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오상록, 이하 KIST) 창업기업인 (주)큐어버스(대표 조성진)가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총 3억7천만 달러(한화 5,037억 원)의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이 된 기술은 ‘CV-01(씨브이-공일)’로, ‘치매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CV-01은 올해 9월 임상 1상에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 이하 과기정통부)와 KIST는 큐어버스의 연구개발부터 기술출자 창업, 기술 상용화, 임상에 이르기까지 신약 개발 전 주기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을 해왔다. 안젤리니파마 측에서 신약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역대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이뤄낸 기술 수출사례 중 역대 최대 금액의 성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뇌 염증과 스트레스, 치매 원인의 새로운 접근
치매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쌓이는 것이 원인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제약회사들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축적을 막거나, 쌓인 단백질을 제거하는 물질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효능에 한계가 있었고, 환자가 사망하는 등 안전성 문제가 남아있었다.
이에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외에 최근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뇌 염증 및 산화성 부정적 압력(스트레스)이 치매의 근원일 가능성에 주목하며, 이와 관련된 차세대 기전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KIST 박기덕 박사 등 연구진은 2014년부터 차세대 치매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스트레스 및 염증에 대해 발생하는 방어 기전인 ‘keap1/Nrf2 신호전달 경로’를 통해 신경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는 신경회로의 손상을 예방하고 뇌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연구팀은 수년간에 걸친 연구 결과, 해당 반응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CV-01을 개발했다. 만약 이 물질을 사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게 되면, 이러한 메커니즘의 치매 치료제는 세계 최초 사례가 된다. 메커니즘 특성상 뇌 신경 손상이 원인이 되는 파킨슨병, 뇌전증 등의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인 치료제와 달리 ‘먹는 약’
보통 특정 질환의 표적 치료제로 개발된 것들은 주사제가 다수를 차지한다. 항암제, 당뇨 치료제,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를 비롯한 각종 바이러스 백신이 그 예다. 하지만 CV-01을 활용한 치료제는 ‘먹는 약’으로 개발된다. 처방에 따라 복용하기만 하면 되므로, 주사제보다 훨씬 간편하다.
또한, 질병의 ‘원인 물질’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표적 치료제로서의 성질이 강하다. 정상 세포에 대한 손상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뇌혈관 부종과 같은 부작용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분자 화합물 약물로 분자 크기가 작기 때문에 생체 내 이동성이 높다. 즉, 혈뇌장벽(BBB)을 넘어 뇌에 도달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경우 신경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신경회로의 염증성 손상을 예방하는 것이 주요 기전이므로, 발병 전 예방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향후 고령인구의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에 대비해,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데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 역대 최대 성과 전망
이번 계약은 신약 상용화 성공 시 기술이전 조건으로 총 3억7천만 달러 규모다. 2016년 KIST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미래선도형 융합연구단’으로부터 43억5천만 원의 지원을 받아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착수한 후 약 8년여 만의 성과다. 기술출자회사인 (주)큐어버스는 2021년 ‘생명공학 인기 연구자(바이오스타) 사업’의 지원을 받아 창업했다.
큐어버스 측은 과기정통부로부터 약 3억 원 규모의 사업화 지원을 받아 연구 개발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과기정통부·보건복지부가 공동 주관하는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단’의 지원을 토대로 CV-01의 임상 1상 단계를 진행 중이다.
큐어버스 조성진 대표는 “CV-01은 치매, 뇌전증, 파킨슨병을 비롯한 뇌신경계 질환에 획기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치매 등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기술개발, 사업화, 임상 등 전체 주기에 걸친 정부 지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KIST 오상록 원장은 “KIST 연구자가 개발한 기술이 첨단 생명공학 신생기업 창업으로 이어지고, 세계 제약시장에 진출한 훌륭한 사례가 되었다”라며 “앞으로도 게임 체인저가 될 세계적 원천기술 확보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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