구성을 지녀 의료 현장 및 산업 현장에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이 기술은 마이크로 렌즈의 크기 문제로 ‘공간 해상도’가 1㎟당 100개 수준으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보다 정밀한 수준에서 복잡한 구조를 갖는 물체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카이스트 연구팀은 나노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메타 표면을 이용해 공간 해상도 문제를 해결했다. 메타 표면 기술로 제작된 메타 렌즈를 활용, 샥-하트만 파면 센서에 비해 약 100배 가량 높은 공간 해상도를 이미징해낸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메타 샥-하트만 파면 센서’라고 이름 붙였다.
1㎟당 10,000개 가까이의 픽셀을 이미징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존 기술로 측정할 수 없었던 보다 정밀하고 복잡한 구조체의 위상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한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메타 샥-하트만 파면 센서를 통한 3차원 위치 추적 테스트 결과, 기존보다 약 10배 큰 시야각을 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거의 모든 가시광선 영역에서 작동하며, 넓은 시야각만큼 보다 넓은 영역에서 특정 개체의 3차원 위치 추적이 가능해진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연구팀의 고기현 박사는 “메타-샥 하트만 파면 센서는 기존 기술보다 견고하면서 작은 크기를 가지는 장비로서, 초기 질병 진단, 제조 공정의 결함 검출, 자율 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어떤 일이 가능해지나?
메타 샥-하트만 파면 센서가 의료 현장에 적용될 경우, 가장 먼저 기존보다 훨씬 정확한 진단 및 분석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해상도로 물체의 모양과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넓은 시야각으로 정확한 위치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포나 조직의 미세 구조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즉, 암세포와 같은 위험 인자를 보다 크기가 작은 상태에서도 발견, 조기 진단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세포나 조직 단위에서 진행되는 질병의 예후를 모니터링하는 데도 뚜렷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물체의 구조에 대한 해상도가 대폭 증가하는 만큼, 화학 염색 없이도 세포 등 미세구조를 관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생체 조직에 대한 비침습적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환자 안전성, 감염 위험성, 진단 정확성 면에서 기존 침습적 방식의 조직 검사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같은 크기에서 해상도가 100배 가량 높아졌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100분의 1 크기에서 같은 수준의 해상도를 보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기존의 대형 장비와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가졌으되 훨씬 작은 장비를 만들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는 병원 외에서 긴급한 정밀 진단이 필요할 경우, 보다 신속하게 진단 및 분석이 가능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외부 응급현장에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 보다 정확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 외 연구 분야에도 기여
이밖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세포 생물학, 병리학, 조직 공학 등 현장 외의 의료 연구 분야에도 폭넓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면 줄기세포의 성장 및 분화를 관찰하는데 응용하거나, 암세포의 성장 및 침윤 등의 특성을 보다 세밀한 수준에 분석해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까지 밝혀낼 수 없었던 질병의 기전을 알아낼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보다 정밀한 진단과 데이터 수집은 환자 개개인에 대한 정확한 의료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치료는 물론,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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