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란다 유리를 새까맣게 뒤덮은 ‘러브버그’ 떼를 손으로 쓸어냈다가 다음 날 피부에 붉은 띠가 생기고 화끈거린 경험이 있다면 독성 곤충을 만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겉보기에 작고 무해해 보여 방심하기 쉽지만, 이 곤충이 분비하는 독성 물질은 피부를 화상처럼 염증·수포로 뒤덮어 치명적 2차 감염까지 부를 수 있습니다. 열대 지방에서나 볼 법했던 이 곤충이 최근 국내 베란다·창틀에까지 출몰하면서 방역 사각지대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한순간의 접촉이 ‘암덩어리’처럼 피부 조직을 갉아먹는 독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러브버그? 사실은 ‘파에데루스’ 독성 벌레입니다

대중이 ‘러브버그’라 부르는 이 곤충의 정확한 이름은 로브벌레(파에데루스 종)입니다. 수컷·암컷이 짝지어 붙어 다닌다 해서 애칭이 붙었지만, 실은 포식성 딱정벌레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독소 ‘파에데린’을 피부 위에 분비합니다.
이 독소는 열과 알코올에도 분해되지 않아 사람 손에 묻으면 다른 부위로 쉽게 퍼지며, 노출 12~36시간 뒤 수포·발진이 나타나는 ‘Paederus dermatitis’로 이어집니다.
피부에 닿는 순간 화학 화상이 시작됩니다

파에데린은 단백질 합성을 차단해 피부 세포를 급격히 괴사시키므로, 살짝 스친 접촉만으로도 2주 이상 지속되는 수포·미란·가피를 남깁니다. 특히 눈꺼풀·목처럼 얇은 부위에 묻으면 염증이 급속히 번져 시력 손상 위험까지 커집니다.
독소가 묻은 손으로 몸을 긁으면 ‘키싱 병변’이라 불리는 거울상 병변이 생겨 병변 면적이 배로 확장돼 수명 단축을 재촉할 만큼 고통스러운 흉터를 남길 수 있습니다.
야간 불빛과 습기가 번식지를 부릅니다

로브벌레는 습하고 따뜻한 환경, 특히 LED 조명과 형광등에 강하게 유인됩니다. 베란다 창틀·방충망에 불을 켜둔 채 환기를 자주 하지 않으면 곤충 떼가 몰려들어 집 안 틈새까지 침투합니다. 베란다 화초 화분의 과습한 토양이나 물받침은 이들의 산란 장소가 되어 한밤중 실내 유입 가능성을 높입니다.
독성 노출을 막는 실전 대응법

곤충이 붙어 있으면 절대 손으로 터뜨리지 말고 긴 스프레이형 살충제나 테이프로 제거하며, 접촉이 의심될 경우 즉시 흐르는 물과 비누로 3분 이상 세척해 파에데린을 씻어냅니다.
창틀·방충망에는 미세망으로 교체하거나 실리콘으로 틈을 막고, 베란다 조명은 황색 전구나 센서등으로 바꾸어 유인을 최소화하십시오. 밤에는 화분 밑받침의 고인 물을 비우고, 방충망 안쪽에 소형 공기청정기나 선풍기를 틀어 기류를 만들어두면 곤충의 진입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로브벌레는 작지만 독성은 맹렬해 한순간의 접촉이 피부를 치명적 화상으로 변질시킵니다. 베란다와 창문의 불빛·습기를 관리하고, 발견 즉시 물리적·화학적 제거를 병행하면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러브버그’라는 귀여운 이름에 속아 방심하는 순간 피부 건강을 갉아먹는 독소가 스며듭니다. 작은 경계가 평생 흉터를 막는 가장 확실한 보험임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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