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나물, 시간이 지날수록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봄철과 명절, 밥상 위에 자주 오르는 삶은 고사리, 도라지, 나물무침은 건강식으로 인식되어 많은 가정에서 즐겨 먹는 반찬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삶은 나물류는 수분 함량이 매우 높고, 조리 과정에서 살균이 완벽하지 않아 상온에서 방치될 경우 곰팡이나 세균이 쉽게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됩니다.
특히 조리 후 남은 나물을 실온에 몇 시간 또는 하루 이상 둔 상태에서 다시 데워 먹는 습관은 위험한 곰팡이 독소, ‘아플라톡신’의 생성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아플라톡신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간세포를 직접 공격해 간암, 간경변을 유발할 수 있으며, 매우 소량만 섭취해도 장기적으로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거나 냄새가 이상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독성 곰팡이는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섭취 전 주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플라톡신은 ‘따뜻한 부엌’에서도 조용히 생깁니다
아플라톡신은 주로 땅콩, 곡류, 견과류에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삶은 고사리나 도라지처럼 수분이 많고 단백질·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류에서도 특정 조건하에서 곰팡이 독소가 생성될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아플라톡신을 생성하는 곰팡이는 25~35도 내외의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빠르게 번식하며, 특히 한국 가정의 여름철 부엌 환경은 이 조건을 그대로 충족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삶은 나물을 상온에 그대로 두거나, 뚜껑을 덮은 채 미지근한 상태로 장시간 방치하는 습관은 위험도를 높이며, 여기에 소금이나 양념이 들어간 상태일 경우 오히려 보관 중 발생하는 변화를 감추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조리 후 하루가 지난 나물 반찬에서 곰팡이 독소가 생성되었더라도 감각적으로 식별하지 못한 채 먹게 되는 위험이 있습니다. 전통 음식일수록 조리 후 보관 방식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 번 더 데우면 괜찮다’는 생각이 더 위험합니다
많은 가정에서 반찬을 만들고 나면 며칠간 먹기 위해 냉장 또는 상온에 보관한 뒤, 식사 때마다 꺼내서 한 번 더 데워 먹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아플라톡신과 같은 곰팡이 독소를 제거하지 못합니다.
아플라톡신은 260도 이상의 고온에서만 분해되며, 일반적인 조리나 데우기 온도로는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즉, 다시 가열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특히 삶은 고사리나 도라지 같은 나물은 보관 중 수분이 많아 곰팡이 증식을 유도하고, 조미된 상태로 보관되면 이물질이나 이상 냄새가 잘 감지되지 않아 섭취 위험이 커집니다.
또한 간혹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밀폐 용기에 담지 않고 그대로 넣거나, 냉장고 문 쪽 온도가 높은 곳에 두었을 경우 곰팡이 독소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반찬은 처음부터 소량만 만들고, 최대한 빨리 먹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삶은 나물 보관 시 실천해야 할 안전 수칙 4가지
1. 고사리, 도라지 등 삶은 나물은 실온에 두지 말고 식힌 후 바로 냉장 보관합니다.
2. 보관 기간은 2일 이내로 제한하고, 냉장고에서도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합니다.
3. 남은 나물은 재가열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양만큼만 덜어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4. 여름철에는 가급적 냉동 소분 보관을 활용하고, 재해동은 한 번만 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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