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이 말은 ‘행복’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매우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행복 또한 경험이 중요하다. ‘행복하다’라는 느낌을 받아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을 느낄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는가.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거나 많지 않은 사람에게 행복이란 어떤 감정인지 설명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직접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어떻게? ‘음식’을 이용하면 된다. 실제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내는 음식들이 있으니, 그것으로부터 직접 느끼도록 해보는 것이다. ‘행복감을 높여주면서도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소개해본다.
바나나
바나나는 일명 ‘행복 물질’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을 함유하고 있는 식품이다. 다만, 바나나에 함유된 세로토닌은 외부 물질로 인식돼 혈뇌장벽(BBB)을 통과할 수 없다. 따라서 뇌를 제외한 체내 다른 신경계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바나나에는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함유돼 있다. 트립토판은 세로토닌의 전구체 역할을 한다. 바나나에 함유된 또 다른 영양소인 비타민 B6와 트립토판이 작용해, 충분한 양의 세로토닌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체내에서 만들어진 세로토닌’은 혈뇌장벽을 넘어 기분을 개선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세로토닌이 원활하게 만들어지면 기분을 조절하고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편, 세로토닌이 충분히 만들어질 경우, 이를 바탕으로 멜라토닌의 합성도 활성화된다. 즉, 낮 동안에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아보카도
인정한다. 아보카도는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하는 식품이다. 하지만 가격과 별개로, 기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명확하게 검증돼 있다. 이는 아보카도에 포함돼 있는 영양 성분이 기분 조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보카도의 성분 중 대표적인 것인 ‘콜린(Choline)’이다. 비타민 B4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공식적으로 비타민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콜린은 신경계의 기능 및 세포막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분이다. 또한, ‘아세틸콜린’의 전구체 역할을 하는데, 이는 기억력과 기분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기도 하다. 신경계 건강에 중요한 비타민 B6와 B9(엽산)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또한, 아보카도는 ‘건강한 지방’을 공급해주는 음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20년 진행됐던 한 연구에 따르면, 아보카도에 포함된 단일 불포화지방산은 ‘불안 감소’와 관련이 있다. 건강한 지방을 섭취함으로써 정서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발효식품
식사에 꼬박꼬박 오르는 김치, 간식 또는 식사 대용으로도 먹곤 하는 요거트와 치즈, 건강 음료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콤부차 등 ‘발효’ 과정을 거치는 음식들도 건강 및 기분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우선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미생물은 ‘유익균’으로 분류돼 장 건강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포인트가 있다. 장내 미생물들은 신경계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물질을 만든다. 즉, 장이 건강하면 신경계가 전반적으로 건강해진다는 의미다.
또한, 행복 물질인 세로토닌이 체내에서 생성될 때, 거의 대부분이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장이 건강하면 세로토닌 수치도 높아지며, 이로 인해 낮 동안의 활동성, 밤 시간의 숙면, 원활한 신체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버섯
비타민 D 결핍 시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점에서 비타민 D를 풍부하게 공급할 수 있는 버섯은 기분 전환에 무척 큰 도움이 되는 식품이라 할 수 있다. 비타민 D를 공급하는 식품 중 거의 유일하게 ‘비동물성’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에게는 필수 식단으로 꼽힌다.
버섯은 기본적으로 비타민 D2를 공급한다. 보통 가장 효율적인 비타민 D 공급원은 햇빛(자외선)인데, 이는 비타민 D3를 공급해주는 원천이다. 비타민 D2는 D3에 비해 체내 활성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식품으로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 D 중에는 매우 유익한 것으로 분류된다.
한편, 버섯 중 특정 종류는 환각 물질인 ‘실로시빈(Psilocybin)’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것이 항우울제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물론 이는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한 내용이며, 모든 버섯에 적용되는 사실도 아니다. 하지만 버섯과 기분 전환 사이에 연결고리 하나쯤 덧붙여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코코넛
코코넛은 열대 과일의 대표주자다. 만약 추운 날씨에 유독 울적해지는 경우가 많은 사람이라면, 코코넛으로 열대의 분위기를 연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내용이니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굳이 애써 노력할 필요는 없다.
코코넛에서 기분 전환에 관여하는 핵심 성분은 MCT, 즉 ‘중쇄 트리글리세리드’다. 이는 지방산을 세부적으로 구분하는 한 종류로, 중쇄 지방산이라고도 불린다. 2017년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MCT가 불안 증세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발견된 바 있다.
다만, 이 효과는 아직 인간에게 적용하기에는 완벽히 증명되지 않았다. MCT는 체내에서 빠르게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직접적으로 감정의 영역을 건드린다는 것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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