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성 섬유질 위주의 식단 섭취가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MSK)에 의한 연구 결과다.
백혈병, 림프종 잇는 다발성골수종
다발성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항체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면역 세포가 뼈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병이다. 핵심적인 증상은 면역계와 골격계에서 나타난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뼈 조직에서 칼슘이 방출되면서 뼈가 약화되거나 파괴될 수 있다. 뼈 조직 붕괴로 인한 통증도 문제고, 뼈에서 흘러나온 칼슘이 혈류를 타고 흐르며 구토 증상이나 심한 갈증, 잦은 소변, 혼돈 증상 등을 유발한다.
다발성골수종은 전체 혈액암 환자 중 10% 정도를 차지한다. 혈액암 하면 보통 떠올리게 되는 백혈병이나 림프종이 각각 30%~40% 정도에 해당하며, 그 뒤를 이어 상당히 흔하게 발생하는 종류다. 우리나라에서 혈액암은 모든 암을 통틀어 그리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매년 약 1,00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다발성골수종은 60세 이상 노인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동향을 보면 연령대 구분 없이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미국에서는 매년 3만 명 가량의 환자가 발생하며, 2000년대 초반에 비해 1.5배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전체적인 인구 증가 및 고령화 비율의 영향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경계할만한 대목이다.
특히 현대인들은 식물성 식품 및 섬유질 섭취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에 20세기 후반부터 다발성골수종의 발병률이 높아진 바 있다. 게다가 미세먼지 등을 통한 유해한 화학성분에 더 자주 노출되는 것, 고칼로리 고지방 식사의 증가 및 운동부족으로 인해 체중이 증가하는 것 또한 다발성골수종을 비롯한 혈액암의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다.
고섬유질 식단, 발병 억제 가능성 보여
MSK 연구팀은 다발성골수종 발병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 20명을 모집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모두 체질량 지수(BMI)가 높은 편에 속하는 사람들이었고, 이들 중 2명은 실제 다발성골수종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 사람이었다.
모든 참가자들은 12주에 걸쳐 식물성 식품 위주로 구성된 고섬유질 식단을 섭취했으며, 이후 24주 동안 식단 코칭을 받았다. 과일이나 채소는 물론, 견과류, 씨앗류, 콩류, 통곡물 등이 포함됐으며, ‘본인이 먹고 싶은 만큼 먹도록’ 했다.
이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고, 장내 미생물군이 보다 건강해졌으며 염증 수치도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체중도 평균 8% 정도 감소했다. 특히 임상시험 참가 전 이미 다발성골수종이 발생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진단된 2명은 예후가 상당히 개선됐다. 임상시험 참가 후 1년이 지났을 때, 참가자 중 다발성골수종으로 확진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관성 있는 연구결과에 기대 높아
즉, 이번 연구는 높은 섬유질 식단이 면역 건강 및 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임상시험 전 쥐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실험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향후 확대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임상시험 전 급성 골수종 발생을 유발한 쥐들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의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일반 식단을 섭취한 쥐는 전체가 골수종으로 진행된 데 비해, 고섬유질 식단을 섭취한 쥐는 44%가 골수종이 발병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번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보다 규모를 확대한 임상시험을 통해 결과를 재차 검증할 계획이다. 현재는 15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는 후속 연구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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