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적게는 5%, 많게는 20%가 변비 증상을 겪는다. 최소로 잡은 5%만 해도 우리나라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250만 명 정도로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식생활의 주된 패턴이 서구에 가깝게 변해가면서, 대장 관련 질환의 비중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는 것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간과하는 것이,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먹고 어떤 생활습관을 가지는지에 따라 유익균이 주를 이룰 수도, 유해균이 주를 이룰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섬유질은 장내 유익균들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2016년 국제 프로바이오틱스 및 프리바이오틱스 과학 협회(ISAPP)에 의해 수정된 ‘프리바이오틱스’의 정의에 따르면, 프리바이오틱스는 섬유질의 일종으로 위에서 잘 소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장까지 거의 온전히 도착하게 되며, 프로바이오틱스(장내 유익균)들의 먹이가 돼 장내 환경 개선에 일조한다.
프리바이오틱스, 왜 좋은가?
장내 유익균이 프리바이오틱스를 먹이로 삼을 때(발효시킬 때)는 짧은 사슬 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 SCFA)이 생성된다. 주로 아세트산, 프로피온산, 부티르산 등이 SCFA에 해당한다. 이들은 염증 감소 및 면역 조절 등에 기여함으로써 소화관 세포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내 점막을 이루는 세포들이 건강하면 점막을 통해 체내로 침투할 수 있는 병원균이 줄어든다. 즉, 프리바이오틱스가 충분히 공급되면 대장 환경이 건강해지고, 유해한 병원체들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어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또한, 장내 염증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의 발생 가능성 또는 증상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얼마나 먹는 게 좋을까?
보편적으로 성인에게 권장되는 일일 섬유질 섭취량은 약 25~30g이다. 이는 셀룰로오스, 펙틴, 리그닌 등 다양한 섬유질을 포괄하는 섭취량이다. 프리바이오틱스만의 섭취량을 보자면, ISAPP에서는 하루 5그램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물론 실제 섬유질 섭취 현황은 평균적으로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편적으로 적절한 배변 주기는 1~3일 사이에 1~3회 정도다. 만약 자신이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혹은 수시로 복부 팽만감 등을 느낀다면 섬유질 섭취 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는 예외다. 프리바이오틱스를 함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음식은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넘어가 수분을 빨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
프리바이오틱스 섭취, 가장 좋은 음식은?
다행히 프리바이오틱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섭취할 수 있다. 굳이 보충제나 섬유질 간식을 따로 고려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의미다. 또한, 프리바이오틱스가 함유된 대부분의 음식들은 비타민이나 무기질 등 다른 영양소도 풍부한 편이기 때문에 여러 모로 이득이다.
양념이나 음식 부재료로 널리 사용되는 양파와 마늘, 대파가 대표적이다. 고구마와 무처럼 뿌리를 먹는 식물들도 좋다. 귀리, 보리, 퀴노아와 같은 곡물, 다양한 콩 종류, 사과, 베리, 바나나, 아보카도 등의 과일도 훌륭한 공급원이다. 꿀, 된장, 간장에서도 프리바이오틱스를 얻을 수 있다.
한편, 최근 다방면으로 연구되고 있는 바에 따르면, 항산화 물질의 한 종류인 폴리페놀 역시 체내에 들어왔을 때 프리바이오틱스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폴리페놀 계열의 화합물들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대사되는 과정에서, SCFA를 생성하고 항산화 및 항염 작용을 하는 것이다.
섭취할 때 주의사항
그동안 섬유질 섭취가 부족한 편이었다면, ‘점진적으로’ 섭취량을 늘릴 것을 권한다. 갑작스럽게 많은 양의 프리바이오틱스를 섭취할 경우, 오히려 소화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스가 차거나 복부 팽만감이 생기거나, 심하면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매 끼니마다 과일을 한 종류씩 포함하는 걸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흰쌀밥과 같은 정제된 곡물을 먹고 있었다면, 통곡물을 섞으며 그 비중을 늘려가도록 하자. 다양한 콩 종류를 밥에 함께 넣어서 짓거나, 별도로 반찬으로 만들어도 좋다.
프리바이오틱스는 반드시 충분한 물과 함께 섭취해야 한다. 섬유질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빨아들일 수 있는 수분이 충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분 보충 없이 프리바이오틱스 섭취량만 늘릴 경우, 오히려 변비 등 관련 증상이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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