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증은 흔히 오해를 받는 주제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염증이라 하면 안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염증은 체내에서 손상이나 감염이 발생했을 때, 면역 세포가 이에 대응하면서 나타난다. 면역 세포가 제 기능을 수행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며, 손상된 곳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회복 과정이기도 하다.
다만, 염증이 발생한 뒤 회복이 너무 더디거나, 염증이 너무 자주 발생하는 경우는 문제가 된다. 실제로 과도한 염증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부터 심장질환과 같은 치명적 건강문제까지 다양한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성 염증은 마치 들불이나 산불과 같다. 회복되지 않은 채로 점점 퍼져서 또 다른 염증을 유발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며 건강을 서서히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염증의 발생과 확산은 도시의 재개발에 비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낡고 오래돼 위험한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부순 곳의 재건축을 마무리하지 않고 계속 부수기만 한다면 결국 도시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사람에 따라 염증을 자주 겪는 곳이 있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염증과 식단의 관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특정 식단이 염증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추측은 매우 타당하다. 염증 개선에 도움이 되는 식단을 알아보도록 한다.
자신의 염증 수치를 먼저 확인하자
만성 염증으로 인한 일반적인 증상에는 피로, 발진, 관절통 등이 있다. 평소 이런 증상을 자주 겪고 있다면, 병원을 찾아 염증 수치를 확인해보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찾아 증상을 말하고 만성 염증에 대해 질문을 하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물론 해당 과목을 운영하는 더 큰 규모의 병원에서도 가능하다.
염증 수치가 높으면 각종 대사 이상 질환이나 만성 질환의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 혈당, 혈압, 비만, 콜레스테롤 이상 등이 대표적이다. 염증 수치는 일반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검사 결과를 읽고 정확한 상태를 짚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의사에게 질문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관리가 필요한 정도의 염증 수치가 나왔다면, 그동안의 식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잘 알려진 주범은 정제된 탄수화물, 튀긴 음식, 탄산음료, 햄이나 소시지 등의 가공육, 트랜스 지방이 함유된 식품 등이다.
다양한 색상의 신선식품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건강을 위해 언제나 권장되는 사항이다. 다만, 항염 작용을 염두에 둔다면 한두 가지 과일과 채소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화 전략’이 도움이 된다. 진한 녹색 채소, 십자화과 채소를 비롯해 파프리카와 아보카도, 베리류를 다양하게 넣을 수 있도록 한다. 요리를 할 때 양파와 마늘을 평소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핵심은 ‘식물성 식단’이다. 과일과 채소 외에도 귀리나 잡곡 같은 통곡물, 견과류, 씨앗류 등을 활용하도록 한다. 견과류나 씨앗류는 식사 대신 간식으로 섭취해도 좋다. 다양한 색상의 신선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여러 종류의 비타민을 폭넓게 섭취할 수 있다. 이는 면역력을 강화시켜 염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항산화 성분’에 포인트
커피나 초콜릿은 흔히 식후 디저트로 즐기거나 간식으로도 먹는 것들이다. 이들은 과연 항염 작용에 도움이 될까? 다행스럽게도 도움이 된다. 커피와 다크 초콜릿 모두 항산화 성분을 제공하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항산화와 항염은 엄밀히 따지면 다른 개념이지만, 항산화 성분을 가지고 있는 음식들은 대개 항염 작용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항산화 성분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폴리페놀’은 다양한 식물성 식품에서 발견되는 화합물을 통칭하는 말이다. 과일부터 채소, 곡물에 널리 함유돼 있으며, 이들을 주 재료로 삼아 만드는 가공식품에서도 발견된다. 커피와 초콜릿 모두 식물성 원료의 특성을 살려서 만든 식품이기 때문에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다.
단, ‘원료의 함량이 높고, 그 특성을 보존하는 가공식품’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커피의 경우 로스팅 정도에 따라 항산화 성분 함량이 달라질 수 있다. 로스팅 정도가 약할수록 항산화 성분 보존율이 높으며, 맛과의 균형을 위해서는 미디엄 로스팅이 가장 무난하다. 다크 초콜릿의 경우 카카오 함량이 70% 이상 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불포화 지방산 챙겨먹기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들 중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대부분 ‘포화지방’이나 ‘트랜스지방’이 주를 이룬다. 사실상 지방으로 인한 문제를 초래한 주범들이자, 지방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게 만든 원인이다. 실제로 지방은 세부적인 종류로 나눠지며, 그 중에는 건강에 이로운 지방도 존재한다. 염증 수치가 높은 사람은 건강한 지방, 즉 ‘불포화 지방’으로 몸에 필요한 지방을 공급해줘야 한다.
가장 단골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올리브 오일이다. 사실 다른 불포화 지방 식품들은 일부러 챙겨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오일의 경우 요리에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니 보다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샐러드 등에 뿌려서 그대로 먹기에 적합하고, 일반 올리브 오일은 식용유 대신 요리에 사용하면 좋다.
올리브 오일 특유의 향이 거슬리는 사람들은 코코넛 오일을 사용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밖에 카놀라유, 대두유, 유채씨유 등은 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인 오메가 6의 공급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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